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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역대급 수주 호황 누리지만…정작 배 만들 사람은 부족

국내 조선사 노동자 수, 지난해 1월 대비 약 10% 감소
열악한 근로환경·낮은 임금 등이 원인.. 근본대책 필요

입력 2021-08-17 16:04
신문게재 2021-08-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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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업계가 오랜 불황을 끝내고 모처럼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배를 만들어야 할 숙련된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 종사자 수가 최근 1년 반만에 1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의 ‘조선산업 인력문제와 대안’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올해 5월 기준 직영과 하청업체를 합쳐 총 9만77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10만1058명에 비해 10% 가량 감소한 규모다.

올해 조선업계가 오랜 침체를 딛고 연이은 수주에 성공하고 있지만 정작 배를 만들 인력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연간 수주 목표액을 이미 대부분 달성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74억 달러 규모의 179척(해양 3기 포함)을 수주하며 목표인 149억 달러의 116%를 훌쩍 넘겼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선박 39척, 해양플랜트 2기 등 총 63억3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 77억 달러 가운데 약 82%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52척, 67억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액 91억 달러의 74%를 채웠다.

수주량이 늘어난 만큼 현장 조업에 투입해야 할 인력이 확보돼야 하지만, 열악한 근로조건과 근로시간 규제 등으로 인력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는 하루 20만원 이상 받는 노동자가 조선소에 오면 14만~16만원 정도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면서 실질 임금도 줄었다.

조선업계는 신규 채용을 늘리고 하청계약을 통해 인력 수급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숙련도가 중요한 조선산업의 특성상 인력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하청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 올해 5월 기준 원청 노동자들의 수는 3만9921명인데 비해 하청 노동자들의 수는 5만850명으로, 하청 노동자의 수가 20% 이상 많다. 원청 노동자의 상당수가 기술 영업·일반 사무직에 종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기능직 노동자는 대부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인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하청 노동자의 수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하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이던 하청 노동자 수는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불과 1년여 만에 1만명이 넘는 인력이 빠져나갔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조선업 경쟁력의 주요한 기반이었던 숙련된 인력 수급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기를 거치면서 숙련공들이 빠져나가고 미숙련자를 투입하다 보니 산재가 늘고 경쟁력도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숙련 기술인력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추가 연장근무를 허용하고 탄력근로제를 활용해 임금수준을 다른 업종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인경 기자 ikfree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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