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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잡아라] 보험경찰 ‘SIU팀’, "보험사기 끝까지 추적한다"

보험사기 최근들어 흉악 범죄 형태로 변질
SIU팀, 운전자 바꿔치기·허위 진단서 발급 적발
전직 경찰·검찰 수사관 등 베테랑 전문가로 구성
보험사기, 데이터 상 기록남아 숨기기 힘들어

입력 2022-05-05 10:44
신문게재 2022-05-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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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SIU팀의 단체 사진. (사진 제공=현대해상)

 

보험사기는 ‘희생자가 없는 범죄’로 불리곤 했다. 보험범죄자는 타인을 해치기 위해서 사기를 벌인다기 보다는 보험금 청구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살인, 방화 등 흉악범죄 형태의 보험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보험사기를 더 이상 희생자가 없는 범죄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보험사기로 발생한 보험 누수금은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험사들은 1990년대부터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을 꾸려 보험범죄를 적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보험 경찰’로 불리며 자체적으로 사기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보험사기 예방 활동에 앞장 서고있다. 브릿지경제는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흥국생명의 SIU팀의 활동상을 통해 보험사기 유형 및 예방책을 짚어봤다.

현대해상 등 3사 SIU팀은 최근 보험사기 수법에 대해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과거 보험사기의 경우 페이스북 등의 SNS에 기재돼있는 친구 관계를 통해 보험사기를 쉽게 적발했다”면서 “최근에는 공범들도 SNS를 통해 만나 사기 조직을 꾸리다 보니 실제로 친분이 없는 경우가 많아 수사기관의 통화내역 추적과 통신 수사도 쉽게 회피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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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씨가 지난달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지능화된 보험 사기...끝까지 추적

지난 2017년 강원도 철원군에서 싼타페 차량이 농수로에 빠진 사고가 발생했다. 차주 A 씨는 차에 동승한 아들 B 씨의 치료비로 보험금 35만원을 지급받고 차량 손괴를 사유로 2700 여만원을 수령했다.

당시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방전돼있었고 A 씨 역시 음주를 하지 않아 면책사유가 없었지만 아들 B씨가 아버지인 A씨를 사고 현장에 남겨두고 먼저 병원으로 갔다는 말에 의구심을 느껴 교통범죄수사팀에 수사를 의뢰했다. 통화 이력 등의 조사를 통해 차량 운전자는 차주인 A 씨가 아닌 아들 B 씨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지급 보험금 전액을 전수하고 A 씨는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현대해상).

“한 연인이 헤어지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해 피보험자 C씨가 실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종합병원에서 실명 판정을 받은 C 씨는 연인 D 씨를 상해 혐의로 고소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SIU팀은 D 씨가 다툼 과정에서 경미한 접촉만 있었을 뿐이라며 억울하다고 진술한 점을 고려해 전문의들에게 의료자문을 요청했다. 또한 C 씨는 고소 취하 조건으로 D 씨에게 결혼을 강요했으며 실명을 이유로 병역도 면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확인 결과 종합병원에서는 단순한 몇 가지 검사로만 C 씨의 실명을 판정내린 것이 드러났다. SIU팀은 조사 결과를 재판부에 전달했고 C씨는 보험사기와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KB손보)

“뇌졸중 발병 이후 고액의 진단금을 수령한 피보험자 E 씨가 후유증을 이유로 장기간 입·퇴원을 반복한 사례가 있었다. SIU팀은 E 씨가 흡연을 하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증거가 부족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병원 검사 결과 E 씨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배우자 F 씨는 지속적으로 E 씨가 심한 언어장애 등의 후유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보험금지급사유조사를 회피했다.

SIU팀은 E 씨의 신체 감정을 진행하고 E 씨의 엑스레이 검사 결과가 뇌졸중 진단 시 촬영됐던 치아, 두개골 형태와 명백히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당 증거를 활용해 E 씨가 제3자를 이용해 뇌졸증 대리진단을 받은 이른바 ‘머리 바꿔치기’ 수법을 벌였다는 것을 파악해 보험사기를 적발했다”(흥국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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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SIU팀, 경험 공유하며 시너지 창출

“경찰관이나 검찰수사관은 다른 업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국은 수사를 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보험업계 SIU는 검찰보다는 경찰 출신 수사관들이 대부분이며, 각 지역별 협의체가 있어서 정기 모임을 가지곤 한다.

정기모임에서는 고도화, 지능화 되고있는 조직형 범죄의 사기 수법, 위법 업체(공업사,렌터카, 한방의료기관) 등의 위법 행위에 대한 적발 또는 실패 사례 등을 공유하고 토의하면서 보험사기 발굴을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 10년 이상의 경찰 경력을 갖춘 전문가다. 현직 당시 수사, 형사, 교통 분야에서 맹활약한 베테랑 등으로 자신들이 가진 폭 넓은 지식과 탁월한 조사기법을 사기 적발에 활용한다. 다년간 체득된 수사노하우를 공유하고, 새로 수집된 사기 수법을 분석하고 논의하며 보험사기 적발을 위해 협업한다”.



◇ 보험사기 방지, 정부 컨트롤타워 필요

“보험사기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관심과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조직화되는 보험사기를 근절하려면 수사기관, 감독당국, 보험업권 등 유관기관의 총력 대응을 이끌어낼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적이고 지능화되는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경찰의 보험사기 수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보험사기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당하게 편취한 보험금을 환수해야 한다. 또한 보험사기 혐의자에 한해 해당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보험사기는 보험료 인상을 초래해 선량한 보험계약자 전체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킨다. 또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험사기를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가볍게 생각하는 등 죄의식이 높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보험사기도 보험사기특별방지법과 형법 등으로 처벌받은 엄연한 범죄임을 꼭 인지해야 한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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