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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088년까지 ‘출산크레딧’ 재정소요 102조… 제도확대 목소리에 기재부는 ‘뒷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연금공단에 의뢰… 제도 확대 시 투입예산 ‘천문학적’
“저출산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 ‘출산크레딧’ 100% 국고 지원이 바람직”

입력 2023-05-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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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합)

 

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저출산 대응 대책으로 설계된 ‘출산크레딧’ 제도를 현실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고가 투입되는 크레딧 제도 특성상 예산투입의 칼을 쥐고 있는 재정당국이 이에 반대하고 있어 가시밭길이 예고된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국민연금공단에 의뢰해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 유지 시 지난해부터 오는 2088년까지 소요되는 재정은 총 102조6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출산크레딧’이란 출산율 제고와 여성의 연금 수급권 확대를 목표로 지난 2008년부터 수행되고 있는 제도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인 ‘출산’과 그로 인해 연금제도에 가입하지 못할 경우 가입이력을 추가해 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08년 1월 이후 둘째 이상의 자녀를 출산 또는 입양한 경우 둘째 자녀부터 연금 가입기간을 12개월 추가 인정한다. 셋째 자녀 이상부터는 1명마다 18개월의 가입기간을 각각 추가해 주고 있으며 최대한도는 50개월까지다.

그러나 ‘출산크레딧’은 자녀가 1명인 가입자는 혜택을 보지 못하고 추가로 부여되는 기간도 최대 50개월로 정해져 있어 실질적인 저출산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1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중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경우(무자녀)가 약 32.9%로 집계됐다. 또 7년 이내 신혼부부 평균 자녀 수도 0.98명으로 1명에 못 미치고 있다.

유호선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양육 크레딧 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는 둘째 자녀부터 적용되며 가입기간 인정이 짧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 완화 또는 여성 연금 수급권을 확대하기에는 유명무실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출산크레딧’을 통해 출산율을 제고하려면 독일, 프랑스, 영국과 같이 자녀당 2년 이상의 크레딧을 부여하고 첫째 자녀도 크레딧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동시에 자녀 수에 따른 추가적인 크레딧을 도입해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며 세계 신기록을 써 내려가는 상황에서 ‘출산크레딧’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정책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출산크레딧’ 제도를 확대하기 전 재원 분담 비율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는 출산에 대한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제도 도입 당시 복지부는 국가부담률을 30%로 설정했다. 나머지 70%는 연기금에서 충당한다.

그런데 ‘출산크레딧’은 노령연금 수급 시점에서 재원을 분담하도록 설정돼 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지금 당장은 재정 부담이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2088년까지 총 102조6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돼 미래 재정 부담이 상당하다.

여기에 ‘출산크레딧’을 첫째 자녀부터 인정하고 추가 가입 기간을 늘리면 그 재원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이에 국회에서는 저출산이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만큼 재원분담을 모두 국가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산율 증가를 국가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출산크레딧’ 재원을 국민연금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재원을 국가부담으로 해 국민연금 개혁과 별도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경상경비 1.1조 삭감…대출 등 복지 축소(CG)
(사진=연합)

 

문제는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출산크레딧’ 특성상 예산편성의 칼을 쥐고 있는 재정당국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산크레딧’ 문제가 지난 십수년간 복지부, 국회에서 제기됐지만 기재부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 관계자는 “‘출산크레딧’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저출산 위기가 드리워진 2000년대부터 꾸준히 있었지만 나랏돈이 들어가는 문제다 보니 기재부에서 반대하고 있다”며 “초저출산으로 접어드는 한국에서 예산이 정말 필요한 곳은 어디일지 기재부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남찬섭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은 “국회에서도 ‘출산크레딧’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재정이 투입되는 문제다 보니 재정당국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적 보상을 국민 돈으로 하는 건 맞지 않고 국고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 복지위 한 수석전문위원도 “통상 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검토 보고를 하면 관계 기관 의견이 오기 마련인데 ‘출산크레딧’ 관련해선 기재부의 의견이 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며 “대규모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출산크레딧’ 확대는 기재부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출산크레딧’의 재정 투입 여부를 지금 말씀드리기엔 어렵고 여러 가지 상황을 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기금 건전성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개혁 방안이 마련되고 있어 여러 가지 검토는 하고 있지만 당장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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