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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부끄러움 모르는 사회

<시니어 칼럼>

입력 2023-06-22 13:05
신문게재 2023-06-23 13면

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중국의 유명한 사상가인 맹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인간에게는 네 가지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네 가지 마음은 어려운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남에게 양보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시비지심(是非之心),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그중 오늘날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바로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는 수오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권력형 부조리에 얽혀 있는 정치인이나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한, 자기 자리를 이용해 자녀들의 입학이나 취업에 부정적으로 간여하는 지도층 인사들도 참 많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적 특징은 나쁜 짓을 하면서도 그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잘못을 들킨 후에도 “나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수사기관이 조작해서 억울하게 덮어씌우고 있다”고 거짓말까지 한다.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들통나면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큰 거짓말로 자기 잘못을 감추고 끝까지 속이려고 하는 것이다.

맹자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을 향해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 非人也)’라고 했다. 이 말은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부족한 존재이므로 언제나 실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잘못을 저지를 때도 있다. 그러면 그런 행위를 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할 줄 알아야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끝까지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 그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다.

만일 이 사회가 그런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면 이 사회는 짐승들로만 가득 찬 동물원과 같은 곳이 돼버리고 말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사람이 사는 곳이 되게 하려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고도 선악을 구분하지 않은 채 ‘내 편이니까 괜찮다’는 마치 조직 폭력배나 사이비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상한 논리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에게 성악설로 잘 알려진 순자는 ‘종도부종군(從道不從君), 종의부종부(從義不從父)’라고 했다. “도가 아니면 임금이라도 따르지 않고, 의가 아니면 아버지라도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바로 서려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거짓과 변명으로 모면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또한, 아무리 나와 가까운 사이라도 잘못했을 때 과감히 질책해서 반성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짐승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정상적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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