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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부동산정책에 아파트 매물 쌓인다

입력 2023-10-19 16:00
신문게재 2023-10-2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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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으로 집을 팔 사람이나 살 사람 모두 결정을 내리지 못해 10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383건이다. 이는 지난 9월 18일에 신고된 9월 748건, 8월 18일에 신고된 8월 589건의 아파트 거래량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10월 최종 아파트 거래량은 11월 말에 집계되지만,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8월이나 9월 수준에는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은 고금리와 집값 단기 급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일단 정부 정책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부터 시세 6억∼9억원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중단하고, 50년 만기 대출도 축소를 경고하면서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겼다가 얼마 안돼 정반대로 돌아선 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대출규제가 심리적 위축을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정부 정책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데 누가 수억원이 들어가는 집을 사는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여파로 잔금 마련에 애를 먹는 입주 예정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지난 8월 71.5%에서 지난달 65.1%로 6.4%포인트 떨어졌다. 미입주 사유는 ‘기존 주택매각 지연’(36.2%), ‘세입자 미확보’(25.5%), ‘잔금대출 미확보’(21.3%), ‘분양권 매도 지연’(10.6%) 순으로 많았다. ‘잔금대출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8월 9.8%에서 지난달 21.3%로 크게 증가한 게 눈에 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입주율 하락에 대해 “높은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특례보금자리론 대상 축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종료 같은 서민 대출상품 규제를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이 오락가락하다 보니 부동산시장에서는 그나마 늘어났던 거래마저 끊기고 매물만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수는 7만6314건으로 지난 3일(7만465건)보다 5849건 늘었다. 16일만에 8.3% 급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너무 서둘러 규제 완화책을 썼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다시 대출을 조이면서 시장 혼란 등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은 한둘이 아니다. 앞서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오피스텔 주택수 제외를 검토했었지만, 지난달 9·26 주택공급대책에는 결국 빠졌다. 실거주의무 폐지 방안은 정치권 이견 충돌로 과연 정책이 제대로 실시될 지 공무원들도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8월 18일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패배 반성문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면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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