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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흑연”…中 잇단 ‘자원 무기화’에 K-배터리 생태계 불똥

입력 2023-10-24 06:01
신문게재 2023-10-26 5면

포스코케미칼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2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사진제공=포스코퓨처엠)

 

미·중 갈등의 여파로 중국의 ‘자원 무기화’ 폭이 넓어지면서 국내 이차전지 업계까지 불똥이 튀었다. 중국이 최근 배터리의 핵심 원료 중 하나인 흑연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하면서, 소재를 비롯한 국내 배터리업계가 파장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은 오는 12월 1일부터 흑연 일부 품목의 수출을 통제한다. 수출 통제 대상은 고순도, 고강도, 고밀도 인조흑연재료와 그 제품이다.

문제는 흑연 수급에 있어 대중국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차전지 제조용 인조흑연의 중국 수입 비중은 93.3%에 달했다. 중국이 흑연의 채굴부터 가공, 정제까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속한 재고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과제로 급부상한 셈이다.

흑연은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의 필수 재료다. 가격이 저렴하고 저장 용량이 낮은 천연흑연과 가격이 비싸고 배터리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인조흑연으로 구분된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용 음극재 시장은 인조흑연이 주도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서 인조흑연이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달했다. 그중 중국 기업들이 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 상무부가 지난 8월 시행한 갈륨·게르마늄(반도체 소재) 수출 허가제 당시처럼 해당 품목 수출 시 허가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한동안 수출 확보 자체가 어렵게 된다. 실제로 갈륨과 게르마늄은 수출 통제 첫 달인 8월, 수출량이 전무했을 정도다.

이번 조치로 현재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흑연계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덩달아 분주해졌다. 당장 흑연 수급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더라도, 충분한 물량 확보란 과제를 떠 안았기 때문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한 달 반 정도 사용 가능한 흑연 물량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퓨처엠 측은 “비축 물량에 관해 정확한 답변은 어렵다”면서 “적정 재고 확보 중이다. 수출 통제 전과 통제가 시작되는 12월 이후에도 적정 재고를 지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포스코퓨처엠이 지난해 인조흑연 음극재 국산화에 성공해 연내 연 8000톤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포스코그룹의 탄자니아·마다가스카르 광권 투자 등을 통해 흑연 조달망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또한 중국 상무부와 대화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긴밀히 협의하며, 흑연 공급망을 면밀히 점검하고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조치가 소재사에 비해 배터리 제조사에 가져올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국내 이차전지 생태계 전반에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수출 금지 조치로 번지거나, 다른 핵심 광물이 통제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번 조치가 배터리업계에 가져올 영향은 소재사에 비해 크지 않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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