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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력난 호소하는 기피 업종…‘로봇’이 살린다

[스타트업] 도축 자동화 솔루션 개발업체 ‘로보스’
박재현 대표 “가장 피로도 높은 핵심 도축 공정, 로봇이 대신해”
2026년 도축장 무인화 80% 목표

입력 2024-04-15 06:25
신문게재 2024-04-1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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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스 박재현 대표(사진제공=로보스)

 

매년 국내에서는 약 1800만 마리의 돼지가 도축된다. 이 가운데 30여 개에 이르는 도축공정의 고역을 로봇이 덜어준다면 어떨까. 실제로 도축장 작업자들이 가장 피로감을 호소하는 핵심 도축 공정을 대신해 줄 로봇이 등장했다. 바로 ‘로보스’가 개발한 도축 자동화 로봇이다.



로보스는 LG전자와 현대로보틱스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지난 2022년 4월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창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재 기준 총 누적 투자 유치 규모만 약 80억원에 달한다. 짧은 시간 내 이 같은 투자 유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국내 도축 시장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 한마디로 ‘블루오션’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로보스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비정형 생체학습 AI 모델과 도축공정 전용 로봇을 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피 업종으로 분류되는 도축장의 인력난과 운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힘을 합친 셈이다.

◇엔지니어·축산업 전문 수의사 뭉친 ‘로보스’

로보스는 박재현 대표를 비롯해 임화진 CTO(최고기술책임자), 이두열 CIO(최고투자책임자), 박원석 이사 등의 구성원이 이끌고 있다. 박 대표와 임 CTO는 현대로보틱스 책임엔지니어 출신이며 이 CIO는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박 이사는 고령공판장, 부경양돈조합 수의사 출신이다. 가전, 모바일, 로봇 등 다양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양산 개발 경험을 갖춘 엔지니어들과 축산업 전문 수의사가 ‘원팀’이 됐다. 현재 이 회사에는 3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로보스의 탄생은 사소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박 대표는 “고등학교 친구이자 국내 최대 도축장 부경양돈에서 근무하던 HACCP(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 담당 수의사였던 박원석 이사가 해준 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국내 도축장은 로봇 보급률이 낮은 데다 유럽산 도축 로봇을 들여오더라도 환경이 달라 품질이나 효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국내 도축 환경에 맞는 자동화 솔루션 개발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박 대표는 “시장성을 보고 당시 재직 중이던 현대로보틱스에도 내부적으로 신사업 관련 내용을 보고했지만, 대기업에서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분야라는 것을 인지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AI 학습 통해 로봇이 자동 도축…“운영난 가중되는 도축업계에 필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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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스가 도축 자동화를 위해 개발한 기술은 비정형 생체 비전 AI 기술이다. 돼지가 도축장에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나갈 때 돼지 표면을 비전 스캐너를 통해 정밀하게 스캔 후, 돼지 외형체를 3D 모델링함으로써 로봇이 스스로 각 공정에 최적화된 행위를 반복 학습하는 원리다. 80kg부터 130kg까지 편차가 큰 한국양돈의 도축 사양에 최적화된 머신딥러닝 AI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쉽게 말해, AI 기술로 돼지고기의 최적 절단 경로를 산출하고 해당 좌표로 로봇이 구동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로보스가 개발을 마친 도축공정 로봇은 목 절개·복부절개·이분도체 3종이다. 전체 돼지 도축 공정 중에서도 핵심 공정이다. 목 절개 로봇(넥커터)의 경우 제주양돈에서 이미 운용되고 있다. 복부절개 로봇과 돼지를 이분할하는 이분도체 로봇은 군위, 김제 등에서 성능 검증(PoC)을 통해 본격적인 매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모든 로봇은 매 사이클 세정, 스팀, 살균 작업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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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이 아니다. 로보스는 도축공정에서 가장 어려운 내장 적출 작업을 자동화하는 로봇을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전체 50여 개 공정(도축 약 30개 공정 및 육가공 물류 약 20개 공정)으로 이뤄진 대형 도축장을 기준으로 필요한 인력은 150명 정도”라며 “그만큼 도축업은 인력 중심적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기계식 장비를 포함해 전체 도축공정의 무인화가 30% 수준이지만, 내장 적출 로봇이 개발되는 2026년 80% 이상의 무인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소형 도축장들은 인력난과 운영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을 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자본을 중심으로 한 대형 거점 도축장들은 확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로봇이 도축현장에 신속히 보급되지 않을 경우 한돈 기준 9조원에 달하는 도매 시장과 20조원에 육박하는 소매시장에는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봇 도축작업 정확성·속도 뛰어나…누적 투자 유치금만 80억


로보스의 도축 자동화 로봇은 인력 대체 효과 외에도 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도축되는 돼지마다 중량이나 외형이 달라 정확성이 요구되는데, 로보스는 지금까지 220만개가 넘는 생체데이터를 AI가 학습하도록 해 정밀도를 진화시켰다. 하루에 도축 가능한 물량도 사람의 두 배 수준이다.

유럽 등 외산 로봇과 비교할 때도 남다른 경쟁력을 갖췄다. 박 대표는 “로보스는 신규 생체를 다루는 공정을 AI와 로봇이 제어하는 기술에 특화돼 있다”면서 “이는 해외 경쟁사들도 구현하지 못한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로보스가 달성한 투자 유치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시드투자와 프리 A 투자 유치에 성공한 로보스는 올해 2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 성과를 거뒀다. 창업 1년 10개월 만이었다. 총 누적 투자 유치금은 약 80억원이다. 이번 투자는 농협은행·NH투자증권을 비롯해 경남벤처투자, JCH인베스트먼트, 기술보증기금, 디티앤인베스트먼트, CKD 창업투자, 퓨처플레이, 비전벤처파트너스 등이 참여했다.

로보스는 작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딥테크 팁스’에도 선정돼 기술 개발 자금을 지원받게 됐다. 딥테크 팁스는 10대 신산업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발표한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민간 투자사가 우수한 창업기업을 선발해 투자하면 정부자금을 매칭 지원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 창업 사업화 및 해외 마케팅 자금으로 최대 17억원까지 연계 지원한다.

또 지난해 10월 로보스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는 ‘2023 농식품 창업콘테스트’에서 도축 자동화 로봇 솔루션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2026년까지 도축 로봇 종류 확대”


로보스 박재현
로보스 박재현 대표(사진제공=로보스)

 

로보스는 자체 수립한 도축 자동화 로봇 개발 로드맵에 따라 2026년까지 로봇 종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는 항문절개 로봇, 세정 로봇, 등급 도장을 찍는 검인 로봇과 피를 빼는 방혈 로봇, 내장 적출 로봇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올해는 ‘소 도축 자동화 로봇’ 개발에도 착수해 내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로보스가 꿈꾸는 모습은 도축장의 스마트팩토리화다. 박 대표는 “육류는 전 세계인들의 핵심 식재료지만 이제는 사람이 제조·생산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힘들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많은 도축 현장에서 로보스의 ‘비정형 생체 AI 로보틱스 기술’이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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