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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준 '아전인수'식 해석…노사, 업종별 최저임금 놓고 기싸움

노동계, 업종별 최저임금 도입 본래 취지 퇴색 및 낙인효과 등 ‘우려’
경영계, 중위임금대비 최저임금 비율 상위권…영세사업장 부담 가중

입력 2024-05-06 14:19
신문게재 2024-05-06 3면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하는 민주노총<YONHAP NO-2110>
지난달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노사가 ‘업종별 최저임금’ 국제기준을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국가 차원의 최저임금보다 낮은 업종별 최저임금을 적용한 나라는 없다며 반대하고 있고, 경영계는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다며 차등적용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6일 최저임금위원회가 공개한 ‘2023년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제도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국가 중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보다 낮은 업종·지역별 최저임금을 적용한 나라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 최저임금을 도입한 곳은 △독일 △벨기에 △스위스 △아일랜드 △일본 △호주 등 6개국으로 해당국은 업종별 최저임금이 국가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때문에 노동계는 최근 사측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도입 주장과 관련해 국제기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즉 국제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도는 취약계층의 최소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따른 ‘낙인효과’도 우려하고 있다.

낙인효과란 업종을 구분해 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특정 일자리는 안 좋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근로의욕을 떨어트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보고서에는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하면 ‘가사근로자’가 아닌 ‘가사사용인’에 해당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실현되면 낙인효과에 따라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더 낮은 임금,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차별이 가해질 수 있다고 노동계는 경고한다.

반면, 경영계는 한국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높다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한다.

중위임금이란 주 3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 임금 전체를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임금을 말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개한 ‘2022년 OECD 국가 최저임금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62.2%(2022년) OECD 30개국 중 8번째로 높았다. 멕시코는 7번째(65.4%)로 한국과 비슷했다.

특히, 콜롬비아(97.5%), 튀르키예(95.8%), 코스타리카(82.3%), 칠레(75.3%) 등 경제가 붕괴한 것으로 평가받는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호주(51.6%), 일본(46.2%), 미국(28.0%) 등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한국보다 낮았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미국처럼 극단적으로 낮으면 최저임금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 하지만 콜롬비아처럼 높으면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중위임금을 받는 사람’이 된다. 전문가들은 45~60% 비율을 적정 기준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경영계는 한국이 지난 2019년부터 60%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최저임금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이번 달 중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문제를 놓고 노사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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