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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유가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올 하반기 고난 올 수 있다" 우려

입력 2024-05-09 06:37
신문게재 2024-05-10 5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직원들이 지상 조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직원들이 지상 조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시아나항공)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그 불씨가 국내 항공업계로 튀었다. 급등한 유가로 인해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상에 나섰지만, 고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공권 가격 인상은 물론 하반기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에어프레미아 등은 이달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거리에 따라 1.33%~1.9% 가량 인상했다. 구체적으로 단거리 노선의 경우 400원 장거리 노선은 최대 2200원까지 유류할증료가 올랐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은 아직 유류할증료를 동결하고 있지만,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인상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은 항공사 운영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타격을 주는 요소다. 통상 연료비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30% 안팎을 차지 할 정도의 상수다. 실제로 지난해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 영업비용 3조8000억원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4%에 달한다. 항공사들은 보통 공급사와의 헤징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연료 가격을 고정함으로써 가격 변동 리스크를 회피하고 있지만, 고유가 장기화 시에는 뾰족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결국 추가 지출 부담 외에는 해법이 없는 만큼 항공사로써는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분을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커버하는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당장 상반기 실적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1분기 국제선 항공 수송 인원이 745만9972명까지 늘어난 만큼, 양호한 실적을 기대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동기 대비 99%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중동 정세 불안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고착화될 경우,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조만간 추가 유류할증료 인상을 거쳐 항공권 가격 인상이란 도미노 현상을 불러오게 된다. 여기에 세계 경제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역시 항공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반기까지는 그간의 여행 수요 회복세에 힘입어 선방할 수 있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될 공산이 크다”면서 “특히 하반기에는 고유가 장기화와 경기 둔화라는 복합 악재를 만나게 되는 항공사들로써는 고난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유가 안정화 대책과 함께 항공산업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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