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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선노연 ‘하투’ 예고, 신인도·투자심리 어떡하나

입력 2024-08-06 14:11
신문게재 2024-08-07 19면

혹독하고 길었던 ‘조선업의 겨울’을 끝내고 국외 발주사로로부터 수주 호황을 누리는 조선업계에 불길한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바로 노사 갈등이다. 주요 조선사 노조 단체인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의 쟁의 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 찬성표(92.9)%를 얻고 동반 파업을 예고했다. 생산 차질과 투자심리 위축, 그리고 글로벌 증시 하락 국면에서 조선주를 더 휘청거리게 할 위험 인자가 파업 리스크다.

조선노연엔 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케이조선·HSG성동조선이 소속돼 파급력은 메가톤급이다. 사양산업 이미지를 벗어내고 장기간 우하향을 못 벗어나던 투자심리를 돌려놓으며 2007년 같은 호황의 정점까지 바라보는 지금이다. 한 가지 잊지 말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던 조선주 상승세를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조선노연의 본격적인 하투(夏鬪·여름 투쟁)는 외국인 투자심리를 부정적인 쪽으로 유도할 수 있다. 파업 가능성만으로도 움직이는 시장이다.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자제가 필요한 이유다.

잦은 이직으로 일손 부족에 시달리던 조선업계는 올해 외국인 근로자 대거 유입으로 급한 불을 막 끈 상태다. 임금이나 복지, 작업 환경과 관련한 노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더라도 일방적이고 투쟁적인 노조 관행은 삼가야 한다. 외국인투자기업은 한국의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사업계획 수립 때 리스크 요인으로 꼽는다. 한국경제인협회 인식조사에서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G5 국가 수준으로 개선되면 외투기업 투자규모를 평균 13.9% 늘린다고도 답했다. 투쟁적 노조 근성이 초래할 불확실성은 감소시켜야 한다. 입법 독주로 노조 파업만 쉽게 만드는 야당도 국내 산업의 신인도·투자심리 저하와 경쟁력 위축을 함께 걱정했으면 한다.

수주 슈퍼사이클(초호황) 진입을 눈앞에 둔 지금일수록 친환경 선박 등 상단 기술에서 절대 격차가 요구된다. 조선노연이 포함된 업계 노사 모두 힘을 합쳐도 모자란다. 글로벌 침체와 중동 전운이 겹친 데다 노조 움직임에 따라 조선업 주가는 언제 또 곤두박질칠지 알 수 없다. 선박 수출 환경과 수출 성적 개선에 힘입어 불황기에 쌓인 적자를 털고 일어서는 조선업 아닌가.

그 현실은 해당 조선사 노조가 잘 이해하리라 믿는다. 파업 현실화와 건조 시기 지연이 조선업 신뢰도 하락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선행 투자로 기술 격차를 확실히 벌려놔야 할 시점이다. 오랜 침체기를 딛고 일어선 조선업계의 선택지가 납기일 연기를 불러올 ‘휴가 끝나고 하투’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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