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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김호중 “‘괴물 가수’보다 ‘트바로티’란 애칭이 더 좋아요”

[人더컬처]SBS ‘스타킹’의 ‘고교생 파바로티’ 이후 11년만에 ‘내일은 미스터트롯’ 4위
온라인 제기된 각종 소문 사실 아냐, 대중성 있는 가수 되고 싶어 지원
마지막 경연에서 조항조의 ‘고맙소’ 부르며 격려해준 은사 생각에 가슴 사무쳐

입력 2020-04-06 16:00
신문게재 2020-04-07 11면

김호중
가수 김호중 (사진제공=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11년 만이다. 2009년 ‘고교생 파바로티’란 이름으로 SBS ‘스타킹’에 출연했던 소년은 서른 살 ‘트로트 맨’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남다른 성량과 곡 해석 능력 덕분에 매 경연 ‘괴물’이라는 수식어를 듣곤 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4위에 오른 ‘트바로티’ 김호중(30)의 이야기다.



한국의 ‘파바로티’를 꿈꾸며 독일유학까지 다녀온 그다. JTBC ‘팬텀싱어’처럼 크로스오버 장르예능 프로그램 대신 ‘미스터트롯’에 도전한 그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미스터트롯’ 제작진이 과거 ‘스타킹’ 제작진이라 김호중을 섭외했다는 설, ‘팬텀싱어’ 예선에서 탈락했다는 설 등이 그것이다.  

 

김호중
가수 김호중 (사진제공=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김호중은 “다들 제가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계기를 놓고 궁금해 하세요”라고 웃었다.

 

“인터넷에서 제가 ‘팬텀싱어’ 예심에서 떨어졌다는 글을 봤어요. 저는 지원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하하, ‘미스터트롯’ 예심 때는 작가 분들이 제게 ‘호중씨, 저희 기억나요?’ 라고 물으셨죠. 가만 보니 ‘스타킹’ 작가님들이셨어요. 저도 그때 깜짝 놀랐어요.”

‘스타킹’ 출연 이후 오디션 열풍이 이어졌지만 딱히 경연 프로그램에 나갈 생각은 없었다. 미래를 고민하게 된 건 유학 시절 만난 이탈리아 선생님으로부터 ‘너는 한국에서 어떤 가수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은 뒤다.


김호중은 “파바로티도 유명 팝 아티스트들과 함께 노래하는 성악가”라며 “저도 대중성 있는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고 했다.

귀국 뒤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다. 발라드, 랩 등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지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을 시청한 게 계기가 됐다.

김호중은 “김나희씨나 안소미씨 같은 출연진을 보니 저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아 공감됐다”고 했다. ‘미스트롯’의 남자 버전이 생기면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에 TV 스팟 광고를 보자마자 원서를 보냈다. 김호중은 “제작진 말로는 제가 원서 보낸 순으로 선착순 10위 안에 든다고 하네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긴 경연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성악을 배웠을 때 낯선 발성에 도전하느라 고생했는데 이제 10년 간 배운 성악 발성을 버리고 트로트 음계를 새로 배워야만 했다. 결국 장민호와 1:1 데스매치를 앞두고 독감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김호중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한장면 (사진제공=TV조선)

 

김호중은 “그래도 명색이 성악가라고 대접받으면서 자기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한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며 “입으로만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 가수로서 관리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했다. 

 

경연마다 초조했을 법도 하지만 화면으로 지켜본 김호중은 한 침대 광고 문구처럼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경연을 치러냈다. 부모의 이혼, 폭력조직에 몸담았던 학창시절처럼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그런 김호중도 마지막 경연곡인 조항조의 ‘고맙소’는 애틋하게 가슴에 사무쳤다고 했다.
 

김호중
가수 김호중 (사진제공=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2절의 ‘술 취한 그날 밤 손등에 눈물을 떨굴 때/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이라는 가사가 마치 제 얘기 같았어요. 저도 김천예고 시절 ‘너는 노래로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것이야’라는 서수용 선생님의 한 마디가 제 인생을 바꿔놓았거든요. 언젠가 선생님께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 최종 경연 때 초청했는데 대구 경북지역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선생님을 모시지 못해 아쉬웠어요. 차후 코로나19가 진정된 뒤에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장에 선생님을 모시고 영화 ‘파파로티’의 한 장면처럼 선생님을 모시고 싶어요.” 

 

‘미스터트롯’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4위 성적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순위나 트로피는 내 마음에서 떠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유학시절 내내 어떻게 하면 노래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수가 될까 고민했는데 ‘미스터트롯’을 통해 얻은 ‘트바로티’라는 별명으로 제 고민이 해소됐어요. 처음 ‘미스터트롯’에 도전할 때만 해도 1등이 목표였지만 진선미 트로피보다 많은 분들의 마음 속에 ‘트바로티’라는 새로운 트로피를 얻은 셈이죠. 장윤정 선배님의 ‘괴물’이라는 수식어도 과찬이지만 ‘트바로티’가 훨씬 좋네요. 하하”

초등학생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듣고 포크송 마니아가 됐다는 그는 최백호처럼 장르를 불문한 노래로 팬들을 위로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언젠가 선생님 콘서트 때 객석의 한 관객이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가수였고 지금은 나의 가수’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어요. 노래하는 사람에게 다이아몬드 같은 찬사죠. 저도 성악가, 트로트 가수가 아닌 노래하는 김호중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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