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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닮은 위스키, 알면 알수록 더 맛있다

위스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위스키&코냑'
'술'은 건조한 삶을 적셔주는 신의 선물

입력 2014-11-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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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코냑 동호회 회원들이 특별 제작된 케이스 안에 담긴 위스키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하루 일과가 끝났다. 집에 가기엔 아쉬운 시간. 떠오르는 건 분위기 있는 자리와 허전한 마음을 위로하는 ‘술 한 잔’. 예나 지금 이나 술은 건조한 우리 삶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술이 있으면 사람이 모이고 감춰뒀던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위스키&코냑’은 진한 위스키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다. ‘술 먹는 것도 취미냐’며 주변에서 비아냥거린다. 지난 화요일.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만난 동호회 회원들에게 술은 단순한 술이 아니었다. 세월에 따라 그 깊이를 더하는 술의 풍미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 12년, 15년, 18년. 유리잔에 조금씩 담긴 위스키를 마시는 그들의 표정에서 복잡한 인생의 깊이가 느껴진다. 입과 코를 진하게 울리는 위스키 체취. 한 모금, 목을 타고 넘어가는 위스키의 짜릿함이 그들의 얼굴에서 사라질 때 쌓였던 고민도 함께 잊혀진다.

평균 나이 40~50대. 이날 모인 30여 명 회원들에게 술은 인생을 함께 걷는 동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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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코냑 동호회 유성운 회장이 위스키 잔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잔 속에 담긴 술은 싱글몰트 맥칼란(MACALLAN) 18년산.

 

 카페 아이디 ‘고전소년’으로 더 익숙한 유성운(41)은 2007년 ‘위스키&코냑’ 동호회를 만들고 현재까지 운영하는 회장이다. 그는 위스키의 역사와 제조방법 등을 정리한 도서 ‘싱글몰트위스키바이블(2013)’을 출간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가 동호회를 만든 목적은 단순하다. ‘위스키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마시자.’ 


“폭탄주, 독주 등 사람들은 위스키에 대해 안 좋은 것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주(酒)질로 따지면 위스키는 가장 깨끗한 술입니다. 독성이 없어서 사람 몸에도 해가 없어요. 다만 많이 마셔서 문제가 될 뿐입니다.”

온라인 카페에 가입된 회원만 1만 여명. 온라인에서 역사와 에피소드 등 술에 대해 공부하고 오프라인에서 친목을 도모한다. 가입 자격, 가입비는 없다.

운영원칙에 대해 유 회장은 “작게는 8명, 많게는 20명 정도 모여 자리를 갖는다”며 “회비는 그때그때 마시는 술, 안주에 따라 다르다. 보통 3~5만원. 괜찮은 위스키 한 병 가격이 10만원 중·후반 인걸 생각할 때 그렇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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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 혹은 두 모금. 딱 즐길 만큼만 담긴 적당량의 위스키가 종류별로 잔에 담겨있다.

 

술이 오가는 자리인 만큼 ‘절주’는 회원들 사이에서 필수 덕목. 유 회장은 술을 제대로 즐기는 3가지를 강조한다. 


“호기심, 여유, 친구. 이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술의 맛과 향에 대해 탐구하고, 여유가 있어야 폭주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같이 취미를 공유하는 좋은 친구가 있으면 더 바랄게 없죠. 단순히 술이 좋아 먹고 취하면 그건 술꾼들 모임에 지나지 않습니다. 좋은 술을 공유하고, 좋은 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동호회의 목적입니다.”

알면 알수록 더 잘 보이는 것이 여행이라면 알면 알수록 더 맛있는 음식이 술이다. 위스키&코약 동호회의 특징 중 하나는 술에 대해 공부하는 자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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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몰트 위스키 대표 브랜드 맥칼란(MACALLAN)에서 위스키&코냑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사 브랜드를 소개하고 있다. 맥칼란의 맛과 향, 그리고 제조 방법에 대한 전문 강의덕분에 회원들은 좀 더 깊이 위스키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모임의 주인공은 싱글몰트 위스키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맥칼란’(MACALLAN). 맛과 향, 제조과정 등 술에 대해 배우며 회원들은 다시 한 번 잔에 담긴 술을 음미했다. 


지난 여름 카페에 가입한 회사원 김지학(45)씨는 “술이면 다 같은 술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들으며 먹으니 더 의미가 있다”며 “무슨 향이 나는지, 무슨 맛이 나는지 하나하나 배우면서 먹는 시간이 좋다”고 웃으며 이야기 한다. 그는 이어 “술은 함께 마시는 친구가 중요하다. 이곳에서 좋은 술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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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의 향을 느끼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코를 쏘는 진하고 깔끔한 알코올의 향이 위스키의 매력이다.

 

“소주·맥주 말고 다른 술을 접해보고 싶었어요. 와인은 종류가 많고 복잡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위스키지요.”


중후한 남성회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위스키를 마시던 유양희(35)씨는 올 초에 가입한 여성회원이다. 오프라인 모임은 이번이 두 번째. 그는 삶을 변화시키는 특별한 계기를 위스키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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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한 남성회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위스키를 마시던 유양희(35)씨는 올 초에 가입한 여성회원이다. 유양희씨가 각종 위스키의 맛과 향 그리고 색깔등을 비교해보며 시음을하고 있다.

 

 

“소주는 잘 마시지 못하고 맥주는 술이라고 하기 엔 부족한 느낌이 들어요. 카페에 가입하고 달라진 점은 좋은 술을 알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겁니다. 생각보다 복잡한 위스키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하나 있어요. 위스키는 다른 술에 비해 뒤끝이 없어요.”


◇ 위스키의 종류

― 싱글몰트 위스키 = 한 군데의 주조장에서 만들어진 위스키. 원액 그대로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 블랜디드 위스키 = 서로 다른 곡물을 사용한 위스키나 술을 혼합해서 만든다. 혼합하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위스키가 탄생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사진=윤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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