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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늬만 엄마] 유치원은 초보 엄마도 '키운다'.

입력 2016-03-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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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행사의 ‘꽃’이자 선생님들의 노고가 폭발하는 재롱잔치. 지난해에는 영어발표회로 대체됐다. 원내에서 가장 어렸지만 씩씩하고 즐겁게 마무리 된 행사였다. (사진=이희승 기자)

 

지난 주 토요일. 취재중에 휴대폰으로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번호가 뜬다. ‘앗, 오늘은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지금은 유치원 봄방학 중이라 등원도 하지 않은 터라 불안함과 궁금증이 치솟는다.



어린이집을 거치지 않은 아들은 유치원을 가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이란 걸 했다. 마음 같아선 함께 사는 시부모님이 계속 봐주셨으면 했는데 ‘어릴수록 사회성을 길러야 한다’는 게 어른들의 지론이었다.

국공립은 뽑기에서 다 떨어지고, 이웃의 추천서를 받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겨우(?) 들어 갈 수 있었다. 시작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해진 시간마다 규칙이 정해진 곳을 매일 등원해야 하는 아들의 아침은 언제나 눈물과 콧물범벅이었다. 게다가 아들의 유치원 입학 즈음에는 인천에서 김치를 먹지 않은 아이를 내동댕이 친 사건이 있었던 터라 유난히 걱정이 많았다.

아들은 빨간 안경을 쓴 선생님이 때린다는 둥, 잘못하면 벽을 보고 서 있으라고 했다는 둥, 친구 누구누구가 무섭고 매일 놀린다는 둥 꽤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한동안 등원을 거부했다. 초보엄마인 나의 하소연에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단호했다. 아이가 5살이 처음이듯이 엄마라는 경험도 처음이니 걱정은 당연하다고. 그럴수록 아이를 믿고 맡기라고.

고백하자면 초보엄마인 내가 더 긴장해 조그마한 일에도 예민하게 굴었던 것 같다. 아이가 들어가는 걸 보고 있는데 유리문을 닫아버린 다른 반 선생님에게 불쾌함을 드러냈고 아이가 싸우다 다쳤다는 말에 CCTV를 확인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녹화된 과거 분량은 경찰 대동 하에 봐야 하는지를 몰랐던 게 화근이었다. 원장님의 입장에서는 무슨 학대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생님을 호출했을테고 선생님은 그간의 노력에 교육방법에 회의를 느꼈으리라.

혹시나 받을 불이익이 걱정인 나와 달리 아들의 유치원 적응은 빠르게 자리잡았다. 어느날은 “여자아이들 지켜주러 가야된다”며 먼저 집을 나서기도 하고 “내일은 유치원에 가는 날”이라며 일찍 잠을 청하기도 했다. 정리정돈을 기본으로 질서 지키기와 사물에 대한 인지 능력도 다채로워졌다. 

 

TV를 보며 아는 게 나오면 유치원에서 배운 거라며 하루종일 쫑알거리는 모습에 선생님의 노고가 절로 그러졌다. 담임선생님과 보조 선생님중 누가 더 잘해주냐는 못난 엄마의 질문에는 “둘 다 좋아서 대답을 못하겠다”는 답이 돌아오니 그야 말로 우문현답이다. 보조선생님은 많이 안아주고 담임선생님은 무섭지만 예뻐서 좋단다.

학기 중간에 이사를 가게돼서 집 가까운 곳으로 전학을 고려하자 “꼭 무지개 유치원에 다니고 싶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5세반 친구들과 헤어지는 마지막 날에는 “이별하는 게 아니라 형님반 되는 것”이라며 짐짓 어른스러운 말을 꺼냈다.

윤미경 선생님!이 기회를 빌어 감사합니다. 1년이나 맡겼는데 이름도 모르고 헤어진 보조 선생님, 잘 챙겨주셔서 유준이가 잘 클 수 있었어요. 앞에 걸려온 전화는 6세 반 오리엔테이션에 참석 못한 엄마들에게 새로운 담임의 인사 전화였다. 초록하늘반 선생님, 잘 부탁드려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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