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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치열한 취재현장에서 농촌으로… ‘귀촌의 행복학’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행복찾아 도시 떠난 '귀촌 5년차' 김영권씨

입력 2016-07-18 07:00   수정 2016-07-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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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5년차인 김영권씨는 귀촌의 첫 단계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강원도 화천 김씨 집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사진제공=김영권씨)

 

"산골에 와서 꼭 하고 싶은 일만 남겼더니 결국은 읽기, 쓰기, 걷기더군요. 이 세 가지만 남고 나머지 일들은 다 떨어져 나갔습니다. 저의 일상은 읽고 쓰고 걷는 삼박자로 돌아갑니다. 때론 다른 일들이 끼어 들지만 내 리듬이 있으니까 변박도 즐겁지요."

 

여느 소설가의 이야기가 같지만 아니다. 돈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생생한 현장에서 반평생 동안 치열하게 취재하던 경제부 기자 김영권씨의 얘기다. 김 씨는 20대 후반 언론계에 발을 들여 세계일보·파이낸셜뉴스·머니투데이 등을 거쳤다. 그런 그가 쉰 살이 되자 모든 것을 던지고 산골로 들어갔다. 김 씨는 지금이 나에게 맞는 편한 옷이라며 행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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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5년차 김영권씨

◇화려한 도시옷 대신 편안한 시골옷


“도시의 일이 화려한 옷이라면 산골의 일은 편한 옷입니다. 값비싼 명품 옷이 좋다면 남의 옷 같은 정장을 계속 입어야 합니다.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만약 한 벌의 편한 옷에 족하다면 문제가 쉬워집니다.”

그 옷 한 벌에 만족한다면 굳이 화려한 옷을 장만하기 위해 돈을 더 벌 필요가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김씨는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22년 동안 기자로 직장 일을 하면서 마련한 집과 돈을 긁어모아 귀촌을 준비했다.



결심을 실행에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은 도시 일을 정리하는 출구전략과 시골에 정착하는 입구전략이라는 섬세한 계획이 있었던 덕분이다. 그는 우선 아파트를 팔아 오피스텔 두 채를 샀다. 여기서 나오는 월세 수입 120만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저금해서 모은 돈으로는 시골에 터를 잡고 작은 집을 지었다. 귀촌 5년 동안 한 달 생활비를 120만원보다 더 많이 쓴 적이 없다. 김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 귀촌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귀촌은 여전히 직장인에게 어려운 문제다. 귀촌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전략은 자기 현실에 맞게 짜야 합니다. 제 경우는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지요. 중요한 것은 직장이나 집을 내려놓는 각오이고, 원하는 일을 현실화하는 전략입니다. 아무런 각오도, 전략도 없이 현실만 탓하면 어떤 길도 열리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도시에서 힘겹게 경쟁하면서 정신 없는 사는 것이 시골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합니다.”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산골로 들어온 김 씨는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지금이 즐겁고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꼭 하고 싶은 일만 할 것! 그 외의 일은 절대 하지 말 것!’이라고 매일 다짐합니다. 그래서 저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 걷어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수두룩했기 때문에 뺄 일도 아주 많았습니다. 뺄수록 욕심도 줄고, 씀씀이도 주니 일거양득이지요. 빼도 빼도 끝까지 뺄 수 없는 일, 그 일이 바로 ‘꼭 하고 싶은 일’입니다.”

김씨가 꼭 하고 싶은 일은 읽고 쓰고 걷기였다. 그는 귀촌 후 현직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칼럼과 책을 꾸준히 쓰고 있다. 집필한 책만 해도 ‘윌든처럼’, ‘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 등 3권에 이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인 결과다. 꼭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만 하는 김씨의 생활이 편한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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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씨의 강원도 화천 집 내부. (사진=성동규 기자)

 

◇"나의 농촌 삶 점수는 90점"

“귀촌 후 더 즐겁고 더 편해졌지요. 출근도 퇴근도 없이 자연의 시간에 따라 삽니다. 누구든 자기 마음이 즐거운 쪽으로, 자기 마음이 편한 쪽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면 무엇을 하든 즐겁고 편합니다.”

김씨는 행복을 찾는 방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했다. 딱히 왕도는 없었다. 행복이란 것을 찾고 또 찾거나 행복이 아닌 것을 하나씩 둘씩 걷어내는 방법이다.

그도 과거에는 전자의 방법을 썼다. 행복이란 것을 찾고 또 찾았다. 때로는 행복 같은 것을 찾아서 손에 쥐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 행복이 아니었다.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자신을 속였다. 그렇게 알고 속고, 모르고 속으면서 살았다.

그러다 한계에 다다르면서 두 번째 방법을 떠올렸다. 행복이 아닌 것. 다시 말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걷어낼수록 진정한 행복이 보다 명확해 진다는 그 단순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됐다. 행복이 아닌 것을 걷어내는 과정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꼭 하고 싶은 일 외에는 걷어내고 걷어내고 걷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행복을 찾았냐구요? 글쎄요. 아직도 걷어낼 것들이 많아서 자신하지 못하겠군요. 하지만 나는 행복이란 것을 찾고 또 찾느라 힘겨웠던 때보다 훨씬 행복합니다. 이제는 행복하지 않은 것이 많지 않습니다. 해가 떠서 좋고 달이 기울어서 좋습니다. 비가 내려서 좋고 바람이 불어서 좋습니다.”

김씨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행복이란 결국 마음의 상태에 달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삶에 매기는 점수가 90점 정도라고 자평했다.

원 없이 살고 온전하게 삶을 맛보았다고 느낄 때까지 걷어내기를 계속할 계획이란다. 현재 삶의 점수가 낮은 사람은 그만큼 잘 못살고 있는 것이니 당장 달리 살아보라고 권유했다. 더 늦기 전에 삶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죽을 때 억울해서 편히 눈을 감지도 못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으로 김씨는 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에게 ‘철학의 전환’을 강조했다. 도시에서 살던 마음가짐 그대로 시골로 오면 적응하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게 불편하고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고민만 더 깊어지는 이들을 적잖이 봐왔다고.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확신하게 됐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자연 속에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겠다는 다짐,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삶을 누리겠다는 결심, 그렇게 사는 것에서 더 깊은 삶의 맛과 의미를 찾겠다는 각오가 있다면 떠날 준비를 하라. 지금 당장.

 

성동규 기자 dongkuri@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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