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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걷잡을 수 없는 탐욕과 욕망에 중독된 이 시대의 자화상, 고선웅·구자범의 오페라 ‘맥베드’

[Culture Board]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변강쇠 점찍고 옹녀', '홍도', '산허구리' 등 고선웅 연출의 오페라 데뷔작
구자범 지휘자의 공식 복귀 무대, 셰익스피어와 베르디의 만남 오페라 '맥베드'
맥베드 양준모, 김태현, 레이디 맥베드 오미선, 정주희

입력 2016-11-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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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꼭 닮은 어느 시대의 오페라 ‘맥베드’.(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블랙이 레드를 삼켜 버리는 공포.’ 생을 마감하기 직전 마크 로스코(Mark Rothko)가 느꼈을 그 감정을 연상시킨다.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의 세기말적인 그 미래처럼 차기도 하다. 사실 최순실게이트로 시끄럽고 처참한 최근 사태에서 목도되는 걷잡을 수 없는 탐욕과 욕망의 중독과 그들의 최후가 가장 선명하게 떠오른다.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동명 희곡을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가 해석한 곡으로 꾸린 오페라 ‘맥베드’(Macbeth)가 오늘 개막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칼로막베스’라는 연극으로 비틀어 무대에 올렸던 고선웅 연출과 베르디의 ‘맥베드’에 익숙한 구자범 지휘자가 의기투합한 작품은 꼭 지금의 이 시대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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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맥베드’의 우울하고 비정하며 탐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 맹인 마녀들과 현혹되는 맥베드 양준모.(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한 여자한테 밥 좀 달랬더니 꺼지라는 거야. 그래서 배를 침몰시켜 그 여자 남편을 죽이려고!”

“내가 북풍을 빌려줄게!”

합창단들로 꾸린 맹인 마녀들이 수다를 떨 듯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부터 독설과 저주를 내뿜는다. 

 

제작발표회 당시 구자범 지휘자가 주목하라던 이 마녀들은 극 전반을 아우르는 우울하고 비정하며 탐욕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존재들이다. 

 

이들에 대해 고선웅 연출은 “맥베드(양준모·김태현)가 목 매는 예언을 하는 맹인술사”라며 “보지 못하는 사람이 보고 볼 수 있는 사람은 보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탐욕과 욕망, 권력에 대한 중독은 휠체어에 가까운 왕좌 밑에 깔린 붉은 천으로 표현된다. 

 

고선웅 연출은 “씻을 수 없고 덮을 수 없는 욕망과 죽음, 피로 물든 왕좌를 상징한다”며 “사람이 뒤집어 쓸 때는 죽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스코틀랜드라고 칭하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와 베르디가 설정했던 그 시대는 분명 아니다. 미래의 어느 때처럼 SF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포스트 모던한 느낌을 강조하고 영상 이미지를 극대화해 공간 및 인물의 심리적 상태와 일치시키고자 했다”고 전했다. 왕 던컨, 맥베드와 레이디 맥베드(오미선·정주희) 등을 둘러싼 몹신(대규모 인원이 동원된 장면)에 대해서는 ‘우주적 낭만주의’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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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모던한 ‘우주적 낭만주의’를 표현한 오페라 ‘맥베드’의 무대.(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무대에서 눈에 띄는 장치는 세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액자다. 마크 로스코의 작품처럼 덧칠된 캔버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어지러운 패턴들이 영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의 설명처럼 극대화된 영상 이미지는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에 따라 어지럽게도 점멸한다.

 

후반부에는 나무, 숲을 표현하는 합창단들에 의해 무대 위로도 작은 액자들이 등장한다. 이에 대해 이원호 영상 디자이너는 “액자는 국경을 넘어 혹은 창문 밖을 본다는 의미기도 하고 창과 방패 등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저주받은 이들이 지배하는 이 나라, 이제 악인만이 갈 수 있을 거야”, “발정난 고양이가 세번 운다” 등 맥베드의 권력욕과 타락을 부추기는 마녀들의 예언에 심난해지는 오페라 ‘맥베드’는 24일 개막해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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