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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뷰] 첫곡부터 역대급 떼창… 5만 관객과 함께 한 콜드플레이 내한공연

입력 2017-04-16 12:10
신문게재 2017-04-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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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사진제공=현대카드)

 

어둠 속 5만명 관객의 손목에서 자일로 밴드(LED 손목밴드)가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마치 밤하늘의 별을 연상시키는 밴드의 빛이 떼창과 어우러진 잠실주경기장의 풍경은 축제에 가까웠다. 15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공연 현장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콜드플레이는 5만 관객과 호흡하며 ‘21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록밴드’다운 위용을 뽐냈다. 지난해 남미에서 시작된 월드투어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A Head Full of Dreams)의 일환으로 전세계를 돌고 있는 콜드플레이는 이번 투어에서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한국과 필리핀 공연을 결정했다.

U2와 함께 국내 록팬들이 가장 내한을 바라는 스타였던 콜드플레이의 공연 소식에 예매일이었던 지난해 11월 23일, 동시에 90만명이 접속해 서버가 다운되고 1분 만에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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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첫 내한공연을 펼친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마틴이 무대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카드)
콜드플레이의 역사적인 내한공연은 팬들의 공연을 부응하기에 충분했다. 7집 타이틀곡 ‘어 헤드 풀오브 드림스’부터 떼창이 터져나왔다. 여타 공연에서는 엔딩에서나 볼법한 함성이었다.

이어지는 ‘옐로’에서는 원격으로 조정되는 자이로밴드의 빛이 세월호의 슬픔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변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공연에 앞서 콜드플레이의 드러머 윌 챔피언은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관심을 드러내며 “16일 공연에서 우리도 한국인의 슬픔에 대해 공감하는 연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보컬 크리스 마틴은 세 번째 곡인 ‘에브리 티어 드롭’을 부를 때 태극기를 무대에서 힘차게 흔들었다.

그는 공연 내내 태극기를 허리춤에 두르고 드넓은 주경기장 무대를 뛰어다녔다.

메인무대에서 관객석으로 이어진 스테이지까지 껑충껑충 뛰어갈 때 마치 발레리나처럼 빙글빙글 돌다 결국 무대 위로 쓰러진 그의 허리춤에서 태극문양이 펄럭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픽스유’와 ‘비바 라 비다’였다. 윌 챔피언이 “상실을 노래하고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라고 소개한 ‘픽스유’는 보컬 크리스 마틴이 아버지를 잃고 슬퍼하는 전처 기네스 펠트로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픽스유’를 부를 때마다 하늘의 별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노래한다는 크리스 마틴은 무대 위에 누워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보드라운 음성으로 5만 관객을 어루만졌다.

세월호 3주년 전야였던 이날 5만 명의 관객들은 “내가 당신을 고쳐줄게요”라는 가사에 숨을 죽였다. 치유와 힐링을 내세운 서정적인 멜로디, 전세계 난민 인권 개선을 위해 힘써왔던 콜드플레이가 한국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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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사진제공=현대카드)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비바 라 비다’는 마치 혁명가처럼 울려펴졌다. 글로벌 히트곡인 이 곡은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했던 시기, 거리로 뛰쳐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입을 통해 널리 불려졌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했던 JTBC ‘뉴스룸’에서도 지난 1월 이 곡을 선곡했고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했던 지난 달 10일에는 각종 TV프로그램과 라디오에서 흘렀던 곡이다.

“오오오~”라는 후렴구 떼창이 웅장하게 공연장을 감싸고 관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호응하며 축제를 즐겼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크리스 마틴은 공연 말미 “여러분은 가장 훌륭한 관객이었다. 굉장한 밤이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바닥에 펼쳐진 태극기에 입을 맞추며 축포와 함께 사라졌다. 앙코르 없는 공연의 아쉬움은 ‘비바 라 비다’를 부르는 관객들의 떼창이 대신했다.


◇콜드플레이 월드투어의 비밀, “이건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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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사진제공=현대카드)

콜드플레이 7집 발매를 기념하는 ‘어 헤드 풀 오브 드림스’ 월드투어의 로고는 크고 작은 원이 중첩된 형태다. 이 로고는 인도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마틴은 지난 2015년 영국 국제 극빈자 구제기관 ‘옥스팜’ 자원봉사 차 인도를 방문해 델리의 소규모 극장에서 깜짝 공연을 펼쳤고 비욘세가 피처링한 ‘힘 포 더 위크앤드’의 뮤직비디오 역시 발리우드 콘셉트로 촬영하는 등 평소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세계적인 톱스타답게 공연의 세세한 구석까지 일일이 챙겼다. 실제로 15일 오후 3시 예정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는 사운드 체크 때문에 약 1시간 40분여나 미뤄졌다. 필리핀에서는 2시간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 마틴은 “(공연장인 잠실주경기장이) 연주하기에 좋은 곳이어서 이것저것 새로운 것들을 리허설에서 해봤다”며 “스타디움이 아닌 체육관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연 내내 뿌려졌던 오색 꽃가루는 새 모양으로 오려졌다. ‘버드’를 부를 때 마치 한 마리 새가 날아 관객의 품에 안기는 느낌을 받았다. 연출팀의 원격조정에 의해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으로 일제히 변화하는 ‘자이로밴드’ 역시 콜드플레이 측의 요청이다. 콜드플레이는 자이로밴드 외 형광 조형물 반입을 허용치 않는다. 기타의 조니 버클랜드는 “관객과 밴드가 하나되는 공연에 ‘자이로밴드’의 역할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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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첫 내한공연(사진제공=현대카드)

 

콜드플레이는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의 국기를 준비하고 해당 국가만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15일 공연에서도 마틴은 ‘사우스 코리아 송’(South Korea Song)을 준비했다. 이 곡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녹여낸 노래다. 실제로 콜드플레이는 처음으로 방문한 한국이라는 나라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크리스 마틴은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17 교향악 축제’의 하나로 펼쳐진 대구시향 공연을 관람했다. 워너뮤직에 따르면 이번 공연관람은 크리스 마틴이 이날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이명주에게 관심을 드러내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크리스 마틴은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 전시된 ‘강남스타일’ 조형물 앞에서 말춤 포즈를 취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여타 멤버들도 민속촌과 숙소 근처 봉은사를 방문하고 한국음식을 맛보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들이 한국에 대한 음악을 선보일지도 관심사다. 실제로 종종 일본을 방문했던 콜드플레이는 ‘러버스 인 재팬’이란 노래를 수록하기도 했다. 이 곡은 크리스 마틴이 일본 후지산 일출에 감명받아 만든 노래로 알려졌다.

콜드플레이는 뒤늦게 한국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리허설을 20년간 하느라 늦었다”고 말했다. 크리스 마틴은 공연에서 “이 순간을 기다렸다”며 자신들을 오랫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이날 공연에는 비, 보아, JYJ 김재중, 박신혜, 한예슬, 정려원, 인피니트 남우현, 엄정화, 씨엔블루 강민혁, 산다라박, 소이, 조권, 김윤아 부부, 박지윤 부부 등 스타들이 대거 자리했다. 콜드플레이는 16일 한국 공연을 마친 뒤 19일 도쿄돔에서 열리는 공연을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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