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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쓰릴 미’ ‘어쩌면 해피엔딩’ ‘키다리 아저씨’…'성룡키드' 김종범 사진작가, 대한민국 히트 공연에서 노닐다!

작품 이미지·포스터로 관객 소통… 김종범 공연전문 사진작가

입력 2017-04-28 07:00
신문게재 2017-04-28 13면

김종범
김종범 작가.(사진=본인 제공)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쓰릴 미’, 일본을 비롯한 해외 진출을 진행 중인 ‘어쩌면 해피엔딩’, 각박한 시대에 설레는 사랑과 성장담을 다룬 작품으로 5월 16일 재연 개막을 앞두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 6월 1일 8년만에 돌아오는 코믹 호러 ‘이블데드’까지 2017년의 대한민국 화제작 포스터와 이미지는 김종범 사진작가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연극, 뮤지컬 등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무대 위에 오른 배우 고유의 해석 및 표현 등을 이미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공연 전문 사진작가다. 공연, 배우와 관객 사이에 이미지로 오작교를 놓고 있는 그는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극적인 하룻밤’ ‘옥탑방 고양이’ ‘번지점프를 하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넥스트 투 노멀’ 등 대학로에서 사랑받는 연극, 뮤지컬과 함께 했다.


◇‘나쁜 자석’ 같은 시절…성룡키드, 오락실 총각, PC방 사장, 늦깍이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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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나쁜자석'.(사진제공=김종범 작가)

 

“거짓 없이 액션을 소화하는 게 너무 멋있었어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죠. 만약 세상에서 단 한명을 다시 과거로 돌릴 수 있다면 성룡을 돌려주고 싶어요.”

 

시작은 성룡같은 배우지망생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성룡처럼 영화를 찍기 위해 무술을 배우고 합기도 시범단 활동을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는 JB(종범)스턴트맨즈 클럽을 만들어 무술을 연마(?)했다. 

 

성룡의 액션을 흉내내다 나무에 부딪혀 기절을 해도 마냥 좋았다. 한동안은 유덕화, 곽부성 주연의 ‘신조협려’(1992)에 빠져 활검을 배우기도 했다. 자연스레 영화과에 진학했지만 상상과는 달랐다.  

 

김종범
김종범 작가.(사진=본인 제공)

실망과 회의를 반복하며 겉돌다 휴학을 하고 보조출연을 알선하는 한국예술을 통해 굵직한 사극, 드라마, 영화 등에 열심히 얼굴을 내비쳤다.

 

하지만 묘한 유혹과 이상한 제안들, 별안간 바뀌는 캐스팅 등에 마음을 다쳤고 그 상처와 회의는 쌓이고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모님의 오락실을 물려받았고 PC방으로 전환해 본격 경영에 나섰다. 그렇게 13년을 오락실 총각, PC방 사장으로 살았다. 

 

“2004년엔가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취미가 뭔지를 묻길래 사진이라고 했어요. 사실 사진을 한번도 찍어 본 적도 없었는데 그냥 멋있어 보였거든요. 사진이. 다음날 놀이동산에 가기로 해서 처음으로 카메라를 샀어요. 그나마도 잘못 골라서 자동카메라를 산 거예요. 고가의 자동카메라. 그렇게 처음으로, 자의에 의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의 나이 서른한살이었다. 현실과 타협해 배우에 대한 꿈을 접으면서 무기력했던 그에게 오랜만에 ‘재미’와 ‘열정’을 불어넣은 돌파구가 돼 준 것이 사진이었다. 늦게야 깨달은 재미에 PC방을 운영하다보니 그의 표현대로 “남는 게 시간이고 컴퓨터”인 덕분에 사진과 포토샵을 독학할 수 있었다. 

 

“지금도 사진 이론이나 그런 건 잘 몰라요. 영화의 어떤 장면을 사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장유정 연출의 웨딩사진과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연우무대의 ‘칠수와 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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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무대 작품으로 장유정 연출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사진제고=김종범 작가)

“한참 사진에 흥미를 느끼던 찰나에 동생(김재범)이 뮤지컬이란 걸 하게 됐어요. 그래서 (대표님과 연출님께) 사진 한번 찍으면 안되냐고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기회를 주셨어요. 그렇게 드레스 리허설 촬영을 하게 됐죠.”

그 작품이 연우무대 장유정 연출의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06)였다. 보조작가로 주변에서 찍은 사진을 연우무대의 유인수 대표와 장유정 연출은 매우 흡족해 했다. 장유정 연출은 자신의 웨딩촬영을, 유 대표는 차기작 ‘칠수와 만수’의 사진작업을 그에게 맡겼다. 

“그때까지는 취미의 일환이었지만 너무 기뻤어요. 하지만 전 스튜디오 촬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고 조명을 어떻게 쓰는 줄도 몰랐어요. ‘멘붕’이 왔죠. 스튜디오 실장님이 세탱해주신대로 촬영해 넘기긴 했는데…대표님께 야외 촬영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 드리고 다시 작업을 했죠.”

그렇게 그의 첫 작업은 꽤 성공적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로 만화 속 주인공 혹은 게임 캐릭터처럼 미션을 완수하듯 연구하고 배우며 실력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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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우선시했떤 시절 작업한 '날 보러 와요'.(사진제공=김종범 작가)

“초반엔 조명도 잘 모르니 야외촬영을 많이 했어요. 그렇게 영화처럼 미장센을 만들고 장면 장면을 찍는 게 너무 재밌고 좋았어요.”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1년에 한번, 6개월에 한번으로 조금씩 늘기 시작해 2009년 ‘날 보러 와요’부터 본격적인 공연 전문 사진작가로 전업했다. 그렇게 “2번째로 좋아하는 일”은 그의 직업이 됐다. 


◇작품이 먼저? 배우가 먼저? ‘날 보러 와요’와 ‘쓰릴 미’ 사이

“전 대본분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본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극 분위기를 떠올리고 그림을 그리죠. 당시만 해도 작품이 먼저였어요. 배우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했죠.”

그 사진 스타일을 극명하게 담은 작품이 손종학이 김반장, 송새벽이 김형사, 최재웅이 조형사, 김재범이 용의자, 김대종이 박형사로 출연한 2009년 ‘날 보러 와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기도 하다. 

“2010년에 ‘쓰릴 미’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너무 기뻤어요. ‘쓰릴 미’잖아요.”

10주년을 맞은 ‘쓰릴 미’는 공연계에도 그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6시즌이나 함께 하고 있는, 공연계에 삭풍이 불어닥치며 제작사들이 스러져 가던 시절을 함께 견딘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이 우선됐던 이전과 달리 ‘쓰릴 미’는 배우의 멋진 모습을 담아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촬영했어요. 예전엔 작품에 배우가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좀 바뀌었어요. 배우의 베스트인 얼굴을 찾아서 작품을 녹이려 노력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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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쓰릴 미'의 신성민(왼쪽)과 송원근.(사진제공=김종범 작가)

디렉션을 주기 보다는 배우들이 하고 싶은 걸 하는 10~15분 동안 그들의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진 모습을 찾는 데 온힘을 다 쏟아 붓는다.

“초반의 제 사진들은 포토샵 효과가 많이 들어갔어요. MSG를 엄청 쳤죠. 그때는 포토샵을 처음 보다보니 너무 재밌기도 했고 ‘나 애썼다’는 티를 내는 느낌이 좋았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힘을 빼고 있어요. 자연주의 음식처럼 자연광이 너무 좋아요.”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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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년 '어쩌면 해피엔딩'의 클레어 이지숙.(사진제공=김종범 작가)

 

“여건이 된다면 지금이라도 유학을 가고 싶어요.”

오롯이 사진에만 집중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삶이다. 그 삶에서 김종범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제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에게 항상 고맙고 네가 있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꼭 말하고 싶어요. 그 친구를 비롯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저를 사랑할 수 있게, 제가 그럴만한 존재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많이 배우고 허투루 있을 수 있는 시간에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려고 노력 중이죠.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 편히, 떳떳하게 서고 싶어요.”

‘키다리아저씨’ ‘이블데드’를 비롯한 작업에 몰두하며 그는 10년 안에 꼭 만들어보고 싶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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