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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고아성 “부당한 경험 있어...은호원에게 감정이입했죠”

[人더컬처]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 여주인공 고아성

입력 2017-05-24 07:00
신문게재 2017-05-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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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이 브릿지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포즈를 취했다. (양윤모 기자)

 

“가르쳐주지 않아서 그렇지, 저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이 한마디에 전국의 비정규직, 계약직 직원들이 공감의 눈물과 통쾌한 웃음을 동시에 지었다. MBC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의 여주인공 은호원(고아성)은 보잘 것 없는 스펙 때문에 취업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다 101번째 관문에서 간신히 취업에 성공하는 인물이다. 바늘구멍을 뚫었다고 생각했지만 계약직인 은호원에게 정규직은 오르지 못할 산이다. ‘88만원 세대’로 시작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까지, 이른바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의 모습이 투영된 현실적인 캐릭터는 ‘시한부’ 설정을 덧입으며 부당한 현실을 당차게 폭로하는 오피스 판타지로 피어났다.

은호원 역의 고아성의 연기는 캐릭터에 활력을 더했다. 때로 20대 청춘을 위로했고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제 고작 만 24세인 고아성은 20년 연기경력의 내공을 은호원에 투영했다. 인간 고아성과 드라마 속 은호원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았지만 고아성은 짧은 인생경험을 쏟아부었다.

“처음에는 역할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무겁게 느껴졌죠. 취업도 안 되는데 시한부 삶을 사는 인물이잖아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어려웠죠. 하지만 은호원처럼 다양한 감정을 갖고 있는 다채로운 인물을 언제 연기할 수 있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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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아성 (양윤모 기자)

 

다행히 정지인PD는 이런 고아성의 고민에 공감하며 “절대 무겁지 않고 유쾌한 오피스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현실과 비슷한 상황 설정으로 위안을 주면서도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통쾌한 재미를 안기는 연출의 묘미는 은호원의 대사로 표현됐다. 자신이 시한부인 줄 아는 은호원은 계약직에게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를 하는 상사들에게 통쾌한 사이다 발언을 날렸다. “(계약직도)가르쳐 주면 잘한다”는 대사를 연기할 때는 은호원의 감정에 이입해 대본에 없는 눈물까지 흘렸다.

“사실 저와 은호원은 그다지 비슷한 면이 없어요. 하지만 저도 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있죠. 꼭 갑을 관계가 아니어도 부당한 관계는 어떤 상황에서도 존재하니까요. 배우는 직급이 없는 직업이잖아요. 오래 했다고, 잘한다고 직급이 높지는 않아요. 그래서 은호원의 대사가 무척 통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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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자체발광 오피스’의 한장면(사진제공=MBC)

 

다행히 ‘자체발광 오피스’의 현장은 배우들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고아성은 “이렇게 애드리브가 난무한 현장도 없었다”며 “슛만 들어가면 호기심과 장난기가 난무했다”고 배시시 웃었다. 한참 연상인 하석진(서우진)에게 애드리브로 반말을 하거나 일명 ‘은장도’트리오로 호흡을 맞췄던 호야(장강호), 이동휘(도기택)와 소중한 우정을 쌓은 것도 고아성이 이번 작품에서 얻은 소득이다.

 

 

고아성은 4살 때인 1997년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외환카드 CF 아역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13세 때인 2006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괴물’, ‘여행자’, ‘오피스’로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세번이나 밟은 보기 드문 경력의 소유자다. 충무로에서 주로 활동했던 고아성은 2015년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여고생의 출산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아역에서 성인 연기로 무사히 안착했다. ‘자체발광 오피스’는 고아성의 이름을 건 첫 드라마 주연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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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자체발광 오피스’의 한장면(사진제공=MBC)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만큼 아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그는 요즘 글쓰기에 여념이 없다. 매일 일기를 쓰며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중이다. 또래이기도 한 밴드 혁오의 음악에 도전받으며 언젠가 한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멋진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공개했다.

“배우는 감독의 이야기를 구현하는 직업이잖아요. 제 손이 닿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갈망이 있어요. 밴드 혁오의 음악을 들으면서 과연 내가 이 앨범에 상응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자극받았죠. 저도 살면서 한번은 정말 멋진 일을 해보이고 싶어요.”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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