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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상에 약주(藥酒)란 없다' 인류 역사화 함께 해 온 음주에 대한 논란

입력 2017-08-28 07:00
신문게재 2017-08-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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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들끼리 술을 마시는 장면 연출, SNS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기업인들을 청와대에 불러 하루는 생맥주 하루는 칵테일 잔을 기울이며 집들이 성격의 행사를 열었다.



초대 국무총리는 여야 정치인들과 막걸리 한 잔 하며 소통하겠다는 말로 총리 지명 첫 소감을 대신했다. 과거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대통령 암살사건 당시 대통령이 먹던 술은 수 십 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새정부 들어서면서 정치, 외교, 시사 문제를 비롯해 지인들 간 술자리를 부르는 각종 안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한국인들의 음주문화가 재조명 되고 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술을 ‘발암물질’로 규정, 아무리 소량이라도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음주의 이점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술을 ‘약주(藥酒)’라 부르며 칭송해 온 한국 전통 문화와 배치되는 것은 물론 적당한 음주는 혈액순환, 나아가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인류 공통의 보편적인 상식을 전면 부정한 것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적당함’의 기준이다. 최근 미 보건당국에 따르면 음주 조절장애(alchol problem)는 대체로 저학력, 저임금, 노년층 그리고 여성이라는 그룹의 사람들이 취약한 것으로 관찰되었다.

미국 보스톤의 베스 이스라엘 디커너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의 알콜 전문 연구원 케네스 무카말 박사는 ‘술이 몸에 좋은가 나쁜가’라는 질문처럼 답하기 어려운 것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는 3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술을 발암물질로 규정한 것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뒷받침 됐던 사안이나 최근에는 이것이 성급한 일반화였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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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완성된 실험결과, 소량 내지는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은 아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갑작스런 질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0%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특히 심장질환의 경우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한(moderate)’ 음주를 하는 사람이 뚜렷하게 발생빈도가 낮았다.

반면 과음을 하는 습관이 있는 그룹은 암을 포함 각종 성인병 등 질병에 의한 사망 확률이 27%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무카말 박사는 “개개인의 주량과 체질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과음이 건강에 해로운 것 만큼은 확실했다”며 적당한 수준을 넘어갈 경우 결국 건강에 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소에는 적당한 음주를 하는 사람도 가끔 씩 과음을 하면 이것도 역시 건강을 해치는 요소로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국립 알콜 중독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의 조지 쿱 박사는 알콜이 체내에서 당뇨와 뇌졸중을 예방하는 잠재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일주일에 평균 14잔의 술을 마시는 남성과, 9잔의 술을 마시는 여성이 확률적으로 당뇨 발병율이 가장 낮았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음주가 암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특히 어떤 종류 혹은 횟수라도 음주를 하는 여성과 유방암 발병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높았다는 것이다.

샌 디에이고 대학의 알리슨 무어 박사는 꾸준한 소량의 알콜 섭취가 뇌의 노화를 늦춰준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녀는 매일 3잔 미만의 음주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85세까지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현저한 저하가 나타나지 않는 비율이 2배 가량 높았다고 한다.

결국 식사 때 마시는 소량의 음주가 혈액순환을 도와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주고 뇌에 지속적으로 혈액과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시켜 결국 치매예방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의학상식이 임상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무어 박사는 보통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면, 취재진이나 참석자들은 마지막에 결국 “그래서 술을 마시라는 건가요 아니면 마시지 말라는 건가요?” 라고 물어온다고 한다.

뉴욕 레녹스 힐(Lenox Hill) 병원의 여성 심장건강 연구소장 수잔 슈타인바움은 이를 개인차에 따른 지극히 개별적인 이슈라고 강조한다. 그녀는 어떤 이에게 어떤 종류의 술의 잘 맞는지 그리고 얼만큼의 양이 적당한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말했다.

물론 앞서 연구결과처럼 과음은 어떤 사람에게도 어떤 측면에서도 건강에 해롭게 나타났고 문제는 ‘적당한’ 양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케네스 무카말 박사는 질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청년층의 음주는 사회적으로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음주를 권한다면 젊은층은 음주 습관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노년층은 꾸준히 그리고 적당한 음주량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젊은 나이부터 과음을 하는 습관은 점차 폭음으로 바뀌고 이는 점점 더 고착화 돼, 정작 적당하고 꾸준한 음주습관이 갖춰져 있어야 할 노년층이 되어서는 음주량 조절 장애로 인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영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폭음(binge drinking)’의 잠재력이 있는 사람은 술을 빨리 마시는 경향이 있고, 취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알콜이 갖고 있는 여러 순기능과 악기능에도 불구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적당한 음주’가 핵심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연구결과를 내 놓은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적당한 음주’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 질병관리 본부(Centers for Disear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배포한 ‘적당한 음주 습관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살펴보면 심장마비와 각종 안전사고 등 폭음의 위험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술을 경쟁하듯 마시거나 강요하는 자리를 피하라고 경고한다. 또한 자신에게 적당한 음주량을 파악해 식사처럼 조절하고 무조건 천천히,되도록 섞어마시는 ‘폭탄주’를 자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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