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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펀치 부재에 무너져 내린 ‘브라질 이소룡’

입력 2017-12-1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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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패로 물러난 페레즈(UFC)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세이브 마트 센터에서 벌어진 UFC 파이트 나이트 123에서 마르틴 페레즈(28,브라질)는 기회를 잡았다. 미들급 기대주 에릭 앤더스(30,미국)과 맞붙기로 했던 존 필립스에게 문제가 생겨 대체 선수로 나서는 행운을 잡았다. 경기 결과는 판정패.

 

앤더슨은 이전까지 9승 무패로 대단한 상승세를 자랑했다. 페레즈 또한 9승 무패를 달려왔다. 주목을 받는 쪽은 앤더슨이었지만 그를 꺾는다면 역으로 자신이 더 많은 것을 빼앗아갈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한 찬스를 대체 선수로서 가져간다면 MMA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임은 분명했다.

 

마이너무대에서 뛸 당시의 페레즈는 밸런스가 좋은 선수였다. 9승을 넉아웃, 서브미션, 판정으로 각 3승씩 챙기며 다양한 방식으로 승리를 가져갈 수 있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하늘의 별이 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격투계에는 무술가이자 영화배우 출신인 이소룡(李小龍)의 팬들이 많다. UFC 역시 마찬가지다.

 

이소룡 키드로 유명한 '브루스 리로이' 알렉스 카세레스(29,미국)가 대표적이다. 주특기를 쿵푸라고도 밝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페레즈 역시 이소룡의 광팬임을 드러냈다. 파이팅 스타일 역시 이소룡을 많이 참고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페레즈의 움직임에서는 동양무술 마니아답게 개성이 많이 드러났다. 마치 이소룡이 영화 속에서 밟은 듯한 스텝을 따라하는가 하면 일반적인 레그, 바디, 헤드킥 외에 펄쩍 점프해서 내리찍는 발차기까지 구사했다. 의외로 클린치 싸움도 끈끈해 중반까지 앤더슨의 파워풀한 몸싸움도 잘 견디어냈다.

 

문제는 펀치였다. 페레즈는 펀치가 약한 수준을 넘어 없어보였다.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발차기로 타격전을 펼치고 붙으면 클린치 싸움을 할 때만 해도 크게 밀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앤더슨이 펀치로 거칠게 밀고나오자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게임 흐름을 완전히 넘겨줬다.

 

위태롭게 결정적 한 방은 피했으나 정타 한번 내지 못해 앤더슨이 마음 놓고 펀치를 휘두르게 했다. 엉뚱한 곳을 쳐다보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휘두르는 노룩펀치(?) 혹은 백스핀 엘보우 등 변칙 공격도 자주 반복되다보니 앤더슨에게 별다른 위협을 끼치지 못했다.

 

중거리 펀치 대결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다보니 계속 압박을 당하고 데미지가 쌓이며 그라운드 싸움에서조차 밀리고 말았다. 흐름을 완전히 넘겨준 것이다.

 

페레즈가 대체선수로 들어와 준비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펀치 기술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최소한의 보강 없이는 지옥의 미들급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보인다. 다른 단체에서는 챔피언까지 차지한 바 있지만 UFC는 다르다.

 

상대인 앤더슨 역시 펀치기술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터프하게 휘둘러 댔을 뿐이다. 펀치에 능숙하거나 정교한 기술까지 겸비한 선수에게는 힘도 못써보고 당할 가능성도 높다.

 

그나마 가능성을 보인 것은 디펜스 능력이다.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에서 2년 동안 쿼터백으로 뛰었던 엘리트 체육인 출신 앤더슨은 KO 승리가 6회인데 모두 1라운드에 끝냈다. 그러한 앤더슨을 상대로 중반 이후 일방적으로 밀리면서도 판정까지 견디어냈다는 것은 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더 나아질 여지는 분명히 있다.

 

페레즈가 진정한 이소룡 마니아라면 생전에 이소룡이 즐겨 쓰던 촌경(寸勁)’이라도 갖춰야한다. 그만큼 펀치기술은 페레즈의 향후 옥타곤 생존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사항이 될 수 있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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