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세브란스병원 “간 건강이 심장기능에도 나쁜 영향”

강은석·이용호 내분비내과 교수팀,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의한 심부전 발병 관련성 첫 규명

입력 2018-01-19 15:08

기사이미지
강은석·이용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지방간 환자 심장근육 에너지 소비, 정상군 비해 30% 낮고 좌심실도 커

국내 연구진이 지방간에 의한 심부전 발병 연관성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다. 강은석·이용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 심장근육의 기능 약화를 초래, 심부전 발병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적인 소화기학술지인 ‘유럽간학회지’(Journal of Hepatology, IF 12.5)에 주목도 높은 연구결과로서 편집자 의견(Editorial comment)과 함께 게재됐다.


연구팀은 이 병원에서 간기능을 살필 수 있는 정밀 혈액검사, 간의 지방량 및 탄력도를 측정하는 간섬유화 스캔검사,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살펴보는 심장초음파 검사, 체내 조직이 소모하는 포도당 대사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 등을 받은 간 특화 건강검진 수검자 387명 가운데 간염 등 간질환과 다양한 심혈관질환을 갖고 있는 이들을 제외한 308명을 대상으로 확정하고 간과 심장 기능의 상호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308명 중 118명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됐다. 190명은 정상 수준의 간수치를 유지했다. 지방간 진단군은 체질량지수(BMI)가 평균 26±3㎏/㎡로 간수치 정상군의 23±2.7㎏/㎡에 비해 높았다. BMI 25 이상인 비만군의 비율은 진단군이 58%로 정상군의 16%보다 높았다. 고혈압 비율도 진단군이 47%로 정상군의 33%로 높았다. 당뇨병 비율도 진단군은 24%, 정상군은 13%였다.


PET 및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본 심장기능은 진단군과 정상군 간에 큰 격차를 보였다. 심장초음파 검사 상 진단군은 정상군에 비해 심장기능 저하와 구조 변형이 통계적으로 더 많이 확인됐다. 심장 수축기능을 보여주는 심장박출량은 진단군과 정상군과 비슷했지만, 좌심실의 이완기능이 저하된 환자군 비율은 진단군이 정상군의 1.9배 수준이었다. 또 진단군의 좌심방 크기가 정상군의 평균 1.2배로 약 17% 정도 커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ET-CT 검사결과에선 진단군의 심장근육이 소모하는 포도당 흡수율이 정상군에 비해 평균 30%정도 적어 심장근육의 대사 기능 활성도가 상대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강은석 교수는 “심장근육의 약화로 이완기능이 저하되면 ‘이완기 심부전’(diastolic heart failure)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연구에 착수했다”며 “연구결과 간에 축적된 지방 축적량보다 간 섬유화 진행 정도가 이완기 심부전 발병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장이완 기능 약화는 간조직이 탄력을 잃고 굳어지는 섬유화가 있을 경우 진단군이 정상군에 비해 2.3배 더 위험도를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에 따르면 전체 심부전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완기 심부전을 앓고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매년 증가세다. 심부전은 심장이 적절한 수축과 이완운동을 통해 온 몸에 보낼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뿜어내지 못하는 중증 심장질환이다. 국내 심부전 환자수는 2010년 9만9000여명에서 2016년 12만2000여명으로 22% 증가했으며 사망률도 인구 10만명 당 3.7명에서 10명으로 상승했다.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세계적인 지방간질환 전문가인 영국 사우스햄튼대 종합병원 크리스토퍼 번(Christopher D. Byrne)교수는 유럽간학회지 편집자 의견(Editorial comment)을 통해 “지방간과 간섬유화가 심장 이완기 기능의 저하와 장애를 초래해 이완기 심부전의 주요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임상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규명한 연구로 높이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 교수는 “당뇨병과 비만이 같이 있으면 이완기 심부전의 발병 위험도를 높일 지방간염으로 이환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식사요법·운동요법과 조기발견을 통한 약물요법 등 신속한 치료를 주문했다. 이용호 교수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자각증상은 물론 합병증도 없기 때문에 조기진단을 놓치기 쉽다”며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이번 연구의 또하나의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지방간(fatty liver)은 간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축적돼 간세포의 기능이 저하되고 담도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보통 전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할 경우 지방간으로 정의한다. 20여년 전만 해도 국내 지방간 환자는 과음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주류를 이루었으나, 현재는 과식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4배 이상으로 많다. 대한간학회는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를 전체 인구의 33%로 추정하고 있다.



정종호 기자 healtho@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