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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입덧 방치하면 태아 건강까지 악영향

불안감·스트레스, 구토·식욕감소 등 증상 악화 … 성인기 당뇨병·정신질환 위험 높여

입력 2018-07-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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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입덧은 임신부의 엽산제 복용 등을 방해해 기형아 및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입덧은 임신부의 50~80%가 겪는 증상이다. 하지만 새 생명을 잉태했다는 기쁨에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로 치부되기에는 큰 고통이 따르며 심하면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괴로운 생리현상 중의 하나다.



임신 초기인 4~8주에 시작해 16주 정도가 지나면 없어지는 입덧은 많은 임신부가 경험하는 주요 증상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임신에 의한 호르몬 분비 상태의 변화가 주요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전적 영향으로 엄마가 입덧이 심하면 자녀도 그럴 확률이 3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지만 아직 명확한 임상근거는 밝혀지지 않았다.

임신하면 먼저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는데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면 융모라는 조직이 발생하고, 융모는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융모성선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구토 중추를 자극해 입덧이 일어난다. 이 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임신 10주에 입덧이 가장 심하고. 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는 시기인 임신 12~13주가 되면 증상이 개선된다.

한정열 제일병원 주산기과 교수팀이 2015년 1~6월 전국 4개 병원에 등록한 임신부 472명을 분석한 결과 경증 입덧 입신부는 삶의 질이 임신 전 70%, 중증 환자는 505까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신부의 10%는 임신 14주가 지나도 증상이 지속됐으며, 입덧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임신부보다 다시 입덧을 할 확률이 11배나 높았다.

임신에 대한 불안감이나 입덧에 대한 공포 같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입덧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예컨대 원치 않던 임신, 남편의 무관심, 첫 임신으로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진 임신부는 입덧이 더 심할 수 있고, 신경질적이며 예민한 성격인 여성이 입덧을 더 잘 겪는 편이다.

사람마다 생리구조가 다르듯 입덧의 증상과 정도도 여성마다 다르다. 음식물 냄새, 담배 연기, 생선 비린내로 갑자기 비위가 상하면서 식욕이 뚝 떨어지거나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하는 게 일반적인 증상이다. 갑자기 신 것이 먹고 싶어지거나, 평소에는 입에 대지도 않았던 음식이 갑자기 생각나거나, 침이 많이 나오거나, 숨이 가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1주일에 두세 번 정도의 입덧은 음식을 조절하고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하지만 구토가 심해 탈수 증상이 나타나고,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실 수가 없으며, 심한 구토 탓에 어지럼을 느끼고 체중까지 감소한다면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

극도로 심각한 임신 중 구역 및 구토 증상은 ‘임신오조(hyperemesis gravidarum)’라고 표현한다. 임신 오조 발생률은 전체 임신의 0.5~2%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진단기준은 다른 원인이 없는 지속적인 구토, 임신 전 체중의 5% 감소 등이며 갑상선 및 간 이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장기간의 중증 입덧은 태아의 성장발육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태아의 건강 자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찬희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입덧이 가라앉는 임신 12주 정도에는 태아가 몸무게가 30~40g에 불과해 모체에 축적된 영양만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하지만 임신부의 입덧이 장기간 지속돼 제대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면 태아의 영양 상태까지 불량해져 성장에 지장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입덧은 건강한 임신을 의미하지만 중증 입덧은 영양상태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엽산제 복용 등을 방해해 기형아 및 저체중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태아기의 영향 불균형은 성인기 당뇨병과 신경 및 정신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입덧이 심하면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입덧을 할 땐 영양이나 식사시간 등을 걱정하지 말고 먹을 수 있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을 만큼 먹으면 된다. 입덧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입덧 기간 중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으므로 입맛 당기는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는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 아침에 일어난 뒤 공복 상태일 때 입덧이 심해지므로 간단한 크래커나 카스텔라 등을 먹도록 한다. 냄새가 싫어 음식을 가까이 하지 못할 경우 더운 음식보다 찬 음식이 냄새가 적어 한결 먹기 편하다.

비타민B6가 다량 함유된 녹황색야채와 대두를 충분히 섭취하면 자율신경 조절에 도움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활성화돼 구토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비타민B12 함량이 많은 돼지고기, 쇠고기, 어패류 등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입덧이 심해지거나 증상이 완화되지 않으면 피리독신과 독시라민이 포함된 입덧 약을 복용하는 게 도움 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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