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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 스베틀라나 자하로바·데니스 로드킨 “클래식 발레 중 가장 아름답고도 어려운!”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 기념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데니스 로드킨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녀무용수상 수상자들 2013년 '카르멘'부터 3년 동안 파트너
인도무희들의 물동이춤·부채춤·앵무새춤 등 다양한 디베르티스망의 향연 그리고 백색발레의 진수 '망령들의 왕국'

입력 2018-10-30 11:00

[세종] 유니버설발레단_라바야데르_기자간담회2
발레 ‘라 바야데르’의 주역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왼쪽)와 데니스 로드킨(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리허설을 하러 스튜디오에 들어갔을 때 모든 단원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기분 좋게 시작했습니다.”



29일 스베틀라나 자하로바(Svetlana Zakharova, 이하 자하로바)는 입국한 지 하루만에, 데니스 로드킨(Denis Rodkin, 이하 로드킨)은 도착하자마자 유니버설발레단과 진행한 첫 리허설에 대한 소감을 한목소리로 전했다.

29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발레 ‘라 바야데르’(1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기자회견에 참석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름을 한국어로 또박또박 소개하며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로드킨은 “발레단마다 고유의 스타일, 테크닉 등이 있지만 우리는 ‘발레’라는 공통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하로바는 “고유의 스타일을 알게 될 때마다 흥미롭다”고 공연 준비 과정의 설렘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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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 니키아 역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Damir Yusupov(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발레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가 러시아 황실 발레단을 위해 완성한 3막 5장짜리 드라마 발레다.

인도 황금제국을 배경으로 힌두사원의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스베틀라나 자하로바·홍향기·김유진·강미선)와 라자왕의 용맹한 전사 솔로르(데니스 로디킨·이현준·이동락·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의 아름답고도 눈물겨운 사랑의 대서사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솔로르를 바라보는 공주 감자티(강미선·최지원·예카트리나 그라시우크·서혜원), 니키아에 사랑을 거절당한 최고 승려 브라만(곽태경) 등과의 얽히고설킨 삼각관계, 계급사회에서의 신분 격차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자하로바는 니키아에 대해 “클래식 발레 중 가장 아름다운 역할”이라고 극찬하며 “더불어 가장 어려운 역할 중 하나”라고 정의했다.

“무희로서의 순수함과 열정 가득한 사랑을 표현해야 하고 사랑을 잃고 배신당한 고통을 표현해내야 하죠. 3막에선 죽임을 당해 영혼을 표현해야 하는데 1, 2막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에 정말 힘듭니다.”

자하로바의 말처럼 ‘라 바야데르’의 1, 2막은 인도무희들의 물동이춤·부채춤·앵무새춤 등 다양한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는 상관없는 무용의 모음곡 또는 소품집), 파워풀한 전사들의 북춤, 2m에 달하는 코끼리의 등장, 고난이도의 황금신상 춤 등 이국적인 화려한 춤들로 꾸리지만 3막은 전통 발레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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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 솔로르 역의 데니스 로드킨ⓒE.Fetisova(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수십명의 발레리나들이 아라베스크 팡세(Arabesque Penchee, 한 다리를 높게 들어 균형을 유지하는 발레 동작)를 연달아 선보이는 3막 ‘망령들의 왕국’은 ‘백조의 호수’ 2막과 4막(밤의 호숫가), ‘지젤’ 2막(윌리들의 숲)과 더불어 3대 발레블랑(백색발레)으로 꼽힐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프티파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공연으로 자하로바는 2005년 볼쇼이발레단의 ‘지젤’ 내한공연 이래 13년만에, 로드킨은 생애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두 사람은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들로 2013년 ‘카르멘’부터 5년째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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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 솔로르 역의 데니스 로드킨(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키가 크다는 이유로 2013년 볼쇼이극장의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 역할을 할 수 없게 됐어요. 실망해 극장 한켠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죠. 그때 자하로바가 제 슬픈 눈을 바라보며 ‘카르멘’을 춰봤냐고 물었어요.”

로드킨의 말에 자하로바는 “제가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공연으로 2주간 자리를 비운 사이 데니스가 그 배역을 다 익혔다”고 말을 보탰다.

자하로바의 전언에 로드킨은 “제가 자하로바와 첫 리허설을 할 때 그녀는 이미 세계적인 스타였다. 혹시라도 작은 실수로 이 역할을 놓칠까 노심초사했다”며 “다행히 리허설이 잘 진행돼 비로소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파트너가 됐다.

“데니스는 군무 무용수(코르 드 발레)일 때 처음 알았어요. 오랜 파트너 안드레이 우바로프(Andrei Uvarov)가 은퇴하고 새 파트너를 물색 중이었죠. 당시 ‘카르멘’의 리허설을 하면서 데니스가 차분하면서도 잠재력과 무한가능성을 가진데다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무용수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카르멘’을 시작으로 5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죠. 5년 동안 대부분의 클래식 발레 전막을 함께 했어요.”

파트너가 된 과정을 설명한 자하로바는 “저는 춤춰봤지만 데니스는 해보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연습실에서 제가 설명하고 코칭하며 선생님 역할을 했다”며 “데니스는 제가 말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습득했다. 습득력이 빨라 금방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리곤 “데니스 같은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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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라 바야데르’ 니키아 역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두 사람은 발레계의 아카데미라 평가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들이기도 하다. 자하로바는 2005년과 2015년, 로드킨은 2017년 최고 여성, 남성무용수상을 거머쥐었다.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수상자이자 20여년간 꾸준히 후보자였으며 심사위원이기도 한 자하로바는 불혹의 나이까지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많은 연습을 해야한다”며 “발레는 몸이 악기인 예술이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꾸준한 연습, 마사지, 스태미너를 채우기 위한 운동, 휴식 등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리허설 혹은 연습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는 학생의 마음입니다. 지도위원들의 가르침을 항상 잘 듣고 계속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은퇴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하는데 사실 나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달려 있죠. 저는 늘 학생이고 여전히 배울 것이 많습니다. 현재 클래식과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 공연, 모던발레 안무 등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새로운 작업을 할 때 마다 큰 활력을 얻곤 하죠. 매순간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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