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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황혼기 6070… '행복한 죽음'을 맞고픈 이들에게

책에서 찾은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

입력 2018-11-09 07:00
신문게재 2018-11-09 10면

80대의 기대수명에 70대 건강수명. 우리 국민들은 생의 마지막 10년 가량을 대부분 병과 함께 살아간다. 생을 마감하는 순간, 행복감을 느끼며 눈을 감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 해답을 줄 두권의 책이 최근 소개됐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행복감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하지만 본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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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굿 라이프’ …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의 베스트셀러 ‘굿 라이프’를 보면 행복은 특별한 감정이 아니다. 최 교수는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감정이 따로 있는 것이라고 오해한 나머지 이미 충분히 즐겁고 호기심이 충만하며 삶의 고요함을 누리고 있음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불안해 하는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도 ‘우연한 복(福)’이라고 했다. 우리 사전에도 ‘우연히 찾아오는 복’이라고 언급되어 있고, 30개 나라 중 24개 나라 사전에도 행복은 ‘운 좋게 찾아오는 사건이나 조건’으로 정의되고 있다고 한다. 행복을 뜻하는 영어 단어 ‘Happiness’ 역시 ‘우연히 일어난다’는 뜻의 Happe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최 교수는 “행복한 사람은 소유보다 경험을 사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소유를 사더라도 소유가 제공하는 경험을 얻으려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경험 보다 소유를 사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경험을 하면서도 그 경험을 소유화 혹은 물화해 버린다고 지적한다.

‘굿 라이프’에 대한 생각이 행복을 결정한다고 한다. 굿 라이프를 자기를 성장시키고 타인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을수록 자기 삶에 대한 만족감이 크고 긍정 정서도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 교수는 성공 방정식으로 PSI를 말한다. 누군가의 성취를 예측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긍정정서(Positivity)와 지능(Intelligence), 그리고 자기통제(Self-control) 세가지를 측정하면 된다고 한다.

그는 노력하는 거장의 예로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를 들었다. 그는 첼로의 신으로 불리던 예술가였다. 나이 아흔이 넘어서도 꾸준히 연습하는 모습으로 많은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제자들이 “왜 아직도 그렇게 연습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의 답변이 이러했다고 한다. “I’m beginning to notice some improvement(요즘 실력이 좀 느는 것 같아)”

최 교수는 “실패는 간절함의 테스트”라고 말한다. ‘마지막 강의’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도전과 영감을 주었던 카네기 멜론 대학의 랜디 포시 교수가 한 말이다. “실패란 내가 그 일을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 지를 테스트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굿 라이프의 3+7 시스템’을 강조했다. 굿 라이프를 만드는 3가지 신호와 7가지 좋은 것을 의미한다. 3가지 신호는 좋은 기분(快)과 좋은 평가(足), 좋은 의미(意)다. 그리고 7가지 좋은 것은 좋은 사람과 좋은 돈, 좋은 일, 좋은 시간, 좋은 건강, 좋은 자기, 그리고 좋은 프레임(생각)이라고 했다.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다.


◇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행복한 마무리를 위해

저자인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는 죽음을 눈 앞에 둔 암 환자다. 정 교수는 자신이 암 환자 임을 일찌감치 알았다고 한다. 그는 환자에게 자신이 죽는 시기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벌여 놓은 여러 중요한 일들을 정리하고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가족들에 의해 그 기회를 박탈당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살려고 발버둥쳐 보아야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그는 중국 진시황의 예를 들며 설명한다. 영생을 위해 불노초를 찾아 다녔던 진시황도 쉰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는데, 그 사인이 불사(不死)를 위해 장기간 복용했던 단약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단약에 포함된 수은이 진시황제를 죽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죽음의 질’에 관한 한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바닥권이라고 아쉬워한다. 2010년에 전세계 40개국 대상으로 죽음의 질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영국이 1위였고 한국은 32위였다고 한다. 한국은 CT나 MRI 같은 고가 의료장비가 영국보다 서너배 더 많고 항암제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낮은 점수의 이유였다. 통증 관리에서 제일 중요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이 외국의 10분의 1 불과하다는 것도 큰 이유였다.

죽기 직전까지 치료를 받아 꼭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에 정작 통증을 경감시키는 일에는 무신경하고 그 결과 환자는 엄청난 고통 속에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게 절실한 것은 곧 다가올 죽음을 인정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훌륭한 죽음의 예도 몇 가지 든다. 인천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던 홍성훈 씨의 사례가 특히 주목을 끈다. 그는 위암 판정 받자 마자 당장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곧바로 그날 저녁 지인들에게 전화해 자신이 위암 말기 임을 알린다. 이에 후배들은 서둘러 그의 사진 전시회를 준비해 준다. 그날 홍 씨는 지인들을 만나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자신의 장례식에 올 조문객들을 미리 다 만나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 많은 족적을 남기고 떠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도 2014년에 피부암인 흑색종 진단을 받고 2016년에 세상을 뜨기 전까지 담담했다. 마지막 열흘 동안은 곡기를 끊고 마지막까지도 맑은 의식을 유지하며 밝은 표정으로 세상과 작별했다고 한다.

익명의 한 죽음도 얘기한다. 발인이 끝난 후 유가족과 조문객들이 화장장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을 때, 경쾌한 음악과 함께 차량 앞 쪽 모니터에 고인이 등장한다. 그리곤 “이렇게 궂은 날씨에 와 주신 조문객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라며 감사의 인사말을 올린다. 그리고 15분 가량 고인의 일생과 경험, 가족과 지인들과의 좋았던 추억 등이 방영되고 마지막 감사의 말로 마무리된다.

정 교수는 죽음을 준비하면서 장기기증서약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언장 등을 이미 작성했다고 한다. 사전 장례의향서도 준비했다.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위해 틀 음악도 미리 선정했고 이미 4년 전에 이를 USB에 담아 놓았다고 한다. 계속 넣고 빼기를 4년 동안 해 오고 있으며 이제까지 수록곡만도 200곡이 넘는다고 한다. 담담하게, 주변이 슬퍼하지 않도록 죽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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