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누적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2016년 10월 출간돼 2년 1개월만이다. 기술발전, 매체 및 판로 변화, 판매량 급 감소, 대형 유통사 및 서점의 부도 등으로 침체일로인 출판시장의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인 ‘김’, 1982년생 여자이름 중 가장 많은 ‘지영’을 주인공 이름으로 설정하고 엄마로, 아내로, ‘경단녀’(경력 단절 여자)로, 며느리이자 딸로 살아가면서 겪는 이 시대 여자들의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친정엄마, 언니 등에 빙의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이 시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중첩해 구성했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촘촘하게 구성하거나 현란한 문체, 대단한 문학성 보다는 마치 자신의 일상처럼 적어 내려간 에세이에 가깝다.
판매부수 중 남녀비율은 76.15%(2030대 56.32%), 23.85%으로 여성이 월등히 많다. 도서관 정보나루·전국도서관 대출 통계에서도 최근 3개월 간 20~50대 여성 독자들의 대출 목록 1위가 ‘82년생 김지영’으로 집계됐다. 눈에 띈는 연령대는 30~40대 남성 독자들로 상위권에 ‘82년생 김지영’이 이름을 올렸다.
‘82년생 김지영’의 밀리언셀러 등극에는 ‘페미니즘’이 큰 몫을 했다. 강남역에서 이유도 없이 무참히 난도 당한 23세 여성 살해사건, 그 살해범의 조현병 핑계 등으로 여혐(여성혐오), 남혐(남성혐오)으로 극렬하게 대립했던 2016년 10월에 출간된 ‘82년생 김지영’은 여자로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차별과 성희롱, 혐오, 독박육아, 몰래카메라, 안전이별 등에 노출됐던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82년생 김지영'(사진제공=민음사) |
민음사에 따르면 故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한 2017년 5월, 올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의 시금석이 된 서지현 검사가 언급하면서 판매부수가 급증했다.
여성들의 경력단절, 독박육아,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직장 내 몰래카메라, 안전이별 등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극렬한 페미니즘이 남혐, 여혐으로 변질되면서 이 책을 읽었다는 레드벨벳의 아이린, 영화화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정유미 등이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세계 출판시장에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만 수출에 이어 12월 초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일본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6개국에 수출됐다. 영국은 사이먼 앤드 슈스터, 프랑스 로베르 라퐁의 임프린트 닐, 이탈리아는 움베르토 에코·파울로 코엘료 전속편집자 리자베스 스가르비 등과 판권계약을 마쳤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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