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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비가즘]송강호X하정우, '1억배우'들의 이름값에 대하여

입력 2019-01-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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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을 면치 못한 ‘1억 배우’들이 기해년을 맞아 힘찬 기지개를 켠다. 지난해 연말 한국 영화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마약왕’과 ‘PMC: 더 벙커(이하:PMC)’는 믿고보는 배우들의 조합, 한국영화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소재 등이 맞물려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물은 처참하다. 제작비만 따진다면 100억원 이상이 투입된 대작인 두 영화는 17일 현재 200만명을 넘지 못하는 낙제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마약왕’은 실존한 인물을 스크린에 옮겼다. 지난 1970년 필로폰 마약왕 자리에 오른 인물 이두삼은 집에 제조 공장을 두고 필로폰을 유통시킨 이황순 사건을 다룬다. 이황순은 해외에 마약을 수출하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국내에도 마약을 유통시키다 결국엔 대검찰정에 마약과를 신설시킨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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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의 송강호(사진제공=쇼박스)
그의 검거 상황은 당시 언론에도 생생히 보도됐다. 급습한 단속수사반에 엽총을 쏘고 맹견까지 풀어 3시간이나 대치 했다고 알려진다.

실제로 우민호 감독은 이황순의 집을 고스란히 복원하고 사건 당시의 팽팽한 긴장감을 영화에 녹여냈다.

‘마약왕’은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을 내세워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본능적으로 눈을 뜨면서 사업에 뛰어든 한 가장의 이야기다.

‘수출이 애국’인 시대를 배경으로 정권이 가진 편협함, 가진 자들의 속물근성, 정치인의 비리 등이 시대를 관통한다.

‘마약왕’은 과연 이 영화같은 이야기가 과연 2019년에도 반복되지 않는지를 과감히 되묻는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이 날카로운 시선은 송강호를 통해 친근한(?) 광기로 표현된다.

실제로 그는 “제목은 ‘마약왕’이지만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한 아버지의 모습을 봤다”며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송강호는 유독 ‘시대의 얼굴’을 대변한 영화를 많이 찍었다. 최근작 ‘택시운전사’와 ‘밀정’ ‘변호인’이 대표적이다. 민주화의 그늘에서 한 줄기 빛으로 자신을 승화시킨 택시 운전사 만섭,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이었지만 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는 이정출,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송우석 등이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웠다.

‘우아한 세계’ ‘괴물’은 또 어떤가. 그에게 첫 번째 명성을 가져다 준 ‘반칙왕’은 마스크를 쓰고 억눌린 자아를 표출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올 상반기 개봉을 앞둔 ‘기생충’ 역시 가족 전원이 백수인 집안의 아버지 역할로 극을 이끈다. 지난 2013년 ‘설국열차’ 후 6년 만에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의 조합을 볼 수 있어 관객들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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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약왕’의 송강호(사진제공=쇼박스)

 

봉준호 감독은 “영화에 ‘기생충’은 등장하지 않는다. 호러도 SF 장르도 아니다. 독특한 가족이 중심이 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가족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특징을 언급해 송강호가 펼치는 아버지 연기에 눈과 귀가 쏠린 상태다. 이 외에도 영화 ‘나랏말싸미’를 통해 문자를 통해 지식 또한 독점했던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글은 백성의 것이라는 신념을 펼치는 세종대왕 역할을 맡아 어떤 지도자 상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최연소 1억 배우’ 등극에 빛나는 하정우는 모두가 말렸던 영화에 출연해 ‘흥행대박’을 일궈낸 저력이 있다. 지금은 최초의 쌍천만 영화로 불리지만 ‘신과함께’ 시리즈는 제작 단계부터 컴퓨터 그래픽 (CG)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면서 두터운 팬들의 원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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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MC:더 벙커’의 하정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는 이에 대해 “영화 ‘추격자’ 역시 사이코패스와 형사의 추격전이라는 설정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컸다. 내 필모그래피는 ‘그게 돼겠어?’란 말을 들었던 작품들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은 우스개소리로 ‘갇혀야 사는 남자’로 불리지만 ‘터널’과 ‘더 테러 라이브’ 역시 영화적 설정과 감독에 대한 걱정이 컸던 작품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1인극으로 이끌어 가는데다 과거 류승완, 나홍진, 윤종빈 등 스타 감독들에 비해 연출을 맡은 김성훈,김병우 감독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하정우와의 차진 호흡으로 현재 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의 ‘킹덤’을 제안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고 김병우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충무로의 젊은 피로 우뚝 섰다.

지금은 ‘믿고 보는 배우’로 평가 받지만 하정우 역시 10년의 숨 고르기를 거친 ‘준비된 배우’인 시기가 있었다. 그가 얼마전 출간한 ‘걷는 사람 하정우’에 보면 무명 시절을 견디기 위한 방법으로 걷기를 시작한 일화가 나와있다.

평균 6시간을 걸을 정도로 연락 오는 곳도 없고 보는 오디션마다 떨어졌던 시간에 좌절하지 않고 잡생각을 걷어내기 위해 ‘걷기’를 택한 그의 일상은 톱스타가 된 지금도 초심을 위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내 캐릭터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우선 영화를 만들려는 사람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 듣는다. 함께 구상하고 의견을 나누고 나서 확신이 들면 내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좋은 사람과의 협업이 좋은 영화로 나온다는 걸 경험적으로 깨달았다”면서 자신의 작품 선택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흥행을 떠나 자신과 작업한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은 하정우의 롱런 비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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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PMC: 더 벙커’ 하정우(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단순히 배우라는 영역을 넘어 작가이자 화가, 제작자로 활동하는 저력은 앞으로 계속되겠지만 일단 2020년까지의 영화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클로젯’ ‘백두산’ ‘보스톤1947’ ‘피랍’ 등 이 현재 후반작업 중이거나 확정된 상태다. 영화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져 진 종합예술로 불린다.

일각에서는 더 이상 배우의 이름값이 영화의 흥행을 증명할 수 없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신만 안다는 흥행이 유독 주연을 맡은 배우에게 가혹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의외로 간과하고 있다. 배우에게 자신의 출연작은 필모그래피로 영원히 남는다. 

 

관객들이 ‘마약왕’과 ‘PMC’를 외면했더라도 송강호와 하정우에게 영화는 이후로도 계속될 인생이자 숙명일 것이다. 흥행 실패라는 아픔에 축 허우적댈 두 배우가 아니다. 관객들 역시 그들이 보여줄 새로운 영화를 기다리라는 걸 ‘1억 배우들’은 영민하게 알고있을 테지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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