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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This is Moment] 비수같은 영화, 이선균의 ‘악질경찰’

오는 20일 개봉하는 '악질경찰', 세월호 참사 다룬 최초의 상업영화로 남다른 무게감
재벌의 두 얼굴, 정경유착, 마녀사냥식 언론 제대로 정조준

입력 2019-03-14 09:49

악질형사

형사가 무서워 형사가 된 남자. 비리는 눈감고 뒷돈은 챙긴다. 영화 ‘악질경찰’의 필호는 자신의 손에 피 묻히지 않는다. 대신 그가 잡아온 범죄자들을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긴다. 사회의 먹이사슬에서 자신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그의 일상이 평범하게 흘러갈 무렵 정치 커넥션이 얽힌 대규모 방화사건이 터진다. 건달보다 더 거친 욕을 입에 달고 살고, 살을 섞는 사이인 순대집 여사장에게 연기를 시키고, 뒤를 봐주는 좀도둑에게 돈을 훔치게 만드는 필호의 세계에 균열이 생긴건 이 때부터다.

‘악질경찰’은 뉴스의 한 장면을 오버랩 시키며 대한민국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누가봐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연상시키는 극중 재벌의 비자금은 무려 7800억원. 기업 총수들이 보석, 혹은 자택 구금, 병가등을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 필호는 “나에게 7800만원만 주면 깔끔하게 해결해 줄텐데”라고 읊조린다.

이미 비리로 점철된 일상을 살아온 그에게 넘어올 사건이 아니었지만 ‘악질경찰’의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영화 초반 2015년이란 시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살기좋은 안산’이란 액자를 산산조각 내며 시작한다.

 

눈치 빠른 관객은 필호의 근무지가 안산인 점,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얼마 안 있은 뒤의 일이란 걸 알아챘을 것이다. 쓰레기같은 일상을 살아온 필호에게 세월호는 비극이 아닌 잡무의 연장이었다. ‘악질경찰’이 세월호 사건에 다가가는 방법은 투박하지만 꽤 날카롭다. 바삐 흘러가는 일상 속에 세월호 피해자의 아버지, 친구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고스란히 필호의 인생을 바꾸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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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질경찰’에서 악랄한 인간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할을 훌륭히 해낸 이선균.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후반부의 대부분은 다분히 폭력적이다. 외국인 비하와 미성년자 추행은 기본으로 뼈가 으스러지고 피가 난무한다. 폭력의 정도보다 더 보기 힘든 건 ‘가진 자의 두 얼굴’이다.

 

장학사업의 큰손이자 재계 1위의 재력을 가진 그들이 짓밟은 건 필호의 몫이지만 그를 바꾼건 어린 소녀의 한 마디였다. 유일한 목격자인 미나가 내뱉는 “어른들이란......”말과 최후의 선택은 ‘악질경찰’이 관객들에게 꽂는 가장 큰 비수가 아닐까 싶다.

 

 

 

[This is Moment] 태블릿,반도체 회사,기업 장학금 받고 공부한 검사...마녀사냥에 나선 언론

이정범 감독은 전작 ‘아저씨’를 통해 특유의 남성 캐릭터 특유의 폭력과 결핍, 그리고 성장을 이야기 해왔다. 

 

‘우는 남자’의 흥행 참패를 딛고 ‘악질경찰’로 돌아오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우선 상업영화 최초로 세월호를 폴어낸다는 점이 투자단계부터 큰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참사가 일어난 직후부터 현장에 있었던 감독은 주변의 만류에도 제대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노라고 고백했다.

영화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범 감독은 “논란은 당연히 예상한다. 하지만 세월호를 다루는 감정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처절하게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고 말했다. ‘악질경찰’의 준비기간은 5년. 단순히 상업적인 목표로만 접근했다면 완성될 수 없었던 영화였다. 세월호에 대한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 양아치에 가까운 경찰이 등장했지만 이 영화의 주제는 꽤 많은 부분을 아우른다.

실제로 타버린 핸드폰을 복구하는 반도체 회사를 배경으로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근무해도 병 걸렸다고 회사 고소하는 인간들”이라고 일갈하는 하수인의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장학회에서 학생들에게 줄 태블릿 박스에 극중 기업이름인 태성이 박혀 있는 것도 감독의 의도였을까. 

 

정작 악의 축을 응징한 악질 경찰을 한 순간에 보내버리는 건 당연히 언론의 몫이다. 마녀사냥으로 묻어버리는 TV의 화면이 아닌 미나의 웃음으로 마무리 되는 엔딩이 그래서 더욱 애닯다. 청소년관람불가. 20일 개봉.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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