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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거래량 1위 바이낸스, 美 진출 … 격변하는 암호화폐 시장

입력 2019-06-17 07:00
신문게재 2019-06-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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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암호화폐 거래량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굵직한 변화가 잇따르면서 거래 흐름을 주도하겠단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블록체인 업체 BAM 트레이딩 서비스(이하 BAM)와 공동 협력으로 미국에 ‘바이낸스 US’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부터 서비스 개시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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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낸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바이낸스 US’를 설립한다며 미국 진출 소식을 전했다.

 

◇ 美, 암호화폐 연이은 호재

BAM은 본사가 샌프란시스코로 돼있는 미국 현지 업체다. 미국 재무부 산하인 금융범죄단속국(FinCEN)에 화폐서비스사업자(MSB)로 등록했다. 바이낸스는 BAM과 거래 플랫폼 기술을 비롯한 라이선스 이전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낸스 US 설립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바이낸스 US가 설립되면 운영은 BAM이 맡게 된다. 바이낸스는 암호화폐 지갑과 거래 매칭 등 전반적 기술 제공에 나선다.

창펑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지역 사용자들도 머지않아 바이낸스 특유의 강력한 보안과 신속한 거래속도, 풍부한 유동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규제를 준수하고 블록체인 생태계의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바이낸스의 미국 진출을 두고 환경적 변화가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다가 갑작스레 미국 진출을 선언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미국 등 주요 금융 선진국들이 암호화폐 산업을 둘러싸고 긍정적 기류를 형성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해석이다. 미국 시장은 현재 암호화폐 호재가 쏟아지는 중이다. 조만간 페이스북 코인이 선보일 예정이며 내달 22일에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가 본격적인 선물 거래 테스트에 나선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MS, IBM, 오라클 등 미국 주요 ICT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핵심 키워드로 지목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중이다.

이달 중순 미국 올랜도에서 열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도 관심사다. 암호화폐 산업의 건전성을 확립하면서 본격적인 산업 발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다.

총회는 암호화폐 거래소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기준안 마련과 거래소 인증제 도입 등 다양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각종 제재 등 부정적 측면보다 활성화를 도모하는 긍정적 측면의 의견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G20은 FATF 총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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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낸스, 이해득실에 밝은 전략가

중국계 자본으로 설립된 바이낸스는 현재 몰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전면 금지 정책으로 본토에 발을 내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본사를 몰타에 설립한 것은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했다.

몰타는 외국 투자 자본의 유입 측면에서 암호화폐 산업을 장려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몰타에 근거지를 마련한 뒤 세금 부담을 크게 덜어내고 각종 지원 등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면서 초기 시장 안착에 성공한다.

이후 영국령 자치구 저지와 아프리카 우간다, 싱가포르 등에 잇따라 해외 지사를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들 국가 모두 몰타와 같이 암호화폐 친화정책을 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영국령 저지에 거래소를 설립한 것을 두고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영국 국민의 경제적 불안감이 커지자 이를 암호화폐 투자로 돌리겠다는 전략적 측면이 크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 대비 암호화폐 거래량이 매우 높지만 바이낸스는 한국에 정식으로 진출하지 않았다. 정부당국의 부정적 인식으로 위험 요소가 크다는 판단이다.

실제 창펑자오 대표는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지만 한국은 은행계좌 발급도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며 “바이낸스는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러한 규제가 바뀐다면 한국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낸스의 성장 요인은 낮은 거래수수료와 300여개의 알트코인 취급, 각종 이벤트 등의 회원 니즈 간파가 꼽히지만 이해타산에 능한 발 빠른 행보를 빼놓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의 움직임을 봤을 때 미국 진출은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암호화폐 애널리스트로 잘 알려진 알렉스 크루거가 바이낸스의 미국 진출이 알트코인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주장해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바이낸스의 지난 6개월 국가별 트래픽은 미국이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최근 바이낸스는 미국 진출 소식을 전하며 미국인 사용 제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알트코인의 겨울을 찾아오게 하는 동시에 BTC(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에게 좋은 소식이 될 것”이라며 “바이낸스는 미국인 사용자를 바이낸스 US로 이동시키고자 이러한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낸스는 지난 2일 사용 약관 개정을 통해 향후 미국의 개인 고객과 기관 고객들에게 제공되던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많은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조치였지만 이후 미국 진출 소식을 전하면서 약관 개정의 이유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 국내 거래소, 여전한 ‘크립토 겨울’


한편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바이낸스와 달리 국내 거래소들은 여전히 한파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한때 거래량 1위 거래소까지 올랐던 업비트를 비롯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정부 압박에 따른 시중은행의 실명가상계좌 발급 제한으로 신규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로 난국을 타개하자는 시도조차 막혀버린 실정이다. 업비트의 경우 싱가포르 자회사인 업비트싱가포르의 설립 자본금을 대기 위한 해외 송금마저 불가능해 곤혹을 치른 바 있다. 현재도 해외 송금 등 여러 장벽에 부딪치면서 해외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빗썸 역시 미국의 핀테크 기업인 시리즈원과 미국 내 증권형 토큰 거래소를 설립하면서 운영 자금 송금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결국 시리즈원이 설립한 한국 법인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의 우회 자금 조달의 고육지책을 마련하는 등 해외 진출이 쉽지 않은 형국이다.

코인원도 인도네시아에 코인원인도네시아, 몰타에 시젝스(CGEX)를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지만 제재에 부딪치며 난관에 봉착한 바 있다. 몰타 법인 설립 때는 은행에서 해외 투자 송금을 거절당해 자본금 확충이 쉽지 않았다. 해외 예치해뒀던 자금을 일부 활용하고 현지 기업의 투자를 받는 형태로 자본금을 겨우 마련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FATF 총회를 비롯해 국제 사회의 움직임이 국내 암호화폐 생태계의 막힌 혈을 뚫어줄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정부 당국이 근거 없이 관련 산업을 투기 산업으로 못 박았지만 결국은 대세에 따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역행해 제재 일변도를 고수한다면 역풍이 크게 불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내 거래소들이 대응에 나설 기회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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