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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로맨스인줄 알았더니 정치풍자였네… 미치도록 재밌는 영화 '롱샷'

[문화공작소] 색다른 영화 '롱샷'

입력 2019-08-07 07:00
신문게재 2019-08-0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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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샷’(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우리나라에도 영화 ‘롱샷’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대선후보인 여주인공과 전직 기자 출신의 백수 연하남의 러브스토리다. 하지만 담겨있는 주제는 꽤 심오하다. 보수주의 공화당에 대한 비판, 기독교에 대한 편견, 흑인 비하와 돈에 움직이는 미디어, 선동되는 대중 등 묵직한 이슈들을 오간다. 영화 ‘웜바디스’로 좀비 남자와 여자 인간의 러브 스토리를 발랄하게 그렸던 조나단 레빈 감독은 이번에도 살짝 비튼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과거 엄친딸이자 이웃집 누나였던 샬롯(샤를리즈 테론)을 우연히 만난 프레드(세스 로건). 부모님이 놀러가면 아르바이트로 자신을 돌봐주던 누나를 짝사랑했었다. 나이는 어려도 남자는 남자. 스치듯 입을 맞춘 뒤 바나나처럼 서 버린(?) 신체반응으로 인해 어색한 관계가 된다. 두 사람은 그만큼 어렸다.

세월이 흘러 프레드는 비주류 언론에서 부패를 파헤치는 열혈 기자로 성장한다. ‘글빨’은 인정받지만 B급 성향을 굽히지 않는 그는 곧 실업자가 된다. ‘롱샷’은 반듯하고 부유한 흑인과 지질한 백인을 절친으로 등장시켜 샬롯과의 우연한 만남을 주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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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샷’ 포스터.(사진제공=TCO㈜더콘텐츠온,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제는 대선 후보가 된 샬롯은 프레드에게 자신의 연설문 작가 일자리를 제안한다. 어린 시절을 함께 공유했던 두 사람은 공통점이 없어도 대화는 통하는 사이다. 매력적이고 완벽해 보이기만 한 샬롯은 프레드의 연설문을 통해 인간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얻고 두 사람은 곧 연인이 된다.

그렇게 ‘롱샷’은 뻔한 흐름을 유지한다. 하지만 주인공들을 연기하는 배우가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이라는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할 말은 하는’ 두 사람은 평소에도 정치적인 발언과 소신을 강력히 피력하기로 유명하다. 배우를 넘어 제작에도 참여하는가 하면 친분이 남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배우로 만난만큼 ‘롱샷’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여기에 앤디 서키스,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등이 ‘이 사람이 그 배우였어?’ 할 정도로 깜짝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현 정권의 지지를 받기 위해 샬롯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미디어 재벌과의 친분 유지, 지구 환경에 얽힌 각종 이권 개입, 테러에 대한 미국의 숨겨진 두 얼굴,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이 가진 허울 등 ‘롱샷’은 세계 1위라는 우월함에 빠진 국가의 민낯을 철저히 조롱한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낄낄거리며 보게 되는 이유는 역시나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곳곳에 포진한 섹드립(성적인 드립의 줄임말)이다.

연인인 두 사람이 서로에게 털어놓는 성적 판타지, 샬롯의 정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프레드의 자위 동영상 유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조차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로 설정해 국가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어디까지 조롱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다행히도 지난 7월 24일 개봉한 영화는 아직 극장에 걸려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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