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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사자’ 안성기와 박서준 ① 드디어 올 역할이 왔다! 안성기의 #라틴어 #장르물 #노출자제 #나태하지만않으면돼

[Hot People 197]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사자',구마사제 내세운 액션 히어로로 탄생
제 옷 입은 안성기와 박서준의 연기 궁합, 새로운 소재와 맞물려 재미 더해

입력 2019-08-13 07:00
신문게재 2019-08-1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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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자'의 박서준(왼쪽)과 안성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사자’는 구마사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국내에서 흔치 않은 장르인 오컬트와 엑소시즘을 결합한 데다 신을 믿지않는 격투기 선수를 내세워 꽤 복잡하고 심오한 주제를 아우른다. 오컬트 히어로의 탄생이랄까. 거기에 쿠키영상을 통해 후속작인 ‘사제’를 예고할 정도로 발랄함까지 갖췄다.  



긴말이 필요없다. 한국영화에서 지금이 아니면 나오지 못할 수작이다. 전작 ‘청년경찰’을 통해 사회의 어두움과 특유의 잔망미를 결합시킨 김주환 감독과 박서준이 의기투합한 두 번째 작품이란 점에서 믿고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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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도 한 안성기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심정으로 영화 ‘사자’에 임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에 ‘한국영화의 기둥’ 안성기가 구강 액션까지 선보이니, 이 보다 더 괜찮을 순 없다. 

  

 

“틀려도 몰랐을 라틴어 대사에 진땀 뺐죠.”

배우 안성기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이미지가 있다. 어른, 진중함, 반듯하고 예의바른 선한 느낌들. 공인으로 살면서 단 한번의 실수 혹은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 그가 ‘사자’에서는 때론 목졸리고, 술도 취하고, 여자도 밝히는(?) 신부로 나온다.

“일부러 구마영화들을 찾아보진 않았어요. 뭔가 다르게 하려는 욕심이 생길까봐. 대부분 기도하듯 대사를 한다면 저는 악령과 싸우듯 내질렀는데 그게 반응이 좋았어요. 용후(박서준)의 무기가 주먹이라면 전 기도인데 내질러야죠. 그 누구도 틀려도 모를 라틴어였지만 단 한번도 NG없이 한 게 뿌듯하긴 해요. 얼마나 외워댔는지…지금도 누군가 툭 치면 나와버린다니까.”


장르물에 대한 목마름 “솔직히 예산이 많이 들어간 영화를 하고 싶었달까
 

김주환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아예 안성기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다. 역할이름도 그래서 안 신부다. 캐릭터 위주의 영화를 주로 해왔던 안성기는 최근 4년간 저예산 독립영화를 주로 찍었다. 나름의 도전이자 의미 있는 작업의 연속이라 만족감도 높았다고. 하지만 돌아오는 주변의 반응은 “요즘 놀아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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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도 한 안성기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심정으로 영화 ‘사자’에 임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5세 이상의 관객들과 만나는 게 점점 힘들어졌어요. ‘영화 산업 특성상 대작 영화에 출연해야 하는데…’ 하던 터에 만난 시나리오죠. 읽자마자 제가 멋있게 나올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인간적인 유머들이 와 닿았어요. 무엇보다 (박)서준이와의 호흡이 아주 좋았죠. 제가 리드한다기 보다는 그가 끌어주는 게 느껴지는 현장이라 즐거웠습니다.”


늘어진 캐릭터 기다리고 있는 요즘 “몸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노출 자제했다”

극중 안 신부의 성격은 “나는 악령을 내쫓고 이렇게 맥주 한잔 하는 걸 좋아해”라는 대사로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신부가 되기 전엔 여자들에게 러브레터도 좀 받았고 뭐든 신의 뜻이라고 눙치는 모습이 안성기 특유의 여유와 맞물려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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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자’의 안성기. 4년 만의 100억대 텐트폴 영화에 출연하는 그는 “규모에 상관없이 다양한 장르를 오고가는 목마름은 여전하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워낙 한 두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져서 일부러 먹고 연기하겠다고 감독에게 제안했어요. 능청스러운, 은퇴한 아저씨 혹은 늘어진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를 기다리는데 캐스팅 자체가 반듯한 것만 들어와요. 그래서 그 장면은 아주 재미있게 촬영 했죠. 사실 다치고 사제복을 갈아입는 장면에서는 뒤태의 근육이 너무 잘 잡혀있다고 등을 웅크리거나 옷으로 가리라고까지 하더라고요. 오랜 기간 운동으로 다져진 게 이럴 땐 난처해요.”



◇후배들에게 초조해 하지 말고 “나태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는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까지 배우로 살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수시로 내비쳤다. 이번 ‘사자’에서는 평소 잘 안하는 애드리브를 넣는 등 여러 시도를 하며 현장에 녹아들었다. 영화 대부분이 안 신부의 출연 장면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본다면 영화를 더 즐길 수 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술 마셔서 기도 할 수 없다’거나 ‘내가 맷집이 좀 좋아’ ‘얼굴이 아퍼’ 등 이런 것들은 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영화계 선배로서의 조언? 기술적인 면에서 감동이나 여운 보다는 너무 재미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요. 독립영화를 찍다 보면 어느 부분은 더 투자를 받아 확대하고픈 아쉬운 면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도 후배들에게는 언제나 준비만 잘 하면 기회가 오니 초조해 하지 말라고 해요. 나태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저 역시 겪었던 일이니까요. 한국영화 100주년인 올해엔 선배들 덕분에 제가 있음을 더욱 느껴요. 새로운 것만 기대할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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