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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금리하락 DLS 사태…‘불완전 판매’ 진위 관건

입력 2019-08-19 14:18
신문게재 2019-08-19 2면

 

20_해외금리

 

주요국의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을 담은 펀드(DLF)가 1조원에 달하는 원금손실 위기에 처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인 DLS를 판매하기 전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따져봤는지 불완전 판매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DLS, 1인당 2억원씩 물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7일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어치를, 법인 188곳이 89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로 보면 사실상 1인당 약 2억원씩 DLS 상품에 물려있는 셈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DLS 펀드는 주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집중적으로 팔렸다. 우리은행(4012억원), 하나은행(3876억원), 국민은행(262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미래에셋대우(13억원), NH투자증권(11억원) 순이었다.

전체 판매잔액의 99.1%(8150억원)가 은행에서 펀드(사모 DLF·사모 파생결합펀드)로 판매됐고 나머지(74억원)는 증권회사에서 사모 DLS 형태로 판매됐다.

문제가 된 상품은 DLS다. DLS는 금리·환율·국제유가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으로, 금리나 환율 등이 미리 약정한 범위에서 움직이면 은행 이자보다 높은 3~5%의 수익률을 지급한다. 반면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최대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수익 대비 손실 위험이 큰 ‘고위험 상품’인 셈이다.

세계 경기 침체 공포에 각국 장기채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관련 상품의 수익률도 곤두박질친 것이다. 지난달부터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접수되기 시작해, 지난달 5건이던 민원은 이달 들어 29건으로 늘어났다.



◇판매 비중 높은 우리·KEB하나은행 타격↑ 

 

우리 하나 사옥
(사진=각 사)

 

DLS 상품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은행 투자자가 가장 다급한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를 판매했는데 장·단기 금리차를 이용한 CMS 연계 상품과 달리 금리 하락이 곧바로 수익률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상품은 독일 국채금리가 -0.2% 이상이면 4~5%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100%도 날 수 있다. -0.6%로 떨어지면 원금의 80% 손실이 나고 -0.7%까지 내려가면 원금 전액을 잃는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미 -0.6% 이하로 떨어져 100%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여기에 만기는 다음달 19일부터 차례로 도래하고 만기 연장도 되지 않는다.

KEB하나은행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스와프(CMS)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조기 상환되거나 만기 상환되는 DLF를 판매했다.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얻을 수 있다. 60%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본다. 하나은행은 이 상품을 지난해 9월말부터 판매했는데 상품 만기가 1년 또는 1년 6개월이라 일부 상품은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한다. 현재 일부 상품은 평가손실이 50% 이상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TF(태스크포스)를 꾸려 DLS 손실 사태의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TF에서도 특별한 묘안이 나온 것은 없다”며 “현재로서는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금감원 “불완전 판매 여부 가릴 것”

 

금감원 사진
(사진=금융감독원)

 

DLS 사태의 핵심은 ‘불완전 판매’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불완전 판매 여부를 두고 투자자와 판매처인 은행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정도 고위험 상품인지 몰랐다’, ‘금리가 내리면서 원금 손실이 시작됐을 때 고지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가 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측은 서류와 녹취파일 등이 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 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됐다고 해명했다”며 “다만 일부 은행은 이런 상품의 위험성을 알고 판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매 은행들 해명의 정당성은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 해당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점검하고, 관련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데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 판매됐다는 점에서 신속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검사와 함께 분쟁조정을 위한 현장 조사도 실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 검토, 판례 및 분조례 등을 참고해 분쟁조정을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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