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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 음식 열전… "밥은 무조건 오른손? 요즘엔 포크도 쓰죠"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인도 음식 열전(하) 전통 식문화와 변화의 바람<끝>

입력 2019-09-23 07:00
신문게재 2019-09-23 15면

인도 식습관
인도인들은 각자 자신의 개인그릇에 음식을 담아 오른손으로 식사를 하는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 인도의 식사 예절



음식을 그릇에서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 젓가락 등이다. 그런데 이 도구들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문화도 있다. 바로 인도이다. 인도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하다. 화장실에서 주로 쓰는 왼손은 식탁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당연히 상석도 오른편에 마련된다.

인도에서는 ‘쥬따(jootar)’라는 말이 많이 사용되는데 ‘더러운’이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왼손도 ‘쥬따’에 해당되므로 왼손을 사용해 음식을 먹는 것은 좋지 않다. 따라서 노골적으로 왼손을 사용해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람이 입을 대는 것’도 쥬따로 인식되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들의 식습관 가운데 주의할 것이 있다. 찌개를 여러 사람이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 것을 안도에서는 꺼려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만일 인도에서 손으로 식사할 경우, 우선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다. 식탁에는 핑거 볼이 준비된다. 핑거 볼은 깨끗한 물을 담은 그릇으로, 식사 전후와 중간에 손을 헹구는 용도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할 개인 접시를 선택한다. 그 접시 위에 음식을 담는데, 반드시 개인접시를 사용해야 한다. 가장 청결한 상태로 음식을 먹기 위함이다. 인도인들은 남들과 접시를 절대로 공유하지 않는다. 인도 사람들이 바나나 잎 혹은 기타 나뭇잎을 접시로 사용하는 이유 또한 ‘자연 상태의 최고로 깨끗한 접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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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대표적인 요리 달(Dahl). 사진=Iristimes

 

오른손 식사를 할 경우 양념과 쌀을 잘 비비거나 버무린다. 그리고 나서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로 숟가락을 사용하듯이 밥을 떠서 먹는다. 이때도 검지로 음식을 입 안으로 살살 밀어 넣어서 먹는다. 사람들은 혀로 미각을 느끼지만, 인도 사람들은 손을 사용하는 이 과정에서 느끼는 감촉을 혀에서 맛 보는 미각 이전의 맛으로 음미한다. 맛의 음미를 여러 절차에서 나누어 볼 때 그들만이 느끼는 맛의 절차가 한 가지 더 있는 셈이다.

식사를 할 때도 최소한의 대화만 한다. 그 이유는 말을 할 때 혹시라도 침이 튀어 상대의 음식을 더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대화와 그릇을 나누지 않고 손을 사용하는 것 등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다른 사람들의 ‘타액(부정)’에 대한 타부(Taboo)를 배려하는 인도 사람들의 문화를 음식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음식에 대한 풍습이나 전통은 종교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깨끗한 음식에 대한 병적인 결벽증을 힌두교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먹는 문화를 가진 인도에서 최근 숟가락과 포크 등을 사용하는 경향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몸에 나쁘지 않은 세정제를 써서 굉장히 깨끗한 상태인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위생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도에서 손으로 식사를 한다는 것은 결국 ‘전통’을 지키려는 인도인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 향신료가 필수인 인도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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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음식에 사용되는 다양한 마살라. 사진=권기철

 

인도 요리를 얘기하면서 향신료를 빼놓을 수 없다. 향신료는 힌디어로 ‘마살라(Masala)’라고 하며, 한 음식에 보통 5 ~ 8 가지 정도가 사용된다.

음식의 종류에 따라 즉, 고기 요리와 야채 요리(사부지), 콩(달) 등에 사용되는 향신료는 모두 다르다. 용도에 따라 해독, 몸의 열을 잡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 열을 빨리 배출하게 해주는 것, 위산 과다에 사용하는 것 등 그 용도에 맞게 사용되기도 한다. 독특한 맛과 화려한 색, 톡 쏘는 향 등으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향신료 ‘마살라’는 우리나라의 고추장이나 된장처럼, 각 가정마다 그 맛이 다르다.

인도는 인류 최초로 후추 열매를 가공해 사용한 나라로 기원전 3000년 전부터 향신료 문화를 발달시켜왔다. 마살라는 말린 향신료를 갈아서 가루 형태로 쓰거나, 곱게 간 생강이나 마늘을 가루에 섞어 페이스트 형태로 만든 혼합된 향신료를 말한다. 보통 북인도에서는 가루 형태를, 남인도에서는 페이스트 형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의 대표음식 커리는 채소나 고기에 다양한 향신료를 넣고 걸쭉하게 끓인 음식을 말한다. 영어의 커리(curry)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와 일본식 발음인 카레로 불렸다. ‘소스’란 뜻의 남인도 타밀어 ‘카리(kari)’가 커리의 어원이다. 커리를 힌디어로 번역하면 ‘국물’이다. 밥이나 인도식 빵인 짜빠띠나 난과 함께 먹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커리의 노란색은 강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커리는 1780년대 말 영국에서 가루 형태의 마살라에 ‘커리 파우더’라는 이름을 붙여 판 것에서 시작된다. 이후 한국에 들어온 커리 파우더가 우리 입맛에 맞게 향신료 배합이 바뀌고, 전분이 들어가 이젠 한국의 독특한 음식 문화로 발전되었다.

참고로 강황의 뿌리줄기에서 나오는 특유의 노란색 색소는 커큐민(curcumin) 색소 성분 때문이다. 커큐민이 치매 예방과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커리는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커리를 즐겨 먹는 인도인들은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 환자가 미국인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커큐민이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세포의 산화를 방지하고 염증을 감소시켜 암의 발생을 막아준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 우울증, 피로감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강황은 우리나라 한의학에서도 약재로 쓰이는 만큼 그 효능도 다양하다고 한다.


◇ ‘단식’도 문화인 인도

‘축제와 축제 사이에 보통의 날들이 있다.’는 말처럼 인도. 일년 내내 열리는 수많은 힌두교 의식에서 크고 작은 금식 기간이 있다. 매년 2 월경 열리는 시바의 축제 기간에는 평소 고기를 먹는 사람도 채식주의자로 변해 고기를 금한다. 아내가 남편의 장수를 바라는 ‘카루와쵸토 축제’ 기간 동안에는 보름달이 뜰 때까지 아내들은 과일과 물만 먹고 보낸다.

이 밖에 특정 (축제)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어떤 사람들은 매주 목요일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무슬림이라면 ‘라마단’ 기간 동안 당연히 금식을 한다. 금식에는 종교적 의식도 있지만 ‘혈액과 에너지가 정화되고 몸 세포가 활성화된다’는 건강을 지키는 지혜가 담겨져 있다.

굶주림이라는 본능적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마주한다는 정신적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단식은 인도인의 생활에 깊숙하게 함께 하고 있다.


◇ 도심을 중심으로 한 인도 음식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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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현지의 맥도날드 매장 앞을 소들이 여유롭게 지나가고 있다. 사진=Picdesi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인도에서는 아직 대도시에 국한된 일이긴 하지만, 놀라운 속도로 다양한 레스토랑이 늘고 있다. 대규모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한 끼에 3~4만 원 정도 지불하고 저녁을 먹는 일도 흔한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과거에는 고기도 특정 시장에 가야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고기와 다른 식품을 같은 곳에서 구매하게 된 것은 인도 음식 문화의 큰 변화다.

음식에 관한 매우 보수적인 문화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돼지고기와 생선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핑크 혁명(Pink Revolution)’으로 불리는 돼지 농장이 크게 늘고 있다. 인도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이 혁명은 돼지 사육과 공급을 늘려 프렌차이즈 식당 등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는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고, 농부들에게는 새로운 소득 증대원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현재 인도 식용 고기 중 돼지고기의 비중은 3.5%를 차지한다. 뱅갈루루의 경우 돼지고기 소비가 최근 4년간 400%나 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돼지고기 모임(Port meet-ups)’이 결성되어 돼지고기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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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돼지 고기 음식이 조리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젊은이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인기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인도 펀잡 지역에서는 연간 40만 두의 미국 수입 돼지 처리 공장이 세워져 이곳에서 벨기에, 스리랑카,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산 수입 돼지 고기가 처리된다.

현재 인도는 새로운 음식 문화가 태동하는 단계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인도에도 바비큐 프렌차이즈가 등장해서 성업 중이다. 돼지고기 소비가 늘면서 벨기에산이나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도 크게 늘고 있다. 현재 스페인과 캐나다 등지에서 돼지 사육 기술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맛을 찾는 그들에게 한국의 음식 프렌차이즈는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 친구 몇 명을 한국에 초대해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게 했을 때 했던 공통된 말이 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이 왜 아직 인도에 들어오지 않았지?” 인도의 큰 음식문화 변화에 동참할 한국 기업들의 적극성이 필요할 때다.

 

권기철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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