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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 진단②] 모호한 자금세탁방지, 구체적 설명이 없다

입력 2019-10-09 15:49
신문게재 2019-10-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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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개수는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에선 100여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암호화폐 정보포털 해시넷에 이름이 올라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는 9일 기준 113개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국내에 200여개 거래소가 존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열 경쟁을 뛰어 넘어 심각한 난립이다. 그러나 지난해 암호화폐 시황이 크게 꺾이면서 난립 양상이 다소 진정됐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애초 한탕 잡고 파산하겠다는 ‘먹튀 거래소’들이 정리된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 일각에선 먹튀 거래소들이 상존하는 상황이기에 정부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투자자들의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업계에선 특금법 개정안이 다루는 거래소 신고제가 먹튀 거래소들을 판별하는데 중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한다. 먹튀를 작정한 거래소들이 아예 진입조차 하지 못하도록 높은 벽을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다만 특금법이 다루는 자금세탁방지(AML)는 이러한 진입장벽 구축의 문제를 떠나 업계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즉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자체 AML 구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권과의 연계 등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중 은행들이 구축한 AML은 가동을 위해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현재 대다수 거래소들은 체계적 AML 구축은 물론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더욱이 특금법 개정안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AML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 개별 자격을 부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시중 은행과의 협업을 통한 AML 수행을 말하는지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A거래소 한 관계자는 “사실 AML 구축도 쉽지 않지만 사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주요 권고안인 ‘트래블룰’ 이행이 버거운 실정”이라며 “특금법 개정안이 업계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수정 보완 없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래블룰이란 암호화폐의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 수집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 투명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 주제 발표자로 나선 한서희 변호사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FATF 가이드라인을 충족할 수 있는 거래소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제도 마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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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정부 당국도 이전의 부정적인 입장에서 다소 유해졌지만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은 모습이다. 업계가 특금법 통과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위기를 탈피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취임 한 달을 맞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특금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ICO 금지는 유지하고 투기 과열이 보이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특금법 TFT를 발족하면서 특금법 개정안에 업계 요구를 반영하겠다는 의지”라며 “구심점이 약한 업계 현실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계가 먼저 정부 당국에 암호화폐 과세안 등 당근을 던져주고 업계 요구를 관철시키는 ‘윈윈’(win-win) 전략을 펼쳐야 한다”며 “특금법이 통과된 다음엔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협업이 매우 필요한 중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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