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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인도에서도 급할 땐 "엄마~ 아빠~"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인도 언어의 세계(상) 한국어와 놀라운 유사성

입력 2019-10-14 07:00
신문게재 2019-10-1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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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리안 감독의 2012년 미국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폭풍을 만나 구명선에서 227일간 벵골 호랑이와 공생했던 인도 소년의 모험을 다룬 영화다. 


‘신의 존재를 믿게 할 놀라운 이야기’를 실사 촬영과 CG를 결합한 환상적인 시각효과로 구현한 이 영화는, 3D영화를 예술적인 차원으로 도약시켰다는 호평을 얻으며 제 8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촬영상, 시각효과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흥행에서도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인도에서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다가 폭풍우를 만나게 된다. 이때 갑판에서 주인공이 외치는 두 마디는 한국인이 자막 없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인데, 바로 ‘엄마’, ‘아빠’였다. 한국어 자막에도 ‘엄마’와 ‘아빠’로 그대로 나온다.

세종 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우리나라 말고 전세계 유일하게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이 2008년 자신의 고유한 언어 표기를 위해 한글을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글이라는 문자 말고 우리와 유사한 말을 사용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

대표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이웃나라 언어인 일본어를 제외하고, 러시아 사하공화국 국경지대 에빈키족(약 4만명)이 사용하는 에벤키어는 숫자나 친척을 일컫는 단어가 우리와 비슷하다. 태국 산악지역에 사는 소수민족 라후족도 언어, 생활 습관 등도 우리와 유사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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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미국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한 장면.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폭풍우 속에서 "엄마, 아빠"를 외쳤다.

그렇다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썼던 ‘엄마’와 ‘아빠’라는 단어는 누가 사용하는 언어이길래 이렇게 똑같을까? 정답은 바로 드라비다어어의 한 갈래인 타밀어다.

드라비다어족(Dravidian languages)은 남아시아에서 쓰이는 23개 언어를 통틀어 일컫는 어족이다. 주요 연어는 텔루구어, 타밀어, 칸나다어, 말라얌어 등이 있는데 대략 2억 명 정도가 사용한다. 인도에서는 주로 남부지역에서 사용되는 언어다.

현재 인도에서 쓰는 언어는 180여 종이 넘고 방언은 500개가 넘는다. 크게 인도인의 75%가 사용하는 인도아리아어군과 남인도인들이 사용하는 드라비다어족으로 나눌 수 있다. 인도 헌법에서는 정부기관내에서 공식적인 의사 소통은 영어와 힌디어(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언어)만 허용된다. 주 단위로 사용하는 공식적인 언어는 총 22개다.

때문에 같이 인도인이라고 해도 다른 지역 출신이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역별로 다른 언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도 많다. 영화로도 제작되어 흥행했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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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언’의 실제 주인공인 ‘사루 브리얼리’와 호주의 양 부모들. 사진=HT

 

1986년에 5살 인도 소년 ‘사루 브리얼리’는 형을 따라 나섰다. 하지만 기차를 잘못 타는 바람에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됐고,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집을 찾지 못하고 이곳 저곳을 떠돌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끝내 부모를 찾지 못하고 고아원에 맡겨져 호주로 입양 된다. 성인이 된 ‘사루 브리얼리’는 친구에게서 전세계를 볼 수 있는 위성 지도 프로그램 ‘구글어스’를 듣게 되고, 그때부터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을 맞춰가며 자신의 집을 찾어 나서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4년 뒤인 2011년, 드디어 ‘구글어스’로 기적처럼 자신의 집을 찾게 된 그는 25년 만에 결국 인도에서 가족들과 재회하게 된다. 이처럼 믿기지 않는 ‘사루 브리얼리’의 이야기는 BBC 등 해외 뉴스를 통해 전세계에 알려졌고, 2013년 책 ‘라이언’(원제 A Long Way Home)으로 출간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도 내무부에는 공식언어를 관리하는 부처(Department of Officeal Language)가 따로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많은 언어들이 사용되다 보니, 경제성장과 함께 문맹률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인도는 대략 25% 내외의 인구가 여전히 문맹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 덕에 인도가 이미지와 영상산업이 발달한 ‘디지털 소통(커뮤니케이션)’ 강국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힌디어의 알파벳 데바나가리는 46자로 자음 35개와 모음 11개로 구성되어 있다. 힌디어를 하는 사람들은 이런 풍부한 자모음의 영향 덕분에 여러 발음을 낼 수 있어, 다른 언어를 배울 때 상대적으로 발음이 좋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의외로 힌디어가 한국인들이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라는 점이다. 문자만을 보면 줄을 긋고 여러 기호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어려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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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요 지역의 공용어 사용 현황.

 

힌디어와 한국어의 유사성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어순이 같다. 힌디어의 어순은 우리와 같은 ‘주어+목적어+동사’로 이뤄졌다. 한국어, 일본어, 힌디어, 터키어 등이 공통적이다.

둘째, 시제가 문장 동사에 따라 정해진다. 예를 들어 동사 ‘먹다’의 과거형이 ‘먹었다’인 것처럼, 동사가 바뀌면 문장 시제가 바뀐다.

셋째, 동사의 끝이 같다. 한국어 모두 동사가 ‘~다.’(먹다, 가다. 오다 등)로 끝나듯이 힌디어 모두 동사가 ‘~나’로 끝난다.

넷째, 명사에 동사형 어미만 붙이면 동사가 된다. ‘공부(명사)+하다(동사형어미)’ 처럼 힌디어도 명사에 동사를 붙이면 동사가 된다.

다섯째, 존댓말이다. ‘밖에 나가요’에서 말을 낮추려면 ‘요’를 빼면 된다. 힌디어도 동사 끝을 줄이면 낮춤말이 된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지 2년째 되던 1950년, 인도 정부는 65년도 이후 힌디어를 인도 유일한 국어 및 공용어로 채택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비(非)힌디어 문화권의 강력한 반대로 아직도 시행이 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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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타밀족 여인. 사진=LiveMint

 

인도 남부에서 주로 사용하는 드라비다어족의 주요 언어인 타밀어를 살펴보면 힌디어보다 더 한국어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어와 문장 구조가 유사한 것은 물론 단어마저도 유사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타밀어는 인도의 15개 공용어 중 하나로 남인도 타밀나두 지역을 본거지로 하는 드라비다어족에 속하는 인도의 한 언어다. 우리 기업들의 진출이 많은 타밀나두 주와 연방직할령 푸두체리에서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인도 이외의 지역에서는 스리랑카와 싱가포르에서 각각 공용어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말레이시아에도 남인도계가 많아서 널리 사용된다.

드라비다어족에 속하는 언어 가운데 주(州) 공용어로 사용되며 독자적인 문자를 가진 언어는 타밀어, 텔루구어, 칸나다어, 말라얄람어 등 모두 넷이다. 타밀어는 텔루구어(8500만)에 이어 7500만 명으로 두 번째로 사용자 수가 많다. 인도 이외 지역에서도 공용어로 사용되는 나라도 있고, 드라비다어족 언어 중에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대략 기원전 5세기 무렵부터 문자기록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드라비다어 중 유일하게 기원전후의 문헌을 보유하고 있으며, 드라비다어 중에서 비교적 인도아리아어 계통의 영향을 적게 받은 언어이기도 하다.

 

권기철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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