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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판에서 입지 좁아진 南…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도 제동 걸릴 듯

입력 2020-01-12 13:34
신문게재 2020-01-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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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남측지역인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부터)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만난 가운데 관계자들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청와대 DB)

 

한반도 비핵화 협상판에서 남측의 입지가 상당부분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정상 간 친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남한에 ‘끼어들지 말라’고 면박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방미 후 귀국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메시지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생일에 대한 덕담을 하며 그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에게 꼭 좀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면서 “어제 적절한 방법으로 북측에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11일 담화문을 내고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직접 받았다며 이는 북미 간 직접적인 연락 통로가 있어 이를 통해 직접 받았으니 남측은 주제넘게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고문은 북미 사이에 대화가 다시 재개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제시한 내용을 미국이 모두 수용해야만 가능하지만 미국이 그러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며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김 위원장이 주재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한 노선으로 가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언뜻 보기에는 남한과 미국 모두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이 사실상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펴는 것으로 남측과 대화를 해봐야 별 소득이 없으니 남측과의 대화문은 닫고,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입장을 내놓는 모습을 취하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며 대화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색된 북미 관계를 가운데서 중재자 역할로 풀어보려던 문재인 정부의 노력을 북한이 공개적으로 망신 준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해법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던 문 대통령의 신년 구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설익은 해법을 내놓을 경우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메시지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했으나 북한이 이에 호응하지 않으면서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도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 대외적으로는 이란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연임을 결정지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탄핵정국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외교를 꺼내들었지만, 북한이 반응하지 않으면서 비핵화 협상의 경색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속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 여부를 점치고 난 뒤 대화를 재개해도 늦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동시에 통미봉남 정책으로 몸값을 올리며 협상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와 관련해 “(미국이 선제적으로)제제해제와 적대시정책 철회 이후에나 비핵화 협상에 돌입할 수 있다는 보다 높아진 북한의 협상 요구를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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