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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해치지않아' 안재홍이 보여주는 '고품격' 웃음

15일 개봉하는 웹툰 원작의 '해치치않아'에서 새로 대형로펌의 새내기 변호사 역할 맡아
상업영화 출연 갈망했던 순간 기억나게 해준 영화
"안재홍의 돋보임보다 캐릭터로 기억되길 원해"

입력 2020-01-14 07:00
신문게재 2020-01-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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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치치않아’의 안재홍.(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독립영화계의 송강호’로 불린 남자. 배우로서 영광이면서도 동시에 부담일 그 호칭은 이번 인터뷰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그만큼 안재홍의 인지도와 흥행성이 증명됐다는 사실이기도하다. ‘리틀’ 혹은 ‘제 2의’란 말로 각인되지 않아도 될 필모그래피를 성공적으로 쌓아온 안재홍은 “여전히 흥행에 목마르다”며 말문을 열었다.

15일 개봉하는 영화 ‘해치지않아’는 웹툰이 원작이다. 이미 스크린으로 옮겨진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자이기도 한 HUN (최종훈)은 안재홍 표현을 빌자면 “천재 그 자체”다. 폐쇄예정인 동물원에 사람이 직접 모형 탈을 쓰고 관객을 동원한다는 설정부터 기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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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치치않아’에서 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새로 부임한 변호사 태수 역할을 맡은 안재홍.(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솔직히 웹툰은 촬영을 다 끝낸 뒤에 봤어요. 일부러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시나리오의 디테일함을 연기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컸습니다. 영화를 찍고 웹툰을 본 솔직한 심정은 휘발되지 않은 재미가 기분좋게 감도는 느낌이에요.”


연출은 ‘달콤, 살벌한 연인’ ‘이층의 악당’의 손재곤 감독이 맡았다. 대중적으로 호불호는 갈리지만 유독 배우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그는 블랙 코미디가 섞인 로맨스를 탁월하게 다룬다는 평가를 받는 감독이다.

 

안재홍이 “아직은 혼자 극을 이끌어갈 만한 위치가 아닌데도 그 불편함도 감수하고 싶을 정도로 끌렸다”며 “캐릭터의 절박함과 예민함, 발버둥이 세련된 웃음코드로 녹아들었던 시나리오”였다. 

 

이어 “연기를 하기 전부터 워너비 감독님으로 꼽아왔고 주변사람들에게 추천했던 영화를 만든 존재가 시나리오를 보내오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기억을 되짚었다.

“폐쇄직전의 동산파크를 되살리려는 태수를 보며 ‘해치지않아’라는 영화도 거대한 미션으로 다가왔어요. 패기있게 잘 해내고 싶은 그 마음이 와닿았죠. 대형 로펌의 계약직으로, 엄밀히 말하면 수습변호사인 캐릭터인데 그 심정이 낯설지가 않았거든요.”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해 팔려간 동물들을 대신해 인간이 직접 그 대상을 연기하자는 태수의 제안은 여러모로 영화적이다. 팔려간 동물들을 대신해 밤에는 사육사로, 낮에는 나무늘보로 살아야 하는 직원은 가끔 카카오톡을 하고 북극곰은 뒤집어 쓴 털이 너무 더워 콜라를 마신다. 재정적자로 긴 목만 내민 기린 인형은 가끔(?) 바닥에 머리를 떨어트리는 사고를 치곤 하지만 도리어 이 ‘인간스러움’을 본 관광객들에 의해 영화의 코믹스러움은 정점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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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치치않아’의 안재홍.(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고교 동창 중에 변호사가 있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성공을 위한 갈망과 정식이 되기 위한 발버둥은 어느 직업이나 똑같다는 걸 느꼈죠. 저 역시 간절했던 경험들이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상업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던 순간, 영화제에 갔던 경험 그리고 흥행작에 대한 목마름 등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안재홍의 선택은 코믹함보다는 절박함이었다. 더 웃기려고 하는 순간 재미가 덜할 거란 생각에 ‘동물없는 동물원’에 대한 설정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연기했다. 

 

그 고군분투는 그가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캐릭터로 정점을 찍은 후 떠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경험도 한몫했다. 

 

인간적인 방생을 추구하는 아프리카 동물원은 경상도만한 크기로 코끼리와 사자 그리고 홍학이 머무는 각자만의 영역이 존재했다. 가둬놓은 동물들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동물들의 서열과 먹이사슬을 그대로 보존하며 공생하게 만드는 그 시간들은 ‘해치지않아’를 통해 한층 성숙된 연기로 표출됐다.


“동물권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동시에 탈을 쓰고 연기하지만 그 안의 사람을 강조하는 영화입니다. 아이러니 속에서 웃음이 터지는 고급 코미디장르랄까요. 항상, 어느 역할이든 안재홍이라는 존재가 보이기 보다는 그 캐릭터로 보여지길 바라요. 박보검씨를 제치고 콜라CF가 들어온다면? 그런 생각은 해 보지 않았지만 안 할 이유는 없죠.(웃음) 세상에 없던 영화를 만든다는 마음가짐으로 연기했습니다. 영화 속 그 진심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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