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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노래방 가서 얘기하고 노래하듯 말하고!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노래처럼 말해줘’

[Culture Board]노래방을 대화하는 공간으로 설정한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기인생 60여년을 맞은 배우 박정자는 ‘노래처럼 말해줘’
내면의 진심,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실제 등을 돌아보며, 여든을 앞둔 배우의 철학과 배우론을 접하며 ‘나만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

입력 2020-02-05 18:00
신문게재 2020-0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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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노래처럼 말해줘’(사진제공=뮤직웰)

 

노래방 가서 얘기를 하고 노래하듯 말하고….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2월 8~3월 8일 대학로 서경대학교 스콘 1관)는 노래방을 대화하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연기로만 60여년을 보낸 배우 박정자는 ‘노래처럼 말해줘’(2월 6~1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로 여전히 부를 노래가 많이 남아 있음을 전한다.



갓 태어난 아기를 탯줄로 목을 졸라 죽인 수녀 아그네스를 한결같이 보듬는 원장수녀, 딸의 남자를 사랑하고 그 소유욕에 남자를 우물에 가둬 죽인 엄마, 카페에서 노래하는 늙은 창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남편을 총살한 아내, 스무 살이나 어린 남자에게 모든 걸 던진 배우….

‘노래처럼 말해줘’는 1963년 데뷔해 60년 가까이를 쉼 없이 무대에 올랐던 배우 박정자가 노래처럼 전하는 일대기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똑같을까”라는 극 중 내레이션처럼 그간 박정자가 무대 위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2020년 무대로 다시 소환된다.  

 

박정자
연극 ‘노래처럼 말해줘’의 박정자(사진제공=뮤직웰)

“한 생애는 음악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음악은 한 생애만으론 충분히 표현될 수 없어요. 조명이 꺼지고 커튼이 내려오기를 바라는 지금, 나는 아직 부를 노래가 많이 남았으니까요.”

‘노래처럼 말해줘’는 인간으로서 “죽든지 아니면 여든 살이 되든지”, 연극배우로서 “무대를 버리고 남은 재능 속으로 사라지거나 계속 살아남아 끝없이 자신을 들어 올리는” 갈림길에 선 일흔아홉의 박정자가 다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딛고 선 무대다.

그의 내레이션과 영화 ‘페드라’ OST ‘사랑의 테마’, 박정자 독집 음반 ‘아직은 마흔네살’ 타이틀곡 ‘검은 옷 빨간 장미’ ‘낭만에 대하여’, 영화 ‘조커’ 삽입곡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등 6곡이 피아노맨과 대화하듯 배치돼 라이브로 연주된다.

무대에는 박정자 홀로 서지만 무대 뒤에는 그와 오래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단단히 받치고 서 있다. 박정자의 모노드라마 ‘11월의 왈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내 사랑 히로미사’ 등의 이충걸 작가, ‘프루프’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의 이유리 연출을 비롯해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 의상 디자이너 진태옥 등이 함께 한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영화 ‘범죄도시’ ‘극한직업’ 등의 진선규, ‘남산의 부장들’의 이희준, ‘성난황소’ ‘악질경찰’ ‘반도’ 등의 김민재, 뮤지컬 ‘스위니토드’ ‘여명의 눈동자’ 등 무대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김지현, ‘사의찬미’ ‘세종, 1446’ 등의 정연 등이 속한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작품이다.

2005년 창단한 ‘간다’는 단원으로 구성된 극단체제도, 매니지먼트를 주로 하는 기획사도 아닌 오롯이 창작을 위한 모임으로 ‘겨울공주 평강이야기’ ‘나와 할아버지’ ‘올모스트 메인’ ‘유도소년’ ‘뜨거운 여름’ ‘쿵짝’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수많은 작품을 제작해왔다. 간다의 민준호 대표이자 연출의 말처럼 “지나친 포장 없이 간략하고 좋은 작품, 다양한 형식의 공연을 어디든 직접 배달해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사진=브릿지경제 DB,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2008년 초연된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노래방에서 벌어지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연극으로 2014년 이후 6년만에 대학로에 복귀했다. 배역 명은 ‘간다’ 배우들의 이름으로 관계가 서먹한 아버지 민재(김민재·진선규·차용학, 이하 가나다 순)와 아들 희준(오의식·윤석현), 의심과 집착이 생겨버린 연인 민정(소진·한수림)과 희준, 희준과의 이별 후 친구들(김하진·유연·이지혜·정선아)을 만난 민정, 재혼을 결심하고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 민재와 보경(유지연·정연), 재혼 결심을 번복한 보경과 친구들(김하진·유연·이지혜·정선아) 등 다른 듯 연결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민준호 작·연출은 “모든 것이 잘 안돼서 끓어오르는 억하심정이 많던 20대 후반, 어떻게 소리를 질러야 하나 상상하다가 떠올린 곳이 노래방”이라며 “노래방을 대화하는 공간으로 설정해 가까이 있지만 멀리 느껴지는 관계의 마찰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노래방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아이러니가 재밌다”며 “여자 친구 보경과 엄마, 친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이번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두 가지를 합쳐 망라한 버전으로 보여주고 싶은 걸 다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진선규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진선규(사진=브릿지경제 DB,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제공)

 

2008년부터 아버지 민재로 분했던 진선규는 ‘범죄도시’ 위성락으로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바빠진 중에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뿐 아니라 ‘나와 할아버지’ ‘신인류의 백분토론’ 등 꾸준히 ‘간다’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어둡고 즐겁고 새롭고…‘간다’에서 15년 동안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시간이 되는대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며 “공연장에 오시면 따뜻한 열정과 놀이 행복한 모습을 분명 공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마지막에는 관객과 함께 다섯 이야기를 바라보던 노래방 주인(오인하·임강성)이 부르고 싶은 노래 한곡을 생각해 낸다. 그렇게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내면의 진심, 전혀 다르게 표현되는 실제 등을 돌아보며, ‘노래처럼 말해줘’는 여든을 앞둔 배우의 철학과 배우론을 접하며 ‘나만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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