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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만원 아끼면서 100만원은 ‘플렉스’…내 돈 감각은 정상일까?

기분에 따라 변하는 금전 감각

입력 2020-03-24 07:20   수정 2020-03-23 15:23
신문게재 2020-03-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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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병철 기자 burnhair@viva100.com)

여러분은 자신을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거스름돈 같은 적은 돈은 아끼면서도 큰돈을 거리낌 없이 지출할 때가 있다. 또 평소에는 돈 한 푼 허투루 쓰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충동적으로 고가의 상품을 ‘지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행동이 단지 자제력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걸까? 때때로 금전 감각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 큰돈이 아깝지 않은 이유? 심리적 회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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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은행)

 

입장료가 1만원인 공연이 있다. 만약 매표소 앞에서 지갑을 꺼냈을 때 1만원을 분실한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면 여러분은 이 티켓을 구입할건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그래도 공연을 보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미 1만원을 지불하고 구입해 놓은 티켓을 잃어버렸을 때는 어떤 선택을 내릴까? 이 경우 ‘다시 1만원을 내고 공연을 보겠다’고 답한 사람은 44%에 불과했다. 두 케이스 모두 공연을 보기 위해 지출하는 돈은 똑같은데 말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 속에는 예산을 세우고 지출을 통제하는 회계장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질문 속 잃어버린 1만원은 공연을 보기 위해 할당한 돈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지출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서 잃어버린 1만원(티켓)의 경우 이미 마음 속 회계장부에 공연 항목으로 할당한 돈이다. 만약 티켓을 다시 구입한다면 공연 항목의 지출이 두 배가 돼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이런 인식을 ‘심리적 회계’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 마시는 커피 값 3000원은 아까워하면서도 늦은 밤 술자리 후 택시비로 쓰는 3만원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 이유는 마음 속 심리적 회계가 유흥과 일상생활을 분리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선 작은 손실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유흥에서는 큰 손실이 있더라도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특히 신용카드는 돈에 대한 감각을 잃게 만들어 심리적 회계를 왜곡한다. 할부를 이용하면 당장의 지출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은 똑같다. 심리적 부담은 줄어들지만, 돈을 썼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는다.


◇ 이치에 맞는 소비 vs 기분 좋은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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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은행)

 

미국 듀크대학교 교수 ‘댄 애리얼리’는 저서 ‘부의 감각’에서 돈과 관련해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대인들이 이치에 맞는 소비가 아니라 기분 좋은 소비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잠긴 문을 2분 만에 열어주는 열쇠공과 20분 동안 수리하는 열쇠공이 있다면, 우리는 일찍 열어준 열쇠공에게 돈을 지불하는 걸 더 아까워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2분 열쇠공’은 우리의 시간을 절약했을 뿐 아까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분 좋은 소비가 더 잦아지는 환경이 바로 해외여행이다. 1000원도 아까워하며 짠테크에 열을 올리던 사람이 면세품이라는 이유로 고가의 상품을 손쉽게 구매한다. 하지만 100만원짜리 제품을 90만원에 샀다고 해서 10만원을 아낀 것은 아니다. 단지 90만원을 지출했을 뿐이다. 감각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만 여행 도중 씀씀이가 헤퍼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의 오류를 고치지 않는다면 누구나 이런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베버-페히너의 법칙’은 자극과 감각의 비례 관계를 설명한 법칙이다. 처음에는 작은 자극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자극이 강해질수록 자극의 변화가 커져야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 법칙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밤에는 보이던 달이 낮에는 강한 태양 빛 때문에 보이지 않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평소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법칙은 금전 감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5분 거리에 있는 A마트에서 2만 원에 파는 물건을 10분 거리에 있는 B마트에서 1만 원에 판다면 대부분 B마트로 향할 겁니다. 하지만 가까운 A대리점에서는 2000만원에, 멀리 있는 B대리점에서는 1999만원에 판매하는 자동차가 있다면 사람들은 굳이 B대리점으로 가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똑같은 1만원 차이인데도 큰돈을 다룰 때 더 둔감해진다.


◇ 금전 감각의 함정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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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하나은행)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금전 감각을 왜곡하는 심리적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모든 거래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얻는 대가로 지불하는 것은 돈이 될 수도, 시간이나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지출이 필요할 때마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차분하게 따져본다면 감정적인 소비를 피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다양한 광고로 둘러싸인 현대인의 감정은 과다 소비를 부추긴다. 돈을 모으려면 감정을 제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출하기 전 고민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이를 위해서는 돈을 최대한 나눠 보관할 필요가 있다. 한 봉지에 담긴 과자는 한 번에 먹어 버리기 쉽지만, 여러 봉지가 있으면 새것을 뜯기 전 잠깐이나마 고민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

지금까지 금전 감각의 함정에 대해 알아봤다. 간혹 분에 넘치게 소비한 뒤 자신의 낭비벽을 자책하는 분들이 있다. 반성하는 것은 좋지만 혹시 자신의 의지만으로 쉽게 극복하기 힘든 심리적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분의 금전 감각을 점검해 보고, 올바른 소비 습관을 형성하는 첫 걸음을 떼보는 것은 어떨까.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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