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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연극 ‘언체인’ 안유진·정인지 “우리, 아주 재밌게 잘 하고 있어요!”

입력 2020-05-11 21:00
신문게재 2020-05-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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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왼쪽)과 마크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마크가 바라보는 싱어, 싱어가 바라보는 마크…‘언체인’ 속 인물들은 사실 기억의 조작이에요. 실제 인물을 표현하기보다 누군가 바라보는 사람의 지극히 단편적인 부분이죠. 누군가 봤을 때는 빨간 사람이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하얀 사람으로 기억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식의 접근이 많은 작품이죠.”



싱어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정인지는 연극 ‘언체인’(6월 21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을 “누군가의 시선으로 본 단편적인 인물들이 혼재돼 풀어가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한 인물을 자극하거나 죄책감을 덜기 위해 바라보는 혹은 보고 싶은 인물의 단편적인 부분들이 혼재돼 있어요. 클레어는 싱어는 모르고 마크가 바라보고 경험했던 사람이죠. 마크에게 클레어는 아마 사람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중 분노일 거예요. 클레어의 ‘집착’이라는 말이 마크를 자극하거든요. 그래서 클레어를 연기할 때는 그 ‘집착’이라는 말을 마크에게 조금 더 깊이 찔러주려고 노력하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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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정인지의 말처럼 누군가의 트리거를 자극하기 위해 “입체적이기 보다 단편적인 부분만이 부각된 인물들”은 실제 모습과 누군가의 시선이 만들어낸 환상, 진실과 거짓, 선과 악 등의 경계를 서성인다. 


“어린 나이의 싱어가 본 아버지는 너무나 괴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어요. 피부가 다 늘어져 있거나 괴물처럼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거나…줄리도 그래요. 어쩌면 줄리는 다섯 살짜리 예쁜 아이였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싱어는 아이를 무서워하는 인물이에요. 다섯 살 아이와 같은 공간에서 잘 지내며 일상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그 공포가 엄청나죠. 언니(안유진)가 만든 싱어의 아버지는 정말 공포스럽고 끔찍해요. 제가 다르게 상상하지 않아도 한번에 입체적으로 그 요소들이 다가와요. 그렇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죠.”

‘언체인’은 딸 줄리를 잃어버린 마크(안유진·이강우·정성일·김유진,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 딸의 실종에 대해 알고 있지만 명확하지 않은 기억의 파편을 맞춰가는 싱어(정인지·최석진·신재범·홍승안)가 풀어가는 미스터리 심리극이다.

단 두명의 배우가 마크와 싱어, 마크의 아내 클레어, 클레어의 전 남편이자 싱어의 동성연인 월터, 클레어와 월터의 딸 줄리, 간병인, 싱어의 아버지 등으로 분하며 복잡하고도 기묘한 심리전을 진행시킨다. 마크 역의 안유진은 “결국 모든 게 사람을 잘못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파국으로 치닫게 한 부부의 문제”라고 말을 보탰다.

“성소수자인 월터가 자신의 정체성에 신경을 안쓰고 결혼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발생한 거예요. 트리거를 당기게 하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인연, 신이 만들어놓은 장난이죠.”


◇누군가 바라보는 인물의 단편적인 부분들의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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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마크 역의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누구나 죄의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싱어는 지나치게 죄의식에 잠식되고 파묻혀 있는 사람이에요. 과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 자기 죄라고 생각하며 죄의식이 자신을 파먹게 방치한 사람이죠. 반면 마크는 죄의식을 아예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이에요. 정 반대의 두 사람이 ‘하필’ 만났죠.”

이렇게 전한 안유진은 마크에 대해 “여유가 몸에 밴 부자에 엘리트이며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권력형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마크에게 성소수자이고 뒷골목에서 몸을 팔던 남창으로 밑바닥 인생을 살던 싱어는 부류가 아예 다른 사람, 사실은 인격체의 느낌도 아니에요. ‘관계’랄 것도 없죠. 마치 국민을 개돼지로 생각하는 정치인이 목적을 위해 국민을 마주하는 느낌이랄까요.”


안유진의 말에 정인지 역시 “마크는 남성성의 집합체로 완전히 마초적인 인물”이라며 “행동이 아닌 사상 자체가 남자로서의 우월성이 응집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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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싱어에게도 마크는 이전에는 만난 적이 없는, 아예 기억 속에 없는 사람이에요. 월터라는 존재로 이어진 사람, 월터가 나로 인해 포기한 어떤 부분 속에 등장하는 한 인물일 뿐이죠. 마크에게 싱어 역시 월터와 딸 줄리의 연결체일 뿐이에요. 삶 자체가 달랐던 마크와 싱어는 필터를 거쳐도 만날 수 없는, 같은 식당의 다른 테이블에서라도 한 공간에 공존할 수조차 없는 사람들이에요. 인간적인 관계라는 말 자체가 형성이 안되는 관계죠.”


그런 둘이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는 것은 극 자체가 마크의 머릿속이며 싱어가 ‘사라져 버려야 할 것들’ 혹은 ‘태워버릴 것들’을 적어내려 간 글들이 있어서다.


◇티격태격(?) 안유진 vs 정인지 “치유다! 아니다!”

 

“싱어는 시나리오, 글을 쓰면서 스스로 치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랬는데 마크가 나타난 거죠.”

정인지의 말에 안유진은 “그다지 글솜씨가 뛰어나지도 않았고 엉망진창이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도 월터를 만나면서일 것”이라며 “교육 정도의 차이도 너무 많이 나고 자격지심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대꾸했다. 

 

“글 쓰기는 파트너에 대한 자격지심을 상쇄하고 비슷한 위치까지 가기 위한 허영 같은 걸 거예요. 옆에서 월터가 계속 북돋우기도 했겠죠. 하지만 말도 안되는 동화, 혹은 실제 있었던 일을 적은 초등학생 일기 같은 글쓰기죠. 이름조차 직접 대면할 수 없는 글쓰기로 치유가 됐을까요? 그 글로는 치유가 전혀 안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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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마크 역의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안유진의 말에 정인지는 “이름을 대하기까지의 치유 과정 중에 있었던 것”이라며 “치료하겠다는 생각으로 적은 건 아니지만 스스로도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어에게 이름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랬는데 월터가 자신의 풀 네임을 얘기해주면서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죠. 그 장면이 웃길 수도 있는데 싱어에겐 처음 있는 일이에요. 누군가가 이름을 물어본 건. 싱어로서는 그 순간이 감동적이거든요. 싱어는 처음으로 내 존재, 이름을 물어봐준 사람과의 상황을 지키기 위해 글을 쓰고 태워 없애버리려고 했죠. 상처가 커서 차마 정면으로 사건을 바라보지는 못하지만 다른 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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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이렇게 피력한 정인지는 “제3자의 입장으로 사건을 바라보다가 결국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알게 됐을 것이고 거기까지 가는 과정 중에 있었다”며 “마크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월터랑 둘이 행복하게 잘 살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정인지의 말에 안유진은 “싱어한테 억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자극을 줘야했고 그가 쓴 글을 바탕으로 연기를 하지만 마크는 전문 배우도 아니고 글 속의 사람들을 직접 본적도 없다”며 “하지만 굳이 연기를 하지 않아도 (싱어의 트리거가 되는) 그 사람들이 쓴 단어나 말로도 싱어는 그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을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싱어의 시선으로 보는 거죠. 저는 다른 마크들보다 좀더 구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놨어요. 예를 들어 싱어 아버지의 경우는 어쩌다 그 지경까지 갔을까를 생각해요. 싱어가 써둔 글 읽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왜곡시키죠. 알코올 중독자였고 노동자였을 거고 사고를 당해 다리 한쪽을 절게 되고 유전적으로 정신병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 반복된 왜곡의 결과물 같은 사람이었을 거라고 상상해서 믿게 돼요.”

그리곤 “연쇄살인마를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캐릭터로서 표현하기 위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고유정, 어금니 아빠 등의 사건을 참고했다”고 털어놓았다.

“어금니 아빠는 자기 딸을 시켜서 몹쓸 짓을 하면서도 죄의식을 못느끼잖아요. 좋지 못한 환경에서 태어나 어렵게 살았음을 억울해 하고 재수없게 태어났다고 생각할 뿐이죠.”

 

 

◇젠더 프리를 넘어 캐릭터 프리로! 이율배반의 신선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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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왼쪽)과 마크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연극 ‘언체인’은 방은진 감독, 박성웅·오승훈 주연의 영화 ‘메소드’에 등장하며 2017년 초연돼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시즌이 공연 중이다. ‘정글라이프’ ‘와이프’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등의 신유청 연출작으로 세 번째 시즌에는 젠더프리(성별에 상관없는)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성별을 바꿔서 하는 공연들을 많이 해봤지만 별 문제가 없었어요. ‘언체인’도 연습까지는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우리 관객들은 굉장히 열려 있거든요. 남자와 여자로 보기 보다 그 인물이나 캐릭터로 보시죠. 하지만 ‘언체인’은 좀 달라요.”

 

안유진의 말처럼 그간의 젠더프리 극들과는 다르게 ‘언체인’은 여배우들이 연기하는 마크도 ‘남편’ ‘아빠’ 등으로 불린다. 아내, 남편, 아빠 등 말 자체가 주는 분명한 성별의 구분, 정서 등을 파괴한 설정은 남성 2인 뮤지컬 ‘트레이스 유’의 유일한 여성 캐스트였고 ‘에드거 앨런 포’에서 최초의 여성 그리스월드였던 안유진에게도 쉽지 않은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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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마크 역의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아내, 남편, 아빠 등 단어 자체가 성별을 정확하게 하는 설정이잖아요. 저 마저도 ‘굳이 왜 여자가 해야 할까’라는 평을 들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연습 때는 고민이 많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내버려 두는 건 어떨까 싶었어요. 같은 대사라도 여자 입에서 나올 때랑 남자가 할 때는 완전 다르거든요.”   

 

그 이율배반적인 설정들은 호모포비아에 가까운 마크와 성소수자 월터, 싱어와 그가 혐오하는 월터의 전 아내 클레어를 한 배우가 연기하는 데서도 발현된다.

 

인간이면 누구나가 가진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은 여자 배우가 ‘아빠’ ‘남편’으로 불리고 ‘부유함’과 ‘엘리트’ ‘남성성’ ‘권력’ 등의 집약체인 마크를 연기하면서 극대화된다.

 

안유진은 “사회적 통념 상 부성과 모성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모성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불가침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부성은 생기는 거라고 생각지만 고유정 사건도 그렇고 실제로 일어난 일을 보면 모성애 역시 사람, 개인의 감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를 연기하는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극 초반 줄리에 대한 사연이나 사랑이 좀 더 가슴 아파보이기도 할 거예요. 그런 모습이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그린 완벽한 가정에서 한발짝이라도 나가면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그 잔인함을 더 부각시키지 않을까, 아빠를 여자가 연기하는 걸 보면서 더 잔인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어 “극 초반에 그만큼의 착각을 줬다가 잔인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에게 타당성을 주거나 연민을 가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접했던 사이코패스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어요. 나쁜 놈인 걸 알지만 매력적으로 표현되곤 하죠. 영화, 드라마는 물론 무대에도 그런 작품들이 너무 많지만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반전을 극명하게 보여줘서 쌍욕이 절로 나오게끔 하는 게 제 목표예요.”

안유진의 강한 어조에 정인지 역시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안타까울 수는 있지만 명확한 경계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그래서 배우들도 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인물을 연기해야하고 ‘나는 죄가 없어’라는 걸 스스로 주장해야하니까요. 그 줄타기가 정말 중요하죠.”


◇여전히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 공감하게 된 부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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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싱어 역의 정인지(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왜 여기서 나오는지 모르겠는 대사들이 너무 많았어요. 바로 전에 어떤 장면이 있었길래 이 대사가 여기서 나올까 고민이 많았죠. 지문이랄 것도 없어요. 제 머릿속으로 ‘영업비밀’처럼 저 혼자만 알고 있는 설정은 있지만 누구도 맞다고 해준 적이 없어요. 첫 장면부터 그래요. 배우로서는 부끄러운, 솔직한 고백인데 아직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대사들이 있어요. 번역체처럼.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고민 중이죠. 잠들기 직전까지 ‘오늘 공연처럼 생각하면 말이 되나?’ 싶고….”

안유진의 토로에 정인지 역시 “저 역시도 그런 대사가 있다”며 “의식의 흐름대로 쓴 대사들이 있다. 게다가 의식이 향하는 곳이 없는 흐름”이라고 동의했다. 이어 “그래도 마지막 대사는 무대를 하면서 이해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중간에 엄마한테 피아노를 배웠다는 얘기도, 마지막에 한번 더 나오는 엄마에 대한 대사도 너무 어려웠어요.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엄마 카테고리를 건드리는 걸 썩 좋아하지 않아요. 너무 신파로 가버리곤 하거든요. 싱어가 마지막의 선택을 할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는 한탄이면 아버지 얘기만으로도 충분한데 엄마까지 연결되니 싱어가 너무 질척이는 느낌이 들었죠. 그런 부분들이 어려웠어요.”

이어 “엄마 부분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애정도 가지지 못하는 상태에서 공연을 하다가 월터에게 맞닿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싱어가 가진 것들 중 유일하게 사랑받음이 엄마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월터에게 사랑받으면서 월터에게 맞닿기 위함이구나 싶어서 반복해서 대본을 복기하고 있죠.”

정인지의 말에 안유진은 “저 역시 그 부분이 신파처럼 느껴질까 고민이 많았다”며 “어쩌면 실제로 했던 얘기일 수도 있고 마크의 기억이랑 맞닿아서일 수도 있고…마크 입장에서는 자신을 월터와 동일시해 ‘사랑해줘, 사랑이 필요해’ 하는 싱어가 너무 싫고 짜증나는데 슬프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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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언체인’ 마크 역의 안유진(사진=썸스테이지 서정준 기자)
“마크는 전사가 없어요. 하지만 마크도 비뚤어지게 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어릴 때 너무 바쁜 부모로 인해 큰 집에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거나 벽장에 갇혀 혼났다거나…그런 마크에게도 월터나 싱어와의 공통분모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어 하나, 비슷한 추억 하나로 어쩌면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억의 상자를 열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성 역할이 아닌 다양한 인간 이야기로의 확산을 꿈꾸며

“여자 배우들이 할 수 있는 판도를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안유진 배우 같은 언니들이 힘겹게 길을 닦았어요. 예전 여배우들은 결혼을 하거나 출산을 하면 무대를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언니들이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낳고도 작품활동을 하고 있죠. 언니들이 너무너무 힘들게 개척해온 길을 걸어가는 다음세대로서 제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여성 서사극인 ‘마리 퀴리’ ‘난설’ ‘테레즈 라캥’ 등에 출연했고 ‘데미안’으로 젠더프리 및 캐릭터 프리를 경험한 정인지가 ‘언체인’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정인지는 “남성의 집합체였고 남자들만이 할 수 이야기들에 여배우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좀 더 넓혀보고 싶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언니들이 닦은 길을 가면서 넓히고 단단히 구축해 나가면 궁극적으로는 굳이 성별로 나누지 않아도 이야기가 다양해질 수 있지 않겠어요? 성의 역할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져 가는 길목 같아요. 그런 것들을 ‘언체인’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언니들이랑 저는 충분히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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