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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부동산 정책 도와주려다 정부와 싸우는 투사 됐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

입력 2020-06-22 07:30
신문게재 2020-06-2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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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 (사진=양세훈 기자)

 

“정부를 도와주려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정부와 싸우는 투사가 되어버렸네요.”

 

긴 인터뷰 중에 툭 하고 나온 말이다. 어찌 보면 그의 삶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정부와 싸우고 대기업 건설사와도 싸운다. 20년을 싸웠다. 바뀌는 듯했고,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그대로다. 그가 싸워온 세월만 20년. 지금이 가장 막강한 상대와 싸우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 이야기다. 김 본부장은 지난 20년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인생을 내던졌다. 그는 정부는 물론 건설업계의 눈엣가시다. 부동산 투기꾼들에게는 협잡꾼이란 소리도 듣는다. 그래도 그는 언제나 묵묵히 목소리를 높인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때면 늘 정부를 향해 쓴소리와 함께 부동산 개혁을 주창해왔다. 그는 왜 부동산 개혁에 인생을 걸었을까.

 

“대기업 건설사에서 20년을 근무했어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가 국가 예산 50%를 차지하는 건설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었죠. 공공건설에 교량이나 철도 빌딩 등의 비용을 30% 줄이고, 품질과 수명은 두 배로 늘리고, 유지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청와대에 자문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제도 개선에도 참여했습니다.”



김 본부장의 부동산 개혁 운동의 첫발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히 경실련과 연이 닿으면서 정부 예산감시 운동에 나서게 됐다. 그러던 중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아파트값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투기는 국가 경제 시스템 붕괴 초래”

“아파트 등 부동산값 상승은 필연적으로 불로소득으로 이어지죠. 투기 광풍을 불러오고 투기는 국가 경제 시스템을 붕괴시켜요. 부동산 정보를 빨리 얻을 수 있는 재벌이 불로소득의 대다수를 가져가면서 빈부 격차도 심해지게 됩니다.”

일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 경실련이 지향하는 모토다. 결국 불로소득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경실련은 88올림픽 이후 부동산 투기에 따른 불로소득이 다수의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을 박탈감과 생계 위협 속에 몰아넣었던 1989년에 창립했다. 김 본부장과 경실련은 그렇게 뜻이 통했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아파트값은 건축비와 토지비로 나눠진다. 당시 아파트값은 2000년 분양가 자율화 조치 이후 건설 업체와 자치단체장의 과도한 폭리를 취하며 오르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건설사는 5% 이윤이 적절하고 국제통용도 5%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정 이윤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면서 아파트 값이 뛰기 시작했다. 그래서 김 본부장 주도로 경실련은 아파트값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언론에 알리고, 정부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개혁 정부의 상징인 노무현 정부를 도와주려 2004년 2월에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당시 정부도 경실련이 요구했던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등의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의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순수하게 개혁 정부를 돕기 위한 운동이 정부를 감시하고 각을 세우는 범국민운동으로 변하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야당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실련이 요구했던 후분양제도입, 분양가 상한제, 원가 공개 등을 당장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자 3일 후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경실련 정책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결국 2007년 4월에 경실련의 제시 정책이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 4억원에서 14억원으로 뛰었던 아파트가 9억원으로 떨어졌고, 약 10년간 아파트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김 본부장은 경실련 제안이 받아들여졌던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2007년에 후분양제,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으로 서울시가 송파 장지동에 분양한 아파트 건축비가 평당(3.3㎡) 350만원에 땅값 750만원이었어요. 33평(109㎡) 아파트의 실건축비가 2억2000만원으로, 분양가는 3억이었죠. 당시 발산지구도 그렇고 건설사들이 바가지가 사라지는 게 보였어요. 제가 시민운동을 한 보람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부동산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다는 게 투기꾼들의 상식으로 통하게 됐다. 실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실거래된 주택 가격이 문재인 정부에서 40% 올랐어요. 국민은행 발표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도 취임 초 6억원에서 현재 9억원으로 50% 상승한 것이 확인됩니다. 이는 거짓 통계로 대통령과 국민을 속이는 관료와 무능한 정책 결정자들에게 주택 정책을 맡기면서 초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보람도 잠시… 10년 만에 다시 치솟은 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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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사진=양세훈 기자)

김 본부장은 현 부동산 폭등을 정책 입안자들이 초래한 결과라고 단언했다. “이낙연 의원이 소유했던 아파트가 2016년 12억원이던 게 지금은 22억원이 됐어요. 총선 전에 그 집을 팔아 9억원을 벌었죠.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장하성 씨는 3년간 집값이 11억원 올랐고,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대통령 정책실장은 10억원 올랐죠. 현 김상조 대통령 비서실장도 6억원이나 올랐어요.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 불로소득 성장을 한 거죠.”


김 본부장은 앞으로 정책 입안자, 특히 고위공직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드러내 다주택 투기 세력을 공직에 임명하지 못하도록 누가 집값을 올리고 부동산 거품을 만드는지 국민 앞에 드러내겠다고 말했다.

“집을 살 필요가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집은 사람이 살기 위한 곳이지 재테크의 수단이 아닙니다. 과연 부동산값이 올랐다고 좋은 걸까요. 부동산 가격 폭등은 고스란히 우리 자식들이 내 집 마련할 시기에 쳇바퀴 돌 듯 그 고통을 대물림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와의 인터뷰 직후인 17일 문재인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정책이 발표됐다. 김헌동 본부장은 이날도 여전히 정부 부동산 정책을 꼬집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서울시 구청장 부동산 신고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구청장들이 보유한 아파트 재산은 문재인 정부에서 평균 5억원, 50%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세훈 기자 twonew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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