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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코로나19 장기화, 광해에게 답을 묻다

입력 2020-12-02 15:03
신문게재 2020-12-03 19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광해 4년(1612년) 12월, 한양과 경기도에 갑자기 역병(疫病)이 발생했다. 광해는 급성전염병 치료법을 담은 ‘벽온방’이란 의학서를 인쇄해 보급하고 급한 대로 약재를 최대한 모아 질병이 심한 지역으로 보냈다. 또 환자가 사망할 경우 남은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 식량을 나눠줬고, 이들 가정에는 이듬해 내야 할 모든 세금을 감면했다. 조선시대의 경우 역병이 돌면 푸닥거리나 고양이 부적 정도의 퍼포먼스로 심리적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수준이었는데 광해는 매우 ‘과학적’이다.


벌써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혼란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사태는 진정되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고는 해도 운송이나 분배를 두고 노이즈가 있고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불식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진행형이다. 예나 지금이나 ‘역병’이 돌면 상대적으로 피해를 받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계층은 일반 평민들이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확진자가 급증해 대부분 자영업자들의 영업시간이 사실상 저녁 9시로 제한되는 등 생계에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저금리 이차보전(利差補塡) 대출 프로그램 한도도 지난달 사실상 소진됐다. 내년 예산에 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피해계층을 위한 지원금을 3조원 반영했지만 1, 2차 지원금 17조5000억원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외부활동과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실직이나 소득감소로 생계에 직격탄을 맞는 계층은 저소득·저신용자들이다. 이들 취약계층은 정부의 저금리 금융지원 등의 혜택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차보전 대출의 경우도 1.5%의 저금리는 신용 3등급 이상의 고신용자에 대한 혜택이다. 7등급 이하는 대출 문턱을 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취약계층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가뜩이나 낮은 신용도가 더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정부가 저신용자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규모나 대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내년에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저신용자들의 금융접근성은 훨씬 낮아지게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24%에서 20%로 최고금리가 낮아질 경우 50만명이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을 받지 못하고 그 규모는 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세제지원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올해 소득에 대해 신용카드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은 확정됐지만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일정률의 세액감경 등 공제도 검토할 만하다. 또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경우 저소득 계층에 집중 지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1차 때는 전 국민, 2차 때는 선별지원이었고 내년 초 3차 지원도 피해가 큰 업종과 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하의 저소득 계층에 대해서도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광해가 ‘과학적’ 대책을 수립한 것은 가난한 백성들이 역병으로 인해 가족을 잃었는데, 여기에 무거운 세금까지 매기는 것은 이중의 고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한다. 현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은 취약계층에 대한 집중지원을 충분히 포용할 만큼 성숙했다고 자부한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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