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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Top10] 대극장 뮤지컬 “날아올라~”를 외친 마녀들 ‘위키드’부터 ‘위키드’까지

입력 2022-01-02 11:00

2021Musical

 

2021년의 공연예술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발했던 2020년에 비해 회복세로 돌아섰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에 따르면 2021년 공연계(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복합)의 총매출액은 약 3024억원, 코로나19로 그야말로 반토막이 났던 지난해의 1720여억원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철저한 방역과 유동 좌석제 운용, 손해 감수 등 온몸으로 버틴 대한민국의 공연계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셧다운’ 없이 불 켜진 무대를 지켜냈다. 그 무대에서 관객을 만난 2021년 작품들의 장르별 흥행 톱10에 대부분 매출이 몰린 것, 신작 보다는 안정적인 인지도와 흥행력, 완성도를 갖춘 작품들이 주로 공연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뮤지컬 매출총액은 2300여원으로 공연예술 총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클래식이 330여억원, 연극 약250억원, 무용 67억여원, 오페라 약42억원, 국악 18여억원, 그 외 7억6000만원가량이다. 각 장르별 1위작은 대극장 뮤지컬 ‘위키드’, 대학로 뮤지컬 ‘레드북’, 연극 ‘알앤제이’, 클래식은 오페라 ‘플레더마우스; 박쥐’, 무용은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다.


평범하지 않은 존재들의 향연, 그럼에도 어쩌면 우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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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엘파바 역의 옥주현(왼쪽)과 글린다 정선아(사진제공=에스앤코)

 

편견에 시달리는 마녀들, 400년 넘게 연인을 그리는 드라큘라,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자, 일생을 가면을 쓰고 오페라극장 지하에 숨어사는 유령같은 존재, 신과 인간의 경계에서 휘청거리는 존재들, 감옥 속 여자들, 남아 있는 1인치의 살덩이로 차별받으면서도 자신을 찾아나선 밴드보컬, 스스로에게 실험을 하는 두 얼굴의 박사와 괴물, 모함과 오해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왕비….

정부 방역정책에 따라 혼란을 겪고 배우, 스태프들의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불안한 시기를 보내야 했던 대극장 뮤지컬은 평범하지 않은 존재들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나 이야기는 오롯이 나로 살기,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선과 악의 경계 혹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지금 우리의 투영이다.

대극장 뮤지컬 중 최고 매출을 올린 ‘위키드’ 역시 편견을 넘어 진정한 나로 서기 위한 여정이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판타지 명작 ‘오즈의 마법사’를 비튼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무대화한 뮤지컬이다. 원작에는 이름도 없이 악행을 일삼던 서쪽마녀에 ‘엘파바’(옥주현·손승연,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라는 이름을 주고 착한 남쪽 마녀 글린다(정선아·나하나), 두 사람과 로맨스를 엮어가는 피에로(서경수·진태화) 등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나다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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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왼쪽부터), 전동석, 신성록(사진제공=오디컴퍼니)

 

엘파바에 옥주현, 그가 “한국은 정선아 글린다 보유국”이라고 할 정도로 글린다 그 자체인 정선아가 초연에 이어 호흡을 맞췄다. ‘보이스코리아’ 출신의 손승연이 엘파바로, ‘리지’ ‘시라노’ ‘비아 에어 메일’ ‘시데레우스’ 등의 나하나가 글린다로 새로 합류했다. 서울 뿐 아니라 부산 드림아트센터에서의 공연도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400년을 넘게 사랑을 지켜온 드라큘라 백작(김준수·전동석·신성록)과 그의 연인이 환생한 미나(조정은·임혜영·박지연)의 사랑을 다룬 ‘드라큘라’가 2위,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난 아더(김준수·카이·도겸·서은광)의 성장극 ‘엑스칼리버’가 3위다. 

 

오페레타부터 발레까지 다양한 예술로 무장한 박은태·카이·규현의 ‘팬텀’, 1926년 쿡카운티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연극(A Brave Little Woman)을 밥 포시 스타일로 무대화한 최정원·윤공주, 아이비·티파니·민경아의 ‘시카고’, 브로드웨이 신작 ‘하데스타운’, 조승우·오만석·이규형·고은성·렌 등을 내세워 대극장으로 넓혀간 ‘헤드윅’, 오래도록 사랑받은 류정한·홍광호·신성록 등의 ‘지킬앤하이드’와 김소현·김소향의 ‘마리 앙투아네트’가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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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사진제공=신시컴퍼니)

 

눈에 띄는 작품은 10위권 내 유일한 신작인 ‘하데스타운’이다. 그리스신화 중 오르페우스(박강현·시우민·조형균)와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노래로만 진행되는) 뮤지컬로 토니어워즈 8관왕, 그래미어워즈 최고 뮤지컬 앨범상 등 수상작이다.

배고픔과 불안함에 사로 잡힌 시대, 굶지는 않지만 자아를 잃은 채 살아가야하는 지하 도시 하데스타운을 배경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젊은 음악가 오르페우스와 연인 에우리디케, 스토리텔러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 한때는 사랑했지만 불화하는 하데스타운의 주인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김선영·박혜나) 등이 어디서나 피울 수 있지만 모두가 볼 수는 없는 ‘희망’ 꽃의 가치를 전한다.

에우리디케 역의 시우민, 헤르메스 최재림 등 배우 및 스태프 23명이 코로나19에 확진돼 개막까지 미뤄야 했던 어려움을 겪었지만 연일 관객몰이에 나서며 6위에 이름을 올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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