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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부드럽지만 강하다! 韓엔터, 여성 리더가 뜬다

[조은별 기자의 K엔터+] 기획부터 제작까지… 방송계 여성리더 종횡무진

입력 2022-01-18 18:30
신문게재 2022-01-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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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옷소매 붉은 끝동’ (사진제공=MBC)

 

지난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화두는 여성이었다. 여성들이 연대해 축구팀(SBS ‘골 때리는 그녀들’)을 만들고 댄스 경쟁(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을 펼쳤다. 드라마에서는 ‘왕의 여자’로 치부됐던 궁녀가 주체성을 가진 전문직 여성으로 그려졌고(MBC ‘옷소매 붉은 끝동’) 여성검사의 호쾌한 이중생활(SBS ‘원더우먼’)과 젊은 여성 술꾼들의 사연이 큰 인기를 끌었다(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여성 콘텐츠가 많아진 배경에는 여성 제작자들의 증가도 한몫했다.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우먼파워가 떠오르면서 기획과 제작에 여성적인 시선을 보태는 경향이 강해졌다.


◇SBS·KBS·TV조선·티캐스트 등 방송가 주름잡은 여성 리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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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KBS 신임 예능 센터장(왼쪽)과 최영인 SBS 예능 본부장(사진제공=KBS, SBS)

 

SBS는 지상파 방송3사 최초로 첫 예능 본부장을 배출했다. 2019년 tvN으로 이적한 남승용 본부장의 뒤를 이어 예능국 수장이 된 최영인 본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출신인 최영인 본부장은 1994년 EBS에 입사해 노희지를 아역스타로 만든 ‘꼬마요리사’로 예능에 입문했다. 1996년 SBS로 적을 옮겨 ‘최고의 밥상’ ‘진실게임’ 등을 연출했고 이후 ‘야심만만’과 ‘힐링캠프’ 시리즈로 2000년대 초반 예능의 흐름을 주도했다. 주로 토크쇼를 연출한 이력처럼 후배PD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독려하는 선배로 정평이 나 있다. 여성 축구 경기인 ‘골 때리는 그녀들’ 역시 최 본부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12월 김의철 사장 체제를 맞은 KBS는 조현아 PD를 신임 예능 센터장으로 발령냈다. 1997년 KBS 공채 24기로 입사한 조현아 센터장은 ‘유희열의 스케치북’ ‘열린음악회’ 등 KBS의 굵직한 음악 프로그램 등을 연출했고 ‘살림하는 남자들’ ‘맘마미아’ ‘사장님 귀는 당나귀귀’ 등을 직접 기획했다. KBS 내부에서 조현아 센터장은 진취적인 외유내강형이라는 평을 듣는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구세대와 신세대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펼쳐 선후배들의 귀감이 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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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TV조선 본부장 (사진제공=TV조선)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국민가수’ 등 연이어 히트작을 낸 TV조선 서혜진 본부장도 방송가의 대표적인 여성 리더다. 서혜진 본부장의 장점은 저돌적인 추진력이다. 예리하면서도 명민한 시각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트로트 장르를 개척했고 단일IP를 활용해 ‘뽕따러 가세’ ‘내딸하자’ ‘개나리학당’ 등 스핀오프 프로그램으로 확장시켰다.

 

스포츠 스타를 내세운 ‘노는 언니’와 ‘노는 브로’ 시리즈를 연이어 선보인 티캐스트 조서윤 제작총괄 국장은 개척자형 리더로 꼽힌다. 1993년 MBC PD로 입사한 그는 지난 2017년 YG엔터테인먼트로 적을 옮기며 지상파 PD의 기획사행을 이끌었다. 이후 티캐스트로 옮겨 케이블 맞춤형 전략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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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윤 티캐스트 제작 총괄 국장 (브릿지경제 DB)

 

드라마 부문은 예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 리더가 적다. 드라마PD는 장시간 촬영 및 편집에 매달려야 하고 출퇴근이 불규칙하다. 예능PD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봉도 늦다. 이런 업무적 특성과 더불어 임신, 출산, 육아 문제로 여성PD들은 조연출 단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2000년대 이후 각 방송사마다 여성 드라마PD 입사가 증가했지만 방송 환경이 각박해지면서 OTT, 제작사 등 새로운 보금자리로 떠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을 연출한 정지인 PD,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박보람PD, tvN ‘빈센조’ 등을 연출한 김희원 PD 등이 감각적이면서 섬세한 연출로 차세대 스타 연출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10년 뒤에는 이들이 리더의 자리를 꿰찰 가능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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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인 MBC PD (사진제공=MBC)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 부문은 예능 부문과 달리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스타여성PD가 많지 않다”며 “최근 두각을 드러낸 여성PD들이 차후 리더로 성장할 무렵에는 각 방송사의 여성 드라마 본부장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업계는 여성이 대세… K팝에도 여성 제작자 늘어 

 

매니지먼트 업계도 여성이 대세다. 배우 손예진과 20년 넘게 한솥밥을 먹고 있는 김민숙 엠에스팀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여성 매니저들의 대모로 꼽힌다. 

 

가수 이선희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고 이승기를 키운 후크 엔터테인먼트의 권진영 대표도 매니저 업계의 여장부다. 

 

그는 지난 연말 드라마제작사 초록뱀미디어와 합병하며 자신의 지분 38%인 167억원의 주식을 소속사 연예인과 임직원 전원에게 무상증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배우 김의성, 김동욱, 이동휘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 박성혜 대표, 신하균, 김혜수 등 걸출한 연기파 배우들이 소속된 호두엔터테인먼트 이정은 대표, 영화 ‘미나리’의 한예리, ‘원더우먼’의 이하늬, ‘오징어게임’의 정호연까지 연이어 글로벌 스타를 배출한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무명 배우 진선규를 스타덤에 올린 이주래 엘줄라이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은 꼼꼼한 배우 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배우에게 가장 적합한 대본을 고르고 이미지 변신을 돕는 일등공신이다.


이 외에도 배우 박신혜의 성장과정을 지켜본 이은영 솔트 엔터테인먼트 이사, 장희진과 유이 소속사 전경수 럭키컴퍼니 대표 등도 중견 여성 매니저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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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GLG 이사(왼쪽)와 이지영 JYP엔터테인먼트 이사 (사진제공=GLG, JYP엔터테인먼트)

 

K팝 업계에서도 여성 리더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업계 ‘왕언니’로 통하는 남소영 SM엔터테인먼트 재팬 대표이사를 필두로 하이브 산하 신설레이블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JYP 이지영 이사 등 빅3 기획사에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이 속속 등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FX빅토리아, 슈퍼주니어M의 조미, 헨리 등을 캐스팅했던 황현희 이사도 인디 아티스트 성격이 강했던 GLG에서 4인조 걸그룹 하이키를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숫자는 적지만 여성 제작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요한 등이 소속된 위엔터테인먼트 위명희 대표, 다이나믹듀오 소속사 아메바 컬쳐의 고경민 대표, FNC 출신으로 씨앤블루, AOA 등을 캐스팅한 김영선 그레이트엠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은 최근 두각을 드러낸 여성 K팝 제작자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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