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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 잡아라] 수사관 촉으로 AI 데이터로… 사기 징후 잡아낸다

[보험사기 잡아라!] ④전담팀·AI 도입

입력 2022-04-27 10:54
신문게재 2022-04-2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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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연합뉴스)

 

#경상남도 밀양시를 근거지로 하는 조직폭력단 ‘S’파의 행동대원 A 씨는 출소 후 교도소 동기와 함께 보험사기 조직을 꾸렸다.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가로채는 이른바 ‘보험빵’ 사기를 벌였다. A 씨 일행이 52차례의 고의 사고를 일으켜 편취한 보험금은 3억 2000만원에 이른다. 삼성화재의 보험범죄특별조사팀(SIU)은 이들이 밀양 일대에서 보험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제보를 입수한 뒤 연계도 분석을 통해 조직 규모를 파악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1조원에 육박하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기 적발 인원은 감소추세에 있지만 범행 형태가 갈수록 전문 조직화되고 있어 대응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이에 각 보험사들은 ‘SIU’팀을 꾸리고 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보험사기를 방지하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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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삼성화재)

 

◇전담 수사팀도 AI도 지능화 보험사기 대응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는 보험범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모럴징후분석 시스템 (IFDS)를 개발했다. 이전에도 보험 범죄를 예방하는 시스템이 존재했지만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험 범죄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IFDS는 간단한 조회만으로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AI 시스템이다. 사기 혐의자에 접수번호를 보유하고 전산시스템에 사기번호가 등록되면 조사 진행상황부터 수사 종결 이후 판결까지 한번에 열람할 수 있다. 사전에 사기 의심 그룹에 대한 분석이 진행되면서 보험사들은 이들의 사고가 접수될 경우 빠르게 조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삼성화재는 전직 우수경찰관과 검찰 수사관 등 현장 전문가 50여명으로 구성된 SIU를 꾸려 보험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SIU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중심으로 조사 업무를 나눠맡으며 상해 인과관계에 대한 공학분석서 작성 업무, 보험사기 유사 패턴에 대한 데이터 분석 등을 수행한다.

삼성화재는 SIU와 IFDS를 활용해 마약사범들이 고의로 사고를 일으켜 보험금 4억 3000만원을 편취한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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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K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은 ‘K-FDS(이상거래감지) 통합시스템’과 ‘K-DMS’(빅데이터 분석시스템)을 구축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피보험자의 의료데이터를 수집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고 이상 거래가 탐지될 경우 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분석 작업을 수행한다.

KB손보는 K-DMS를 활용해 강남 일대의 한의원과 성형외과 등에 환자를 알선하고 허위 진료를 통해 보험금을 과잉 청구하던 보험 사기 조직을 적발해냈다.

KB손보 관계자는 “K-DMS를 통해 백내장 수술을 유도하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효과를 거뒀다”며 “올해 차세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K-FDS 고도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KB손보 역시 전직 경찰과 검찰 수사관 출신 조사실장, 의료심사자 등으로 구성된 SIU를 조직해 보험사기를 감지해 내고 있다. 이 밖에도 비급여와 부당청구 관련 병원에 대한 소송업무를 담당하는 장기전문조사부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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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은 SIU부서를 중심으로 효율적으로 보험사기를 찾아내고 있다. 전직 경찰 출신 전문 조사요원 28명과 의료 분석 요원 등 총 53명으로 구성된 해당 부서는 범죄수익 환수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은 지난해만 무려 1935억원 규모의 보험사기를 적발했다. 현대해상이 적발한 사기 규모는 보험업계 전체 적발 실적의(9434억원)의 20.5%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빅데이터 기반의 AI분석시스템인 ‘Hi-FDS’를 개발해 사기 감지에 활용하고 있다. ‘Hi-FDS’는 머신러닝을 통해 보험사기 특징을 스스로 학습하고 사기 고위험군을 자동 선별해 적발 예측력을 높여준다.

또한 보험사기 발굴을 위해 현장 사정에 밝은 보험설계사의 힘도 빌리고 있다. 현대해상은 오는 5월 말까지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실손의료보험과 질병보험 등 장기보험 사기 제보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 기간 동안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정황 등을 보고하면 최대 10억원인 기존의 포상금에 20만원에서부터 최대 1000만원까지의 포상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아울러 현대해상은 사기 적발뿐만 아니라 사기로 인한 피해자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자동차 사고 보험사기 피해자에게 사고로 인해 할증된 보험료를 환급해 주는 식이다.



◇“편향된 데이터는 경계”…윤리 문제도 고려

다만 보험사들이 AI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성 문제는 해결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예컨대 보험사들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특정 집단에만 유리한 데이터가 쌓일 경우 AI의 판단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은 소비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분야라는 점에서 AI의 판단이 한쪽에 편향될 경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데이터가 차별적인 요소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특정 집단에 유리한 데이터가 많이 사용될 경우, AI의 판단이 편향되게 나타날 수 있다”며 “AI가 최적화 대상을 비용 절감이나 생산성 극대화에 둘 경우 차별적이거나 현실적이지 않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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