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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대기자의 자영업이야기] 자영업 출구전략 있나?

입력 2022-07-13 07:00
신문게재 2022-07-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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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회색 코뿔소’란 용어가 있다.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위험 요인들이 가시화 되지만 일부러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다. 이는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대표이사 미셸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코뿔소가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막상 코뿔소가 달려오면 대처법을 몰라 허우적대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예측과 대비가 어려운 돌발적인 사태를 의미하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는 차이가 있다.



1997년 12월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의 발표로부터 시작된 IMF외환위기는 회색코뿔소와 블랙 스완이 겹친 대표적인 경제사회적 위기였다. 대기업들의 외화부채가 위기의 판을 키우고, 정권 및 관료들의 무능과 거짓말이 경제 식민지화를 초래했다. 방만했던 은행과 한보-대농-해태-진로-뉴코아 등 대기업집단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선량한 직장인들이 황량한 벌판으로 내몰렸다.

최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대표적인 회색 코뿔소라고 지적한 것은 공감을 자아낸다. 저출산·고령화 위기가 줄곧 진행되면 그 결과는 어떨까. 생김새가 비슷한 일본이 미래 한국의 자화상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선진국 탈락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초고령사회의 덫에 빠진 까닭이다.

자영업 문제도 자칫 회색코뿔소로 변하기 전에 출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기업부채가 IMF환란의 방아쇠 구실을 했듯이 자영업자 부채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그 핵심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다중채무자 27만2308명이 1인당 5억7655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개인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신용대출 및 부동산담보대출)을 총동원,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매출 폭락을 버텨냈다. 다중채무자 중 연간소득 3000만∼4000만원을 올리는 자영업자수가 12만2993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 정도 소득으로는 1인당 6억원 가까운 빚을 갚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금 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46%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이 29.0%에 달해 임금근로자(11.7%)보다 월등히 높다. 일시상환 하기 위해서는 집을 파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자영업자 부채문제가 단순히 금융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시장과도 연계되는 대목이다.

일단 정부는 오는 9월말까지 자영업자 대출상환을 유예한 상태다. 그 이후 대출상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한다는 방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자영업에 대한 종합적인 출구전략 마련도 시급하다. 자영업 유권자들의 표심에 기대 정권을 획득한 윤 정부가 자영업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창동 유통전문 대기자·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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