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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직업병 인정기준 불합리… ‘추정의 원칙’ 접근방식 개선해야”

산재예방 촉진을 위한 직업병 인정기준 개선방향 토론회

입력 2023-08-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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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근거 없이 편의적 방법으로 만들어진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이 산업재해 판정의 공정성 저해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김수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31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산재예방 촉진을 위한 직업병 인정기준 개선방향(추정의 원칙을 중심으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고용노동부 고시) 문제점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직업병 인정기준 개선방향 모색을 위해 마련됐으며, 한국산업보건학회 하계학술대회 프로그램으로 펼쳐졌다.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은 특정 업종·직종, 근무 기간, 적용 상병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근골격계질병 산재 신청 건에 대해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김수근 전문의는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은 업무상 요인과 상병과의 인과관계 확인 없이 최근 산재 통계에서 승인율 높은 직종을 선정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신속한 산재처리를 위해 지나치게 편의적 방법으로 개발된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업종·직종과 근무 기간 등의 단순 요건만 획일적으로 규정하다보니 자동화 공장에서 관리·감독 위주로 근무한 작업자, 경기침체로 수년간 단축근무한 작업자 등도 실제 근로 강도와 상관없이 프리패스(free-pass) 식으로 인정받고, 불합리한 산재 판정과 업종·직종 간의 차별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김 전문의는 특히 “추정의 원칙 때문에 잘못된 선입견에 입각한 산재 판정이 반복되고, 산업 현장에서는 ‘쉽게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 무분별한 산재 신청 경향도 감지된다”면서 “근골격계질병 특성상 퇴행성 질환과 구분이 쉽지 않아 산재보험 부정수급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산재 인정기준 개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동의대 우동필 교수는 “근골격계 추정의 원칙은 근로강도 차이를 반영할 수 없고 사업장 작업환경 개선도 유도하기 어려워 문제가 크다”며 “재해조사 역량 강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 문진영 교수는 “현행 추정의 원칙은 다빈도 산재 신청 업종 및 직종, 상병을 선정했다고 말하지만 실제 내용은 연간 10건 내외 산재신청한 직종에 불과하고, 분석한 표본도 약 3년치 데이터에 불과해 통계학적으로 타당한 분석이라 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퇴행성 질환과의 구분이 불가능해져 더욱 산재신청이 몰리고 부정수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총 임우택 본부장은 “불합리한 산재 승인·보상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산재보험료 인상과 노동손실 증가를 유발해 경제활력을 저해한다”면서 “정부가 신속한 보상에 매몰돼 현행 방식의 추정의 원칙을 확대 적용한다면 더 큰 부작용에 직면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산재 승인 근거에 따라 유해인자 노출을 최소화하는 예방 활동이 이뤄지도록 추정의 원칙 전면 재검토와 역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정기준 개선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총은 이번 토론회의 논의 내용 등을 바탕으로 산재보험 직업병 인정기준 개정 건의서를 작성해 고용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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