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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재명 단식이 남긴 씁쓸함

입력 2023-09-18 14:04
신문게재 2023-09-19 19면

빈재욱
빈재욱 정치경제부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단식 투쟁을 하다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의 단식은 지난달 31일부터 국정 쇄신과 전면 개각을 요구하며 진행됐고 이날이 19일차였다. 말 많았던 이 대표의 단식은 한국 정치의 극단적인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장이었다. 여당은 이 대표가 단식하기 하루 전날 횟집에서 식사한 것을 두고 “날 것을 이리 좋아하시니 단식 또한 날로 먹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라고 저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누가 (단식 중단을) 막았느냐. 아니면 누가 (단식을) 하라고 했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여당 입장에서 이 대표의 단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1 야당 당대표의 단식을 이렇게까지 희화화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다.


게다가 지난 14일 이 대표 단식 농성장 앞에서 벌어진 극성 지지자의 흉기 난동 사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가 휘두른 흉기로 국회 경비대 소속 여성 경찰관 2명이 상처를 입어 봉합 수술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한국 정치의 극단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으로 보인다.

과거 정치권에서 단식은 정치인들이 마지막으로 대항할 수 있는 항거의 수단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83년 직선제 개헌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내각제 개헌 포기 선언,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요구하며 단식투쟁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단식 농성을 보며 존엄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이 대표의 단식에선 비난과 상처만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다.

 

빈재욱 정치경제부 기자 binjaewook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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