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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탈세계화와 韓수출 위기

입력 2023-09-26 15:58
신문게재 2023-09-27 19면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세계화의 바람은 지난 수 십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중국을 비롯한 저임금 국가에 생산설비를 집중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생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업은 매출과 이익을 획기적으로 늘렸고 증시는 장기 호황을 구가했다. 여기에 기술 개발로 생산단가가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이 억제되면서 인플레이션 없는 장기 성장의 골디락스가 이어졌다.

1980년대 이후 40년간 이어진 세계화 추세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Ricardo)의 ‘비교우위론’에 입각했다. 나라별로 생산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의 생산에 특화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그늘도 짙게 드리워졌다. 글로벌 생산성 향상은 실상 도시로 이주해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중국의 농민공과 같은 저개발국의 노동자가 희생한 결과였다.

누적된 세계화에 대한 분노는 2010년대 이후 반이민 정서와 민족주의를 강화하자는 정치적 흐름으로 분출됐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각국 정부는 대대적인 리쇼어링(reshoring·해외공장의 국내 회귀)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로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제 각국 정부는 가격이 비싸도 자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도록 종용하고, 기업에 자국에서 물건을 팔려면 공장을 건설하라고 권한다. 그리고 이같은 흐름은 지난 반세기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 모델의 붕괴를 의미한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비교우위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며 무역흑자를 누렸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탈세계화 시대에 비교우위론에 입각 제품은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유일무이’한 제품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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