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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영화 '외계+인'1부 다시보기 열풍!

[#OTT] 개봉작 '외계+인 2부' 관람 전 다시 보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의 6년의 담긴 영화의 이모저모
극장보다 안방에서 더 사랑받으며 10일 개봉한 2부 예매1위로 출발

입력 2024-01-10 18:30
신문게재 2024-01-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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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한 수작인가 비운의 망작인가. 영화 ‘외계+인’ 1부는 누적관객수 154만명을 모으며 쓸쓸히 OTT로 사라졌다. 외계인 죄수들이 지구를 침공하고 이를 막으려다 고려시대에 불시착한 인간 소녀 이안(김태리), 외계 로봇(김우빈)이 도사 무륵(류준열), 두 신선(염정아·조우진) 등과 뒤얽히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최동훈 감독 신작으로 주목받았다. 제작비 360억원, 손익분기점 관객 73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 감독에게 사실상 첫 고배를 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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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1부’ 속 다양한 장면. 9일 기준 ‘외계+인’ 1부는 티빙의 ‘실시간 인기 영화’ 1위, 넷플릭스의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4위에 안착했다. (사진제공=CJ ENM)

 

한국 영화 사상 최장 프로덕션 기간인 387일을 거친 ‘외계+인’ 시리즈는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지난 10일 마지막 퍼즐을 공개했다. 극 중 지구의 대기를 외계인들이 살기에 적합하게 만드는 ‘하바’는 터지는 순간 모든 인간들을 죽게 만드는 독성 물질이다. 우주선에 가득찬 하바가 폭발하기까지 남은 시간 단 48분. 마침내 시간의 문을 열고 돌아온 이들의 활약이 스크린 가득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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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재미는 대부분 김우빈의 몫이다. 액션과 멋짐, 코믹함까지 아우르는 명연기로 암투병 중인 자신을 기다려준 감독의 기대감을 증명했다. (사진제공=CJ ENM)

 

‘외계+인’ 2부는 1부에서 뿌렸던 떡밥들이 완전히 회수된다. 이안과 무륵의 인연, 정체가 모호했던 수사관 민개인(이하늬)과 두 신선의 연관성, 인간의 몸속에 갇힌 외계인 죄수들을 탈출시키려는 악당 자장(김의성)이 끝까지 병든 노인의 몸에 남아있던 이유까지 엉킨 실타래가 확실히 풀린다. 여기에 신검의 능력을 이용해 눈을 뜨려는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까지 새롭게 가세해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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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던 ‘외계+인’1부의 IMAX 독려 포스터. (사진제공=CJ ENM)

 

최동훈 감독은 1부의 실패를 맛 본 뒤 촬영분을 약 150번 가량 돌려봤다. 2부의 경우 무려 52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지난 3일 언론 시사회에서 그는 “관객분들께 초대장을 쓴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영화 ‘도둑들’과 ‘암살’로 ‘쌍천만 감독’에 등극하며 늘 ‘최동훈 월드’에 걸맞는 특유의 익살과 재치, 반전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수 놓았다. 한국영화 사상 쌍천만 흥행을 일군 감독은 최동훈 외에 봉준호, 김용화, 윤제균 감독까지 단 4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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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포스터는 모든 비밀이 풀리는 영화의 엔딩을 극명하게 담고 있다. (사진제공=CJ ENM)

 

‘외계+인’ 시리즈를 처음 떠올린 6년 전 그리고 모든 완성작을 내 놓은 지금까지 아내이자 영화 제작사인 케이퍼 필름의 안수현 대표의 말은 최동훈 감독을 정의하는 한 줄이다. “눈 뜨면서 영화이야기를 하고 자기 직전까지 영화를 보다 자는 사람”이다.



팬데믹이란 특수한 시기를 겪었으나 애초 ‘외계+인’이 가진 거대함은 약 4시간 분량의 가편집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부와 2부로 개봉하는 것이 작품이 가진 서사와 재미를 온전히 살릴 수 있었다. 영화 ‘신과함께’라는 성공적인 케이스가 있었고 참여하는 배우들의 캐스팅보드만 보더라도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 그렇다면 1부는 무슨 이유로 그렇게 초라하게 퇴장해야 했을까. 충무로 최고의 흥행 타율을 보여줬던 최동훈 감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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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부부로 나왔다면 매력이 더했을 두 신선의 모습. 무기로 쓰는 옛스런 물건들이 1부의 재미를 톡톡히 했다. (사진제공=CJ ENM)

 

푸른 유리구슬 같은 지구가 사실은 외계인 죄수를 보내는 우주 변방이란 설정은 신선하지만 그들을 관리하는 로봇과 타임리스가 가능한 썬더의 존재는 지극히 SF스럽다. ‘외계+인’1부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지못한 CG를 구현해 관객들을 유혹하지만 이미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입맛까지는 만족 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안에 펼쳐진 뜨끈한 국밥 같은 한국인의 정은 여전하다.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프로그래밍된 설정에서 벗어나 시간대를 거슬러 구한 핏덩이 아기를 현대에서 키우며 그저 차가운 기계였던 그들의 일상은 변한다. 늙지 않는 로봇 아빠와 변신에 능한 썬더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이안은 점차 호기심이 왕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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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지나가는 구도를 위해 가장 층고가 높은 지하 주차장을 섭외하며 사실감을 더한 1부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NM)

 

지구에서 탈출하려는 외계인 죄수들에 의해 2022년의 시공간은 쑥대밭이 되고 세 사람은 고려시대로 돌아간다. 그곳은 얼치기 도사와 신선이 판 치는 곳. 고양이면서 인간인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은 무륵이와 함께 현상금이 걸린 도둑들을 잡는 게 일상이다.

양복을 입고 천둥(총)을 쏘는 현대인들의 출연으로 과거 시대의 사람들은 혼란스럽다. ‘외계+인’1부는 시간과 공계를 넘어선 주인공들의 액션과 코미디를 너무 과하게 오간 면이 없지 않다. 단순히 요약하자면 이 영화의 핵심은 인간 세계에 사는 외계인들의 대립인데 그 안에 뒤엉킨 인연이 한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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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며 인간적인 썬더의 목소리는 배우 김대명이 맡았다. (사진제공=CJ ENM)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그 실타래를 느슨하게 메꾼다. 로맨스는 1도 없이 각자의 능력만을 과시하는 신선 청운과 흑설을 연기하는 조우진과 염정아의 익살이 그 정점이다. 귀가 멀고 말을 할 수 없는 노파로 극의 빌런인 자장의 비밀을 알고 있는 김해숙, 병원의 환자였다가 양복을 입고 살인귀가 되어 시대를 거스르며 악의 기운을 내뿜는 살인귀 지건우는 짧은 분량에도 잊지못할 열연을 펼친다.

무협사극와 SF를 관통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친절한 설명이 되려 1부를 망친 결과물이 되어 버렸다. 설명을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질 즈음 쿠키영상을 던지며 2부를 기다려 달라며 끝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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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가장 빛나는 건 배우들보다 최동훈 감독이 아닐까.(사진제공=CJ ENM)

 

뭔가 확실한 결말을 바랐거나 참을성이 없는 관객들이 부아가 치민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OTT의 반응은 달랐다. 웨이브,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 각종 OTT 플랫폼에서 ‘외계+인’ 1부가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의외로 재미있던데?’라는 반응이 쏟아진 것.

2부 공개를 앞두고 다시보기를 한 안방관객들이 과연 극장행을 결정지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 속 아귀(김윤석)의 말을 인용해야 할 것 같다. 1부 보다 더 잘될 것이라는 사실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라는 명대사를.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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