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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내 삶의 탐험, 더 늦기 전에!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

[책갈피]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

입력 2024-02-19 18:00
신문게재 2024-02-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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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픽사베이

 

누구에게나 아픈 과거가 있다. 혹은 ‘이불킥’을 하게 되는 부끄러운 기억들도 있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의 순간들도 있다. 그 크기와 감도가 다를 뿐 잊고 싶은, 하지만 문득 떠올리게 되거나 스스로도 모르게 왜곡되는 이들 역시 ‘과거의 나’다. 이들을 포함한 ‘과거의 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지금의 나가 과거가 돼 ‘미래의 나’의 밑거름이 된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인간 발달 연구의 세계 3대 석학으로 평가받는 윌리엄 데이먼(William Damon)의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A Round of Golf with My Father)은 이같은 인간발달과정을 담고 있다. 

 

심리학자 개인의 경험과 심리학 이론이 교차되며 회고록의 성격을 띠지만 추리소설 혹은 역사추적소설처럼 읽히는 책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석학이자 심리학자가 스스로의 정체성과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 사람들에게 소설 같은 이야기에 담아 전하는 위안이자 조언이기도 하다.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
아버지의 마지막 골프레슨| 윌리엄 데이먼 지음(사진제공=북스톤)

아버지 사진 한장 없이 성장해 60세를 넘긴 심리학자의 추적은 큰 딸의 전화에서 시작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전 중 실종된 줄 알았던, 생전 어머니의 말처럼 “전사했다”고 믿었던 아버지가 타국에서 외교관으로 승승장구했으며 프랑스 발레리나와 결혼해 다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다 1991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를 지우고 살았던 60여년, 아버지의 부재가 부끄러워 외면하고 살았다. 인간이 전 생애에 걸쳐 삶의 목적을 발달시키는 과정을 연구하는 발달심리학에 몰두했던 학자는 그런 아버지의 궤적을 따른다. 

 

학자는 그렇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자료와 기록, 그를 알고 지냈던 이들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재구성하는 여정을 시작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시기부터 그 이후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과 그 아버지의 부재로 심리학자가 어떤 삶을 살게 됐는지가 적절히 배치되며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싶은지를 돌아보는 계기를 맞는다.

 

그 과정을 통해 윌리엄 데이먼이 전하고자 했던 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보고 그때의 선택들로 만들어진 현재 그리고 미래의 비전까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꿰어야한다고 강변한다. 

 

그렇게 후회나 자기혐오로 과거에 매몰되기 보다는 존재했던 사건·상황들과 그 가운데서 스스로 했던 선택을 직면하고 지금의 나를 통해 정체성을 파악해 비전과 방향성을 찾는 여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전한다.

 

과거는 아름답거나 그리워 돌아가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기도 하다. 현재는 힘들거나 지겹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그래서 두렵다. 통상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는 이렇다. 윌리엄 데이먼은 그런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의 내 상태를 점검하고 미래의 비전 혹은 삶의 목적을 확립하는 자아성찰의 과정을 ‘탐험’ 혹은 ‘여정’이라고 표현한다. 

 

그 탐험 혹은 여정에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추론과 상상 등으로 지금에 대한 감사, 잘못된 선택에 대한 반성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 이들을 바탕으로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단단하게 하려는 실행 등도 포함된다.    

 

흔히들 말하듯 삶은 어쩌면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보는 탐험이며 여정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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